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서울에서 마을을 말하는 이유 "우리는 섬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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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서울에서 마을을 말하는 이유 "우리는 섬이 아니잖아요"
남주현 가락동생활상권육성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前 다솔교육문화예술협동조합 이사장) 인터뷰
  • 2021.09.01 08:00
  • by 노윤정 기자

마을과 공동체라는 단어는 어떤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가? 옆집, 앞뒷집 이웃들과 친근하게 교류하고 이 집 저 집 아이들이 한데 모여 골목을 뛰어다니며 놀고.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오늘날의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그런 이미지가 쉽게 떠오른다. 그렇기에 인구 1,000만 명에 육박하는 대도시인 서울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삭막하고 단절되어 보이는 도시 안에도 시나브로 '마을'이 자라고 있고,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주현 가락동생활상권육성사업추진위원회(이하 생활상권추진위) 위원장 역시 그중 한 사람이다.

남 위원장은 서울 안에서도 특히 마을공동체 활동의 '불모지'인 송파구 지역에서 주민들을 모아, 공통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연대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2013년도부터 부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동체 활동을 시작하여 이웃 만들기 사업, 네트워크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으며 마을예술창작소를 5년간 운영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점차 체계화된 부모 커뮤니티는 다른 마을공동체, 지역주민들과 모여서 다솔교육문화예술협동조합(이하 다솔)을 설립했고 마을기업 지정까지 받았다. 다솔에서 이사장직을 맡아 주민 주도로 마을 의제를 해결해왔던 남 위원장은 현재 생활상권추진위에서 다시 한번 공통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마을과 로컬을 이야기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서울 속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남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남주현 가락동생활상권육성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 ⓒ라이프인
▲ 남주현 가락동생활상권육성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 ⓒ라이프인

생활상권추진위에서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서울시에서 생활상권 육성사업의 큰 기조를 정하면 그것을 지역 사정에 맞게 재해석하여 세부사업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주민들이 원하는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스토어 '별별팩토리' 운영, 국산농산물이나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을 지원하는 '손수가게' 사업 운영 등이 있다. 총 8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주민과 상인이 소통하면서 우리 지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는 공통 목표 하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추진위를 통해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오랫동안 마을공동체 활동을 해왔다. 최근까지는 마을기업인 다솔의 이사장직을 맡았었다고 들었다.

간절한 필요에 의해 시작한 일이다. 원래는 의상 디자이너로 근무했었다. 그런데 디자인 업계가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다 보니까, 일은 일대로 힘들고 아이는 아이대로 케어가 안 되더라. 그래서 '내가 야근할 때 아이를 잠시 맡아 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동네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그게 마을공동체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였다. 2014년에 퇴사하면서 본격적으로 공동체 활동에 참여했고 부모, 특히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엄마들과 모여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 커뮤니티가 협동조합(다솔)으로 이어졌다. 다솔에서는 목공이나 습식수채화, 수공예, 세코렐화, 캘리그래피, 인문학, 북클럽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대부분 마을에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들이었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에는 경험과 경력이 있는 엄마들이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분들이 역량을 키운 뒤 인근 학교에 강사로 나가기도 했다. 이처럼 협동조합을 통해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협동조합을 운영하다가 다시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준비 중이다. 사회적경제에서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길을 찾고 있는 것 같다.

경제적 이익보다 가치를 먼저 추구하는 사회적경제 방식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에 대해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송파구마을자치센터에서 먼저 마을기업 지정을 권해서 알게 됐다. 그때가 마침 공동체 활동을 사업과 연결해볼 수 없을지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마을자치센터 제안을 들은 후에 사회적경제 설명회도 듣고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교육에도 참여하면서 마을기업 지원을 준비했다. 당시에 구성원들 모두 정말 즐겁게 준비했다. 새로운 일을 하면서 구성원들이 다시 한번 자기 효능감을 확인하기도 했다. 또, 이 지역에 오래 거주한 만큼 결핍된 구조가 분명하게 눈에 보였는데,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직접 구성원 공통의 결핍을 찾고 함께 해결해보고자 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어느 누가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도움과 혜택을 주고받는 것이 사회적경제의 특징 아닌가.

마을에서의 활동이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

인력이다.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늘 사람이 중요하다. 특히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사람이 풍족하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진심으로 우리의 체계와 가치관에 동의하고 뜻을 함께해주는 사람들은 늘 부족하게 느껴진다.

▲ 남주현 가락동생활상권육성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 본인 제공.
▲ 남주현 가락동생활상권육성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 본인 제공.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마을'과 '골목'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서울이라서 더 많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섬'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 그르니에의 '섬'이라는 책 첫 장에 '우리는 모두 섬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나에게는 굉장히 반어적인 말이다. 우리가 섬이 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나한테는 미션 같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직장 동료들이 종일 만나는 사람의 전부일 때가 많다. 회사에서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데, 정작 집에 오면 섬처럼 지낸다. 그러면 내가 가장 편안하고 긴장이 풀려야 하는 동네에서 오히려 사람을 더 경계하게 된다.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잘 아는 회사 동료가 내 아이에게 먹을 것을 줄 때와 잘 모르는 이웃이 아이에게 먹을 것을 줄 때, 어느 순간에 더 경계하게 되겠나. 그래서 나는 마을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동네에서 기댈 곳이 없었을 것 같다. 또, 우리 아이들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모한테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내 주변 사람에게 말할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닌가. 사실 우리 지역은 공동체 활동의 불모지이긴 하다.(웃음) 그런데 서울 중 공동체적 정서가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을 가보면 느껴지는 온도가 다르다. 결국에는 그런 온기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서로에게 날을 세우면서 소모되는 사회적 에너지와 비용이 너무 크다.

'불모지'라고 표현했는데, 마을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와 소통하는 주민들이 그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하는 활동을 아무도 안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몇 년이 지난 후에 '그때 그런 활동을 하지 않았냐'고 말해주는 분들이 있었다. 신기했고, 그래도 누군가 관심을 갖고 보기는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공동체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성장이 가장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조직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경험하고 배운 것을 통해 역량을 키우고, 조직을 나간 뒤에 마을을 위한 또 다른 활동을 하고. 그런 분들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또, 그런 분들이 많아지면 마을이 더 살기 좋은 지역이 되지 않을까.

바람이 있다면.

서울에도 '로컬'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동네별로 특색이 있어서 어떤 동네에 가면 뭐가 있더라, 어떤 게 좋더라, 그런 이야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서울이라는 지역이 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개성을 가진 로컬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그리고 마을은 사는 곳이자 힘들게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쉬는 곳이지 않나. 내가 머무는 동네가 나한테 위안이 된다면 좋지 않을까. 마을 활동을 하면서 온종일 동네를 많이 돌아다닌다. 그렇게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연결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에 공원에만 나가봐도 운동하러 나왔다가 이웃들과 인사하고 이야기하는 분들을 볼 수 있다. 세수도 제대로 못 한 민얼굴로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서로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연결되어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마을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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