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행동] 징벌적 배상, 사이즈가 달랐던 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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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행동] 징벌적 배상, 사이즈가 달랐던 서구
소비자가 바꾸어나가는 지구, 해외에서도 마찬가지
  • 2021.07.23 13:21
  • by 김정란 기자
06:33

플라스틱의 3분의 1은 플라스틱병, 플라스틱 컵, 비닐봉지와 같은 일회용 물품으로 생산된다. 이러한 일회용품은 한번 사용되고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 안에 버려진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렇게 낭비되는 돈은 매년 800억(약 92조) ~ 1,200억(약 138조) 달러로 추정되며,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아 지구 어딘가에 계속해서 존재하게 된다. 우리가 순환경제(자원채취부터 제품 사용 이후까지 전 과정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폐기물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경제구조)로 향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생산단계, 유통단계, 소비단계, 선별 재활용 단계 등 물질순환의 전 과정의 혁신이 필요하다. 라이프인은 기후위기에 처한 지구를 위해 혁신을 만들어 내는 시민과 기업, 단체를 만나 솔루션을 제안한다. [편집자주]

▲2000년 개봉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유니버설 픽처스
▲2000년 개봉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유니버설 픽처스

환경에 대한 해외, 특히 서유럽 등 선진국들의 관심은 우리보다 다소 빨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폭염 등의 기후 변화로 직격탄을 맞은 서유럽 시민들은 생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 때문에라도 발걸음을 빨리할 수밖에 없었다. 소송, 시위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해외 환경운동가들의 등장은 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이들의 행동이 기업, 혹은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 낸 사례를 살펴봤다.

■ 지구 똑바로 안 챙겨? 너 고소!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영화를 기억하는지. 영화는 수질오염을 일으킨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승소한 에린 브로코비치에 초점을 맞추는데, '힝클리(Hinkley) 주민 대 PG&E'으로 기억되는 영화 속 사건은 실화로, 환경 관련 소송에서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당시 이 사건은 미국 법정 사상 최고 배상액인 3억3300만 달러(약 3700억 원)라는 배상액으로 큰 화제가 됐다. 기업이 일으킨 피해에 대해 훨씬 더 큰 배상액을 물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미 30년 가까운 과거에서부터 인정됐다는 것은 2021년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소송으로 PG&E는 소송의 원인이 된 중크롬(hexavalent chromium)을 모든 공장에서 사용하지 않으며, 모든 물탱크에 오염물질 누출 예방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대규모 시위나 퍼포먼스, 캠페인 등의 요구도 힘이 있지만, 사실 가장 빨리 대형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역시 강제성이 담긴 법의 명령이다. 해외에서는 소송을 통해 기업과 정부의 대응을 변화시키려는 여러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시민들이 직접 정책을 바꾸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15년 네덜란드 환경단체 우루헨다가 900여 명의 시민들과 "네덜란드 정부가 기후변화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대응을 소홀히 해 국민 건강과 인권을 위협한다"며 제기한 소송에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온 것. 즉 승소했다.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 of the Earth) 역시 글로벌 석유기업 쉘을 상대로 화석연료 개발에 집중한 사업을 파리 협정 목표에 맞춰 바꾸지 않자, 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일도 있었다. 지난 6월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은 "2030년까지 2019년과 비교해 탄소배출량을 45% 감축하라"고 명령해 지구의 벗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7년에는 페루에 사는 한 농민이 1만여 km 떨어진 곳의 독일 에너지 대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마을이 침수 위기에 처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해 증거조사 개시 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들이 계속해서 쌓이고 있는 것은 지구 자원을 이용해 이익을 가져가기만 했던 기업, 정부의 행동에 대해 시민들이 책임 있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일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시키고 있다. 또 소송을 제기한 시민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면서, 기업이나 정부가 이를 의식한 제품, 정책 기획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 채식 지향 소비자들의 등장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버거 업체들도 변화시키고 있다. 버거킹 플랜트 와퍼 광고화면 갈무리
▲ 채식 지향 소비자들의 등장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버거 업체들도 변화시키고 있다. 버거킹 플랜트 와퍼 광고화면 갈무리

■ 햄버거 속 고기도 바꾼 소비자들

자본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에서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가장 민감한 것은 역시 시장이다. 시장의 변화는 친환경, 건강에 민감해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채식과는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음식인 햄버거 시장에서 대체 육류 버거의 등장은 가장 흥미로운 변화 중 하나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시자인 빌 게이츠가 투자한 '가짜고기'로 유명해진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 대체육류 업체들이 잇따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패스트푸드 업체와 협력해 제품을 내놓고 있다.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널드는 비욘드미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2019년 시범적으로 대체육류 패티를 사용한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역시 대표적인 햄버거 브랜드인 버거킹이 대체육 업체 임파서블 푸드와 협력해 미국의 일부 매장에서 임파서블 와퍼를 판매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플랜트 와퍼'라는 이름으로 '진짜 고기'가 들어있지 않은 버거가 판매된다.

소비자들의 변화를 예측하는 시장 조사기관들은 연이어 대체육류 시장의 성장을 점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채식시장은 10억 달러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이에 맞춘 시장의 변화가 빠를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마켓의 보고서는 건강에 대한 관심도의 증가, 대체 단백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 증가에 따라 대체육류 시장은 점차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체육을 비롯한 채식시장의 빠른 성장은 소비자들의 목소리, 참여가 시장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다.

▲ 환경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은 직접 환경보호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정부, 기업에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픽사베이
▲ 환경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은 직접 환경보호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정부, 기업에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픽사베이

■ 소비자의 변화, '그린워싱'도 쫓아낼 수 있다

소비자들의 변화는 결국 마케팅의 변화로 이어진다. 환경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표현하고 있는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를 타고, 탄소 저감이 가능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하이브리드차에 주력한 자동차 브랜드 도요타가 크게 성장하는 등, 소비자의 환경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공산품에 환경부의 '친환경' 인증마크를 단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 친환경적이기보다는 그러한 이미지를 노린다는 '그린 워싱'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로 글로벌 기업들의 친환경 이미지 구축에 대한 노력은 대단하다.

그린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기업의 행보에 대한 우려는 이전과 달라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행동으로 바뀔 수 있다. 자신의 행동 패턴을 바꾸는 소극적인 형태의 환경 운동에서 나아가, 기업이나 정부에 소송과 신제품 개발 요구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하는 척'이 아니라 진짜로 움직여야 하도록 바뀌어가고 있는 것. '그린워싱'은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요구가 계속될 때 서서히 사라져갈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의 큰 화두 중 하나인 ESG의 등장도 기업이나 정부가 변화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기업들의 대규모 생산으로 인한 대량 탄소배출, 대량 폐기물 발생 등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 없이는 투자를 받기 힘들어졌고, 결국 지속적인 변화 없이는 기업의 생존으로까지 연결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을 기업이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지구 위기에 대한 대응에 있어 우리나라의 대응이 선진국에 비해 출발이 다소 늦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한 '세계화'에 엄청난 속도로 적응한 바 있다. 이제 그 역량을, 우리를 생존 위기에서 구할 '지구를 위한 세계화'의 발걸음의 속도를 좀 더 재촉하는데 써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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