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은 태생적으로 시민에게 안전과 편의 등을 제공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면서도 재무적 성과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에는 공공기관이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이것이 기관의 평가에까지 반영되면서 공공기관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제 3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고, 사회적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시도한 사례들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가 개최된 2일부터 4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된다. 이런 가운데 2일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공공기관 공동주최로 소셜밸류 라운드테이블(SORT)이 개최됐다. '시대적 변화와 사회적 가치 중심의 공공기관 운영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공유하는 이번 포럼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국가스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철도공사가 공동주관하고, 기획재정부가 후원했다.
올해 3회 가량의 포럼을 기획한 공동주관기관들은 이날 포럼을 통해 공공기관의 공통된 사회가치실현 과제를 발굴하고 향후 포럼을 통해 구체적으로 다뤄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기조발제자로 나선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사회적가치 TF위원은 "지난 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는 많은 노력을 했고,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숨기고 싶은 모습들이 있다. 작업장에서의 안전, 환경문제가 심각하고, 청년들은 미래를 암울하게 보고 있다. 또 공공부문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외면했던 우리의 자화상을 제대로 보고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가치를 바로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의 혁신은 지역의 공공기관의 참여와 헌신을 통해서 일어난다. 그동안 수없이 노력하고 좋은 성과 얻은 것을 알고 있다"며 공공기관들의 사회적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을 독려하기도 했다.
■공공기관 사회가치창출, 성과 측정 "한계 극복 위한 지속적 노력"
이날은 각 기관들이 참여한 사회가치 창출 사업을 통해 이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공유했다.
일례로 한국수자원공사는 재생에너지 사업의 확대를 통해 600억 원이 넘는 탄소저감효과를 낼 수 있었고, 한국지역난방공사는 푸르메여주팜 사업에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팜의 에너지원을 100% 신재생에너지로 쓰도록 돕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무한상사'라는 사회적기업 종합 플랫폼을 통해 사회적기업 제품의 판로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한국공항공사는 공항 내 일회용품 사용 감소 등을 통해 제로웨이스트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대구 지역 의료봉사자 무료 소송을 정부에 먼저 건의하기도 하는 등 위기극복을 위해 노력했다.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이들이 공공기관으로서 가지고 있는 기반들을 이용한 사업이라는 점이다. 공공기관은 이를 통해 재무성과를 유지하면서도 사회적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앞으로도 모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참석자들은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창출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이를 측정하기 위한 '성과 평가'에 있어서의 어려움에도 다 같이 공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김일진 차장은 "사회적가치 개념이 핵심 개념으로 자리잡은지 4년이 되면서 내재화, 고도화했다면, 이제는 국민적 체감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때다. 2018년에는 이 성과를 화폐가치로 측정하려는 시도했지만, 계량화 불가능한 활동이 제외되는 등 한계점이 발견되면서 2020년부터는 목표대비 성과가 어느 정도 달성됐는지 평가하려고 시도해 42개의 측정지표, 측정항목 118개를 도출해냈다"고 말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최금숙 부장은 "사회적가치 성과 측정은 성과액과 규모보다 기관의 특성을 반영해 합리적 원칙을 수립하고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가치 성과 측정의 역사가 60년으로 짧고 일관된 기준이 없어 기관의 특성을 반영하지만, 논의를 통해 조직적협의를 통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지역난방공사는 기관 특성에 따른 고유 성과 3,000억, 정부의 요구에 따른 공통 사회성과 2,800억 정도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단계적 고도화 추진이 필요하다. 결과 지표에서 나아가 임팩트 지표로 나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공항공사 최미원 팀장은 "사회가치 성과 측정이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는 사회적가치 실현 목적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수고로움이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평가를 위해 그런 작업을 하는 것들, 측정하는 부분을 최소화하면서 고유한 사회적가치 목적을 실현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이 담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생활이 돼야할 ESG,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이날 포럼에서 또 다른 키워드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기업 또는 기업에 대한 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영향을 측정하는 요소)였다. 한 참석자는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생활"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태범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ESG도 사회적가치의 또 다른 확장이라는 생각을 한다. 2010년 ISO 국제 표준으로 제정한 사회적 책임과 ESG는 100%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공공기관은 사회적가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진 차장은 성과 지표 측정 문제에서 "ESG 관점에서 기존 지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고, 최금숙 부장도 "ESG 연계 사회가치 혁신 모델에 대한 고민이 있다. 공사의 특성과 ESG요소를 잘 연계한 혁신 모델들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미원 팀장은 "공항공사는 ESG 경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경영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전환되는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경영에 도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사회가치활동을 하면서 ESG 경영 체제로 전화해야 하는데 가장 포커스를 둔 것은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을 하자는 방향이다.항공산업에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분야를 융합해 고객에게 새 경험을 선사하고 지역사회는 글로벌하게 성장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자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공공기관의 이런 활동을 민간이 어떻게 체감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철도공사 유병은 부장은 "사회적 문제는 주로 취약계층의 취업, 청년 창업 등이 있다. 철도업에 관련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철도는 교통 서비스 등을 위한 벽지노선 서비스사업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고, 한국가스공사 황재융 부장은 "시민이 사회적가치 창출에 참여하도록 거버넌스를 연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의 시작에는 공동주관기관들이 참여해 사회적가치 실현 선언문을 낭독하는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소금의 역할을 하자는 의미로 SORT라는 약자를 썼다는 이번 포럼은 9월과 11월에도 열려, 더욱 깊이있는 주제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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