[디딜자리] 디딜자리로 시작해서, 나의 활동을 만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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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딜자리] 디딜자리로 시작해서, 나의 활동을 만들기까지
  • 2021.09.28 13:00
  • by 서민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활동가)

사회적경제, 사회혁신, 사회적 가치, ESG(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사회까지 '사회적인 것(the social)'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러한 흐름에는 경제적 성장과 민주화의 성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난제(wicked problem)를 누가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변화를 끌어낼 잠재력을 지닌 영역으로써 공익(公益)활동을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에서 서울시 소셜밸런스가 진행한 '공익활동 디딜자리 인턴십'을 통해 공익활동에 발을 내딛은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서민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활동가(사진=본인제공)
▲서민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활동가(사진=본인제공)

스무 살, 대학생이 되어 처음 청년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공익활동가를 처음 만났다. '간사'라는 직함을 처음 들어서 낯설었지만, 선생님도, 선배님도 아닌 그 어딘가의 공익활동 전문가는 멋지고 특별한 직업처럼 느껴졌다. 공익활동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사회 문제를 알아가고, 공부하고, 함께 토론하고, 행동하는 일련의 활동은 어딘가 에너지 넘치는 일이었다. 막연하게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나에게 작은 나침반이 된 셈이었다.

마침내 '서민영 간사'가 되었을 때, 사실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식도, 요령도, 능력도 부족했고 열정만 넘쳤다. 선배들이 붙잡고 가르쳐주었지만, 그래도 크고 작은 실수들로 흑역사를 쌓아갔다. 하지만 후배였던 회원이 임원에 출마하며 "민영 언니 덕분에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사회 문제들을 알게 되었고,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고 할 때는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날 뻔했다. 성과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공익활동에서 나의 성과는 그런 회원들의 존재였다. 

활동한 지 2년이 넘어가며, 스스로 활동가로서의 역량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은 뭘까,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다. 활동의 권태기 같은 게 찾아왔고, 다른 활동을 해 보고 싶었다. 수많은 시민사회의 의제 속에서 하나만 선택해서 활동하기란, 정말 어려운 고민이었다. 사실, 아직 답은 내리지 못했다. 나에게는 어느 것 하나 공감되지 않는 문제가 없고, 어느 것 하나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무거운 마음만 그득 가지고 다시 공익 일자리를 뒤적거렸다. 그러던 중, 디딜자리 공고를 발견하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새롭게 공익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전국 350여 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로, 사회연대나 시민사회 활성화, 또는 활동가 역량 강화나 네트워크 지원 같은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디딜자리를 통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 지원했던 이유는 연대회의의 수많은 의제를 더욱 가까이에서 공부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답을 찾고 싶은 마음도 컸다. 

디딜자리를 통해 연대회의에서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서 참여자들에게 제공되는 교육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실무적인 교육 이전에 시민사회와 공익활동에 대한 이해를 통해 나의 활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조금 더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연대회의에서는 현장 교육을 진행했는데, 연대회의 회원 단체 중 평소 궁금했거나 관심 있던 단체에 직접 방문하여 단체에 대한 소개를 듣는 교육이었다. 이 교육을 통해 한국여성민우회와 민주언론시민연합, 환경운동연합을 방문하였는데, 각 단체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분들과 만남도 즐거웠고, 각 단체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작년 9월에 처음 출근했던 연대회의에서 내가 맡은 일은 '시민사회 영역별 코로나19 대응활동 연구조사' 프로젝트의 인터뷰 내용 편집이었다. 24개 단체의 다양한 사례들을 모아 재난 상황에서 시민사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석하고, 앞으로 민간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였다. 프로젝트를 통해 인터뷰도 해 보고, 직접 만나지는 못해도 다양한 사례들을 간접적으로 들으며 공익활동이 얼마나 시민들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우리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 '시민사회 영역별 코로나19 대응활동 연구조사 보고서'는 연대회의 홈페이지를 통해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한편으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올해 20주년을 맞아 비전위원회에서 시민사회 전반의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가 여러 차례 있었다. 작년부터 이어진 논의 테이블은 올해 초에는 연구조사로, 여름에는 비전 수립 토론회로 점점 넓어졌다. 이 자리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은 햇병아리 활동가인 나에게 매우 어렵고 복잡했지만, 시민사회를 이끌어온 선배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기도 하고, 또 느끼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새롭게 깨닫기도 하면서 시민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혼자서만 고민하던 문제를 함께 나누고, 서로의 생각들을 공유하며,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이런 업무들에 감명을 받아서인지, 동료 청년활동가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청년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청년활동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고민해 보며, 청년활동가들끼리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청년기록단'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이다. '코로나19 대응활동 연구조사'에서 인터뷰 포맷을 따왔고, 연대회의 비전위원회의 논의 테이블을 참고해 FGI(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했다. 

▲ 서울시NPO지원센터 2021 활동가 역량 향상을 위한 연구지원사업의 '청년기록단' 연구자 프로필 ⓒ서울시NPO지원센터  
▲ 서울시NPO지원센터 2021 활동가 역량 향상을 위한 연구지원사업의 '청년기록단' 연구자 프로필 ⓒ서울시NPO지원센터  

나는 이렇게 조금씩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회계 업무를 담당하기도 하고, 선배들과 식사를 하며 비전에 대해 대화를 하기도 한다. 아직 갈 길이 멀고 못 하는 일도 많지만, 조금씩 영역을 넓혀 가면 언젠가 햇병아리에서 멋진 닭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연대회의에서 '하고 싶은 활동'을 찾겠다는 목표는 조금 수정되었다. 어떤 의제를 선택하기보다 '나의 활동'을 찾고 싶다.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활동을 직접 만드는 것, 그런 역량을 가진 활동가로 성장하는 것이 나의 새로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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