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탐방] 포이엔의 걸음마다 지워지는 탄소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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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탐방] 포이엔의 걸음마다 지워지는 탄소발자국
커피박 수거 사업,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참여하는 포이엔
  • 2021.08.03 17:15
  • by 김정란 기자

모두가 사회혁신을 말하지만, 사회혁신은 한 분야의 전문가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 본질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들이 있지만, 이들만의 힘으로는 진정한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 같던 기업들도 자선 방식의 사회공헌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학문의 전당이었던 대학교나 연구기관도 연구 결과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사회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현장에 참여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기업, 민간단체, 학교, 기관 등을 통해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포이엔은 성동구 커피박 수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포이엔
▲ 포이엔은 성동구 커피박 수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포이엔

탄소 중립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지는 요즘이지만, 기업들이 당장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탄소배출거래제(ETS, Emissions Trading Systems)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로도 불리는 이 제도는 국가가 기업별로 탄소 배출량을 미리 나눠준 뒤 할당량에 따라 탄소 배출권 거래소에서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즉, 정부가 배출권 거래제 대상 주체들에게 배출허용 총량을 설정하면 대상 기업체는 정해진 배출허용 범위 내에서만 배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게 된다. 배출권은 정부로부터 할당 받거나 구매할 수 있으며, 대상 기업체들 간에 거래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당장 큰 규모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아니지만,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에는 재정적인 부담을 안겨 배출량 감소에 동참하도록 하고, 탄소 배출을 감소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활발하게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통해 이를 판매하면서 탄소 중립을 돕는 기업들이 있다. 커피박을 사용해 다양한 사업을 하는 포이엔(4EN)도 그중 하나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관심이 있던 이호철 대표는 2011년 포이엔을 창업했다. 아직 거래제도가 본격 시작된 상태가 아니었던 그때, 이 대표는 커피박의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커피를 내리고 남은 찌꺼기인 커피박은 기름기가 많은 특성상 값이 비교적 싸면서도 열량이 높다. 그런데 규정상 커피박은 생활폐기물로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하고, 이 경우 다른 폐기물과 뒤섞여 선별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포이엔은 여기에 착안해 커피박을 수거해 바이오 연료로 재생산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2011년 포이엔이 창업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커피박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다. 당시에는 폐기물로는 비료 외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을 때라 더 그랬다. 포이엔은 이런 장벽을 허물기 위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정부에 제안했다. 2016년 포이엔의 요청에 정부가 고형연료 생산도 가능하다는 대답을 내놓으면서, 포이엔도 다양한 사업을 시도해볼 수 있는 물꼬를 트게 된다.
 

▲ 포이엔은 기업들의 탄소배출을 줄이도록 하는 CDM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얀마에 SK에너지와 협력해 저탄소 바이오연료 플랜트 준공에 참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이엔
▲ 포이엔은 기업들의 탄소배출을 줄이도록 하는 CDM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얀마에 SK에너지와 협력해 저탄소 바이오연료 플랜트 준공에 참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이엔

이후 포이엔은 커피박을 이용한 연료를 만들기도 하고,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기도 했다. 커피박을 이용한 연료는 해외사업을 통해 개발도상국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 쓰이기도 하고, 바이오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곳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현재 포이엔은 대기업들과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SK에너지와는 미얀마에서 땅콩껍질을 이용한 펠릿 제작 사업을 하기도 하고, 자동차 생산 기업과는 자동차 내장재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커피브랜드의 굿즈를 만드는 데에도 참여하고 있다.

커피박을 이용한 사회혁신은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혁신의 많은 사례가 그렇듯,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가기 위한 길을 내는 의미가 있다. 이 대표는 "큰 기업들은 아무래도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사업은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선의를 가진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이 필요한 이유도 그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법적 제한이 장벽이 되는 경우를 만나게 되면 그 벽을 허물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시도를 하는 것이 결국 혁신으로 이어지는데 이미 안정된 중견기업들보다는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해 바위를 두드리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 커피박을 이용한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만든 포이엔의 제품. ⓒ포이엔
▲ 커피박을 이용한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만든 포이엔의 제품. ⓒ포이엔

포이엔은 다양한 조직들과의 연대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도 하고 있다.

포이엔은 현재 사회적협동조합 자원과순환의 일원이기도 하다. 자원과순환은 사회적, 경제적 취약 근로이웃과 함께 버려지는 자원 재활용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지구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것이 목표다. (주)대원리사이클링, 주신통상(주), 에코-루, (주)동하 등 커피박, 페트컵, 종이컵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조직들이 연대해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런 연대를 통해 지역 문제 해결에도 참여한다. 포이엔은 사업장이 위치한 성동구와 업무협약을 맺고 커피박을 수거하는 사업에 나서기도 하고, 다른 지자체들과도 이 분야 협력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처리가 쉽지 않은 커피박을 전문업체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포이엔은 사업에 필요한 원료를 수월하게 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직은 어려운 점도 있다 이 대표는 "서울 지역 커피박이나 종이컵 등을 다양하게 수거하고 싶은데 작은 매장들이 흩어져있어서 1톤 이하 화물차로 수거해야 한다. 또 수거하더라도 어딘가에 쌓아놔야 하는데 집하장을 서울에 두기가 힘들다"고 했다. 다행히 성동구에 폐기물 처리장이 있어 서울시의 폐기물들이 모이는 곳이어서 사업장을 이곳에 두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생태조경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러한 사업을 통해 낼 수 있는 임팩트가 훨씬 크다"고 생각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술적 기반을 가지고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있는 포이엔의 발걸음마다 탄소가 지워진다. 앞으로 있을 포이엔과 더 많은 조직들의 '거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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