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소비자의 선택은?④]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향해 가는 길, 일단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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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소비자의 선택은?④]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향해 가는 길, 일단 시작할까?
  • 2021.09.20 06:00
  • by 최은주(소비자기후행동 조사연구팀)

집중호우, 가뭄, 태풍 그리고 코로나19까지 기후위기는 단순한 기후 문제를 넘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일상의 안전 위협을 넘어, 경제·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개개인의 작은 실천만으로는 기후위기의 속도를 늦추기에는 역부족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책임 있는 행동이 요구된다. 하지만 개인의 실천이 아무 의미가 없으니 모두가 시위나 집회에 참여하는 집단행동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행동은 함께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지난 5월에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와 국가 간 협력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작은 실천"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후위기를 마주한 개인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라이프인은 소비자기후행동 조사연구팀의 기획물 ▲빨래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이? ▲소금은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안전할까? ▲우리의 식탁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등을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 오스트리아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사는 산드라 가족이 어느 날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맘먹고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베르너 보테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행성(Plastic Planet)’을 본 후 의식의 지평이 활짝 열리는 것을 경험한 산드라는 한 달 동안 플라스틱이나 비닐 없이 살아보겠다는 ‘고독한 결단’을 공표해버리고 만다. 남편과 세 아이를 설득하여 집에 있는 플라스틱을 모두 걷어내 창고에 쌓아두고 손을 탈탈 털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으나 이들이 맞서야 하는 플라스틱 행성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플라스틱이 이미 깊숙이 침투해있는 상황에서 플라스틱 포장이나 재료가 들어 있지 않은 제품을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례로 플라스틱 제로 칫솔을 구하는 과정을 보자. 손잡이가 나무로 된 칫솔은 다소 쉽게 찾을 수 있었으나 칫솔모까지 플라스틱이 아닌 걸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산드라는 인터넷을 뒤지다가 독일의 한 회사에서 생산하는 칫솔모가 ‘고도로 세정된 돼지털’이라고 해서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배송된 박스를 뜯으며 안도감은 대실망으로 변하고 말았다. 먼저 눈에 띈 것은 둘둘 말린 채 박스를 가득 채운 비닐 뽁뽁이였다. 씩씩대며 그걸 뜯어내고 나니 칫솔 하나하나가 다시 플라스틱 케이스에 포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플라스틱과의 이별이 이리도 힘든 것인가! 깨어 있는 개인들이 먼저 나서서 플라스틱 안 쓰고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갖은 노력을 다 기울여봐도 쉽사리 뛰어넘을 수 없는 벽에 계속해서 부딪히게 되는 현실 앞에서 이들은 기운이 쑥 빠지는 경험을 한다. 현대 사회는 대부분의 생활용품을 다른 누군가의 손에 의지해야만 살아갈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없는 삶을 지향하는 개인들의 의지와 노력이 제도·생산의 혁신과 상호작용해야만 생활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iCOOP생협이 만든 종이팩 해양심층수도 이런 상호작용의 하나로 볼 수 있다. iCOOP생협은 제품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조합원들이 플라스틱으로 인한 문제를 인식하고 직접 행동으로 문제해결에 함께 나설 것을 독려한다. 그리고 이것이 개인들의 고독한 도전에 머물지 않도록 다른 기업들과 더 많은 시민들에게 같이 시작해보자고 손을 내밀고 있다. 

종이팩 생수와 NO 플라스틱 캠페인을 보면서 소비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캠페인에 참여한 소비자들에게 참여한 이유와 기대를 물었다. 이들은 대부분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거나 줄이자는 것에 마음 깊이 동의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표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듣고 있었지만 실제로 작은 기업이 혁신적인 대안을 만들고 구체화한 것에서 희망을 본다. 더 나아가 종이팩이 플라스틱병보다 탄소발생이 훨씬 적다고 하니, 이런 좋은 대안이 모든 생수병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포장을 사용하는 모든 음료수병으로까지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참여자는 플라스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시민으로서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캠페인에 참여했지만 지금의 개선에서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진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기업들이 플라스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제도와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 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는 사회적 각성이 일어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력적 노력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세이프넷의 '세계속사회적경제' 코너에는 세계 각국의 생협이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을 없애거나 줄인 다양한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비누 담는 플라스틱 용기 대신 종이팩 용기를 개발하고, 페트병에 비닐 쓰레기를 채워 건축에 활용한다. 식품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앱을 조합원들에게 제공하거나, 강과 바다, 호수 등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쓰레기통을 물 표면에 설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아이디어와 실천이 반짝인다.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 일본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생협인 팔시스템이 '지구의 미래에 진지한 Body Soap(종이팩)'을 출시했다. ** 코업 이탈리아는 전국의 강, 바다, 호수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물 표면에 설치하는 쓰레기통인 '씨빈(seabin)'을 설치했다. 365일 24시간 작동하는 씨빈은 미세플라스틱에서 크기가 큰 플라스틱까지 플라스틱 수거에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해법이다. *** 2021년 스웨덴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선정된 코업 스웨덴이 모든 자체 브랜드 상품에 지속가능 라벨 시스템을 도입했다. 앱을 통해 식품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10가지 항목에 대해 1~5점의 점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점수가 낮을수록 지속가능함을 나타낸다.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 일본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생협인 팔시스템이 '지구의 미래에 진지한 Body Soap(종이팩)'을 출시했다. ** 코업 이탈리아는 전국의 강, 바다, 호수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물 표면에 설치하는 쓰레기통인 '씨빈(seabin)'을 설치했다. 365일 24시간 작동하는 씨빈은 미세플라스틱에서 크기가 큰 플라스틱까지 플라스틱 수거에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해법이다. *** 2021년 스웨덴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선정된 코업 스웨덴이 모든 자체 브랜드 상품에 지속가능 라벨 시스템을 도입했다. 앱을 통해 식품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10가지 항목에 대해 1~5점의 점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점수가 낮을수록 지속가능함을 나타낸다.

산드라는 플라스틱 없는 삶에 도전하는 지구상 동지들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속삭인다. "일단 한번 시작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그냥 길을 한번 떠나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렇게 길을 떠난 산드라 가족의 여정은 처음 계획했던 한 달에서 멈추지 않았고 이 책이 나올 당시에는 두 해를 훌쩍 지나고 있었다. 이들처럼 우리도 각자 마음속에 품은 뜻의 양과 질은 다를지 모르지만 일단 함께 시작하자. 거대한 전환이 일어나기까지는 수많은 사회 주체들의 고독하지 않은 도전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이들이 어우러지면서 오랜 숙성의 시간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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