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건물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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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건물주 6
  • 2021.06.23 10:52
  • by 송소연 기자

'영끌'에 '벼락 거지'까지 부동산 시장은 혼돈 그 자체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면 이러한 배경에는 부동산을 향한 욕망보다 공간의 안정성에 대한 욕구가 더 큰 것이 아닐까? 만약 시세차익이나 임대수익이 목적이 아닌 공간이 있어야 하는 이들이 자산을 갖게 된다면? '주거와 정주의 권리'를 보장하고, 공간을 투기가 아닌 삶터로, 일터로, 놀이터로 사용하는 사회적경제·공동체가 소유한 건물을 소개한다.

1. 자산이 세습이 아닌 지역을 통해 이전된다면? 'MONOL(모두의 놀이터)'
마포구 성산동에 '모두의 놀이터'가 생겼다. 6월 말 정식 개관을 앞둔 이곳은 뮤지션들의 놀이터가 아이들의 놀이터로, 함께 먹고 마시는 공간이 서로의 배움터로, 노동하는 이들의 일터가 예술가들의 전시장이 될 예정이다. 현재 커뮤니티 라운지, 공유사무실이 조성되어 있으며, 연말까지 복합문화공간과 커뮤니티 펍, 스튜디오, 파티룸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모두의 놀이터'에 앞서서 마포구 염리동에는 커뮤니티 카페 '나무그늘'이 있었다.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이 운영했던 이곳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 마을 안에서 다양한 활동과 관계를 엮어냈다. 되살림가게 '소금꽃', 돌봄공간 '열린마루', '소금꽃마을 마더센터'를 운영하고, 해마다 '소금꽃마을축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소금꽃마을네트워크'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3천에 월 290만 원이던 임대료는 5년 만에 1억에 월 350만 원으로 인상되었고,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은 둥지내몰림(gentrification)을 겪게 됐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홍대·연남동의 지역공동체 기반 동네병원 '삼십육쩜육도씨의료생활협동조합', 홍대문화예술생태계 지킴이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자산화 추진했고, 해빗투게더협동조합과 지주회사 ‘더커먼즈’를 설립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과 사회적 금융을 통해 33억 원짜리 건물을 매입하게 되어 '모두의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 마포구 성산동에 '모두의 놀이터'. ⓒ해빗투게더협동조합
▲ 마포구 성산동에 '모두의 놀이터'. ⓒ해빗투게더협동조합

2. 시민단체, '건물주'가 되기로 결심하다 '사람과공간(space for the people)'
100여 년 전 유럽에서 시작된 민중의 집(People house)은 '공간'을 매개로 지역 사회의 다양한 사회운동이 소통하고 협동할 수 있게 지원해 지역사회를 보다 건강한 공동체로 만드는 역할을 했다. 

지역의 시민단체나 협동조합에 있어 공간은 지역 주민들과 만나는 활동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절실함 있다. 하지만, 대표성을 띠고, 공공의 공간을 오랫동안 임대하기도 쉽지 않고, 소유한 자산이 아니라 이용만 하므로 지속가능한 사업을 하기 힘들다.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 공간'은 발상을 전환해 부동산의 소유주가 되기로 했다. ▲노동운동 간부 활동가 교육기관 '평등사회노동교육원', ▲공간을 매개로 지역사회 사회운동의 플랫폼 '강서양천민중의집 사람과공간', ▲돌봄노동종사자들이 만든 '사회적협동조합 강서나눔돌봄센터',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운동을 하는 '강서아이쿱생협', ▲그림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빵과그림책협동조합'은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 공간'을 설립해 '사적 소유'가 아니라 '공동 소유' 방식으로 '건물주'가 됐다.

'사람과 공간'은 지난 4월 강서구 내발산동 발산역 8분 거리에 3층짜리 꼬마빌딩을 매입해 현재 건물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사무 공간, 공유 공간과 더불어 임대 공간, 문화 복합 공간, 교육 공간을 구성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공간에서 안정적인 활동을 통해 성장하고, 지역 주민과 문화, 교육, 활동을 통해 지역 공동체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3. 광진구 커뮤니티 케어의 중심 '공유공간 나눔'
광진구 중곡동 '공유공간 나눔'은 '광진주민연대',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등 사회적 경제주체가 함께 입주한 공간으로, 돌봄센터 및 병원ㆍ약국이 있어 주민에게 체계적인 돌봄ㆍ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 2층에 있는 내과에서 건강 체크를 하고, 어르신들의 문제를 확인되면, 도우누리는 요양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8년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는 이곳에서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돌봄·의료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공유공간 나눔'은 한 공간에 사회적경제 조직, 시민사회, 돌봄, 시민협력 플랫폼이 모두 있어 소통도 빠르게 진행되는 등 사회적 자본이 자연스레 축적되고 있다. 단체들의 사무실 이외에도 주민들에게 개방되는 교육장, 회의실이 있으며, 시세의 40% 수준으로 단체 사정에 따라 무상으로 사무실을 사용하도록 해 지역 시민사회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지역 자산화를 진행할 때 협동조합이나 주민 연대 이름으로는 대출에 어려움 부분이 있다. '공유공간 나눔'도 이런 문제 때문에 신용도가 높은 개인이 대출을 받아 건물이 개인 명의이지만, 향후 공익성이 높은 사회적협동조합 소유로 전환할 예정이다.

▲ 공유공간 나눔에는 지하 1층, 지상 5층에 14개의 사회적경제조직과 사업단이 입주해 있다.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공유공간 '나눔' 스케치 전경. ⓒ광진주민연대
▲ 공유공간 나눔에는 지하 1층, 지상 5층에 14개의 사회적경제조직과 사업단이 입주해 있다.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공유공간 '나눔' 스케치 전경. ⓒ광진주민연대

4. 함께 먹고 사는 방법을 찾는 마을살이 '마을언덕홍은둥지'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마을언덕홍은둥지는 지역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건축한 공동체 주택이다. 주거 공동체를 넘어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동네 공동체의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네골목상점들이 골목문화의 징검다리가 되어주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서로 챙겨준다. 동네에서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고, 해결방법도 함께 찾아나가는 우리동네연구소이자 주민들과 동네공간들이 직접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참여하는 골목대학이기도 하다.

6층 건물인 '홍은둥지'는 지하 1층은 주차장, 1층은 협동플랫폼카페 이웃, 2층은 마을언덕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협업 사무실과 주민 공동체 공간, 3층부터 6층까지는 개별 주택(7개)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언덕사회적협동조합'은 공동체 활동 공간을 조성하고 운영하며, '카페 이웃'은 지역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문화행사와 강좌, 공연 등을 진행한다.

5. 함께 즐거운 곳 '함께주택협동조합'
마포구 성미산 마을에 함께주택은 조합이 주택을 소유한다. 조합원은 조합의 주인이고, 조합이 소유한 집은 조합원 소유이다. 때문에 혼자서는 집주인이 아니지만, 함께하면 집주인이 될 수 있다.

성미산 마을은 성미산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육아를 비롯한 커뮤니티를 이룬 마을로 마을 사람들이 출자한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마을의 사랑방 카페 '작은나무', 대안학교 성미산학교, 마을화폐 모아, 마포돌봄네트워크 등이 있다. 

특히, 이곳에 자란 발달장애인 청년들은 마을 안에서 이웃과 교류하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거리로 경제적 활동을 한다. 함께 주택 1호에 입주한 발달장애청년 허브 '사부작'은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마을 안에서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참고로 함께 주택은 1~2호는 조합 소유지만 3~5호는 사회주택(SH 토지임대부주택)으로 운영된다. 

▲ 마포구 성산동에 함께주택 1호점 전경. ⓒ함께주택협동조합
▲ 마포구 성산동에 함께주택 1호점 전경. ⓒ함께주택협동조합

6. 지역과 함께 협동조합으로 공유자산화를 실험하는 예비 건물주 '더커먼즈0099협동조합'
용산구는 급격한 지가 상승과 둥지몰림으로 지역 사회 단체들의 파편화와 고립화가 심각한 지역이다. 지역 단체들의 협력 구조와 자생력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열린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더커먼즈0099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더커먼즈0099'는 6개의 팀(용산나눔의집, 인사랑케어, 해방촌마을기록단, 리얼랩, 세상을바꾸는금융경제연구소, 우리실험자들, 조합원 186명)는 자산화 추진과 함께 영리와 비영리, 단체와 개인, 분야의 경계 없이 시민 주체 간 협력을 통해 각자의 지속적인 소셜 활동을 돕고 있다.

'0099'은 공공성을 지향하는 주체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00'에는 ‘땡땡’으로 읽히는 '누구나'라는 뜻으로 공공으로 읽히는 발음에서 '공공성'을 '99'는 99콜링메시지로 한 사람의 참여로 완성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역과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 이외 지역에서도 자산화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발달장애인도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대구 동구 안심마을의 협동조합 '공터'는 입주 단체들이 임대료 상승 걱정 없도록 주민들이 건물을 매입했다. 목포 만호동 해산물거리에 전국 최초 주민이 소유한 마을펍과 스테이를 운영하는 '건맥 1897협동조합',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 방치되었던 서광장여관을 마을 주민들과 함께 소곡주 양조 전통산업과 융합한 마을호텔 '호텔한산(Hotel H)'로 운영하는 '자이엔트', 경기도 시흥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공간을 직접 운영하며, 지역주민과 함께 지역자산화를 추진하는 '빌드' 등이 활동 중이다.
 
또한, 서울시도 민간자산을 활용해 사회적경제기업·공동체 소유의 사무, 주거, 커뮤니티 등 복합공간 조성을 지원하는 ‘민간자산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며, 행정안전부도 지역자산화지원사업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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