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디온나, 부산] "지역에 프랜차이즈만 있으면 생기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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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디온나, 부산] "지역에 프랜차이즈만 있으면 생기 없잖아요"
영도의 어두운 골목을 밝히는 아레아식스
  • 2021.08.26 08:00
  • by 전윤서 기자

푹푹 찌는 더위. 내리쬐는 뙤약볕. 한여름이 찾아왔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가 지속될 때면 떠오르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매년 여름 더위를 피해 바다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떠올리는 도시, 부산. 국내 대표적인 여행지인 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다. 하지만 라이프인에서는 조금은 색다른 부산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과 로컬크리에이터가 운영하는 공간에서 그동안 잘 몰랐던 부산의 매력을 느껴보자. 올해도 계속되는 전염병 유행의 여파가 발길을 붙들지만, 다시 마음 편히 여행 떠날 수 있는 시기를 기약하며, 단디 가보자 부산. [편집자 주]

※'단디'는 '꼼꼼하게, 제대로, 정확하게'라는 뜻을 가진 경상도 방언이다.

 

부산에서 두 번째로 큰 섬 영도. 부산 중구와 영도를 연결하는 영도대교는 부산 최초의 다리라고 한다. 영도는 예로부터 육지와 유연하게 교류한 탓인지 섬이라고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육지 같은 섬이다. 영도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영도에서는 그 어떤 배도 만들 수 있다.' 어업의 중심지이자 부산항의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던 터라 선박을 수리하고 정비하는 조선업이 발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외환위기 등 경기침체로 인해 서서히 활기를 잃어갔다. 영도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인 봉래시장도 호황을 누리던 이전과는 달리 침체되어갔다. 

최근, 이 영도 봉래시장 가운데 수상한 건물 하나가 들어섰다. '지역을 밝히는 아티장(이타스트와 장인을 뜻하는 단어) 골목'이라는 의미를 담은 복합문화공간 아레아식스 AREA6가 그 주인공이다. 아레아식스를 도착지로 설정하고 지도가 이끄는 곳으로 향했다. 좁은 골목길, 맞게 가고 있나 하는 의심이 들 때쯤. 골목길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아레아식스가 빼꼼히 정체를 드러냈다. 

▲ '지역을 밝히는 아티장(이타스트와 장인을 뜻하는 단어) 골목'이라는 의미를 담은 복합문화공간 아레아식스 AREA6 ⓒ라이프인
▲ '지역을 밝히는 아티장(이타스트와 장인을 뜻하는 단어) 골목'이라는 의미를 담은 복합문화공간 아레아식스 AREA6 ⓒ라이프인

■ 삼진어묵은 왜 아레아식스를 만들었을까?
아레아식스가 자리 잡은 터는 옛 삼진어묵 생산공장이자 현재 어묵 베이커리 매장 겸 삼진어묵 박물관의 바로 옆자리이다. 아레아식스가 탄생한 이유를 살펴보려면 삼진식품(주)의 비영리법인 삼진이음의 탄생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영도구가 지역을 재생하겠다는 목표로 2014년 근린재생형 사업구상 제안서를 만들 무렵 박용준 대표(당시 부대표)가 이에 공감했다고 한다. 1953년 노포로 시작한 삼진어묵은 3대에 걸쳐 영도를 지켰다. 한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던 삼진어묵은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가 잘살았으면'하는 바람으로 도시재생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목표와는 달리 사회공헌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 2016년 6월 사단법인 삼진이음을 설립된다. 

영도를 거닐다 보면 60년 전통된 가게들이 줄을 지어져 있다. 삼진어묵뿐만 아니라 성실식품의 두부, 옛날국수, 명성양복점의 양복, 옛날국수 조내기 고구마, 남해상회의 건어물 등 영도에 뿌리를 두고 장인의 힘이 깃든 노포들이다. 삼진이음은 이러한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창업을 원하는 사람에게 오랜 시간 동안 숙련된 장인이 직접 기술을 전수해주는 사업을 구상했다. 사람과 기술을 잇고 전수된 기술은 창업으로 이어져 침체된 영도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삼진이음의 구상은 2016년 국토부 도시재생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영도 대통전수방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운수대통의 대통과 전수방이라는 단어를 결합해 대통전수방이라 지어졌다. 영도를 기반으로 성장한 노포들과 함께 무형의 역사자원을 발굴해 상권 활성화를 일으켜 지역이 발전하는 상생 모델이다. 

올해를 끝으로 마무리된 대통전수방 프로젝트는 공공주도 도시재생이 아닌 민간 기업과 공공이 함께 도시재생 사업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남달랐다. 5년 동안 국·시·구비 182억 원이 투입됐으며, 일자리 교육 및 임대, 전수창업지원프로그램, 전통산업 통합 프리존 조성(M마켓), 공간 활용 대학, 주민 대학, 상인 대학, 공동육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나아가 삼진이음은 지역의 콘텐츠로 자립할 수 있는 수익을 창출해 나갈 계획을 꿈꿨다. 그 방안 중 하나가 아레아식스로 이어진 셈이다. 

■ 골목을 밝히는 아레아식스
지난 2월 봉래동에 문을 연 아레아식스는 봉래시장 초입의 오래된 6채가 모인 터에 지어졌다. 아레아식스는 장인이라는 뜻의 아티장(Artisan)과 재생한다는 뜻의 RE, 그리고 골목(Avenue)을 결합해 만든 이름이다. 6시 이후 문을 닫는 봉래시장 상점가를 밝히고 사람을 모아 동네를 활성한다는 의미로 6이라는 숫자가 붙었다.

▲ 삼진이음이 주관하는 프리마켓 입점 브랜드 제품을 모아놓은 M마켓 편의점 ⓒ라이프인
▲ 삼진이음이 주관하는 프리마켓 입점 브랜드 제품을 모아놓은 M마켓 편의점 ⓒ라이프인

아레아식스는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와 지역 소상공인, 젊은 장인들의 실험실이 되고 있다. 1층에는 5평 정도 규모의 매장이 있으며, 2층에는 공유오피스와 전시공간, 3층에는 옥상정원과 세미나실이 마련되어 있다. 입점 기업으로는 ▲가죽 공방과 커피를 접목한 문화공간 'WSL LOUNGE(We Serve Leather)' ▲한국 전통 공예 장인과 협업해 현대인들의 생활 소품을 제작, 판매하는 '취 프로젝트' ▲보이차, 우롱차, 홍차 등 차를 향유하는 문화를 일상화하고 대중화를 추구하는 티카페 브랜드 '티가렛' ▲한국 대표 타올 제조 전문 브랜드 '송월타올 플래그십 스토어' ▲부산식 건어물 간식을 만들어 파는 '인어 아지매' ▲수제 마카롱 디저트 브랜드 '희희호호' ▲로컬 전통주 큐레이션 보틀숍 '부산주당' ▲랩핑아트, 포스터 전시, AR전시를 선보이는 ATTIC 디자인그룹의 프로젝트 '칼럼니스트' ▲영도구가 주최하고 삼진이음이 주관하는 프리마켓 입점 브랜드 제품을 모아놓은 'M마켓 편의점' 등 이중 일부는 삼진이음이 리브랜딩하고 창업을 도운 기업들이 입점했다. 

■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삼진이음 청년 매니저
삼진이음은 대통전수방 현장지원센터를 사업의 거점으로 두고 있다. 이곳에는 삼진이음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운영, 기획, 소통을 담당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청년 매니저가 있다. 삼진이음의 김가영 청년 매니저는 아직 영도에 남아 있는 원물 어묵, 두부, 해초, 양조장 등을 활용한 F&B 쿠킹 클래스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이 교육을 통해 시민들이 창업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삼진이음은 브랜딩까지 돕는다. 진혜은 청년 매니저는 홍보를 담당하며 4년째 삼진이음에서 근무하고 있다. 진 매니저는 "우리가 하는 일은 세상에 없던 커리큘럼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이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기'이다. 기획부터 교육자 섭외, 진행까지 쉽지 않았다. 지금은 스스로 첫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보다 많이 성장했다고 느낀다. 내 힘으로 해냈다는 것이 뿌듯하고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거나 상인 분들이 인정해줄 때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 삼진이음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운영, 기획, 소통을 담당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左)김가영, (右)진혜은 청년 매니저 ⓒ라이프인
▲ 삼진이음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운영, 기획, 소통을 담당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左)김가영, (右)진혜은 청년 매니저 ⓒ라이프인

한편으로는 지역에서 지역의 자원을 발굴하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꼭 필요한 일이지만 수도권만큼 두꺼운 수요층이 없어 지원금에 의존하게 된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역에 청년들도 적고 지역을 콘텐츠로 하는 일에 대한 소비도 적은 편이다. 프로그램이 질적으로 우수한 편이지만 거의 무료로 운영하는 상황이라 자생력을 갖추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두 청년 매니저에게 지역의 청년으로서 앞으로 꿈이 무엇인가 묻자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끝으로 김 매니저는 "나는 부산이 고향이다. 굳이 다른 지역에 가지 않더라도 부산도 즐길 거리, 소비할 콘텐츠가 다양한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진 매니저는 "프랜차이즈, 대기업만 있어도 세상은 돌아간다. 그렇지만 생기가 없다. 우리는 '지역이 가진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이 사업이 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열어주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5년 동안 영도에 지역의 자원과 지역의 주민이 함께 활력을 불어넣도록 한 삼진이음. 그들이 일으킨 크고 작은 변화를 인정받아 이제는 우수한 도시재생 사례로 꼽혀 전국에서 탐방을 오는 명소가 되었다. 또한 그 안에서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역량을 한껏 발휘해 함께 성장하고 있다. 삼진이음은 앞으로 대통전수방 사업을 발판삼아 아레아식스를 거점으로 청년 로컬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삼진이음을 이끄는 청년들과 아레아식스가 어두운 골목을 밝히고 나아가 지역을 밝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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