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토론회 … "가사근로자법 공익적 제공기관 육성 빠진 것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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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토론회 … "가사근로자법 공익적 제공기관 육성 빠진 것 유감"
  • 2021.06.17 18:47
  • by 이진백 기자
▲ 가사노동자법 제정 및 ILO협약 채택 10주년 기념 토론회.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가사노동자법 제정 및 ILO협약 채택 10주년 기념 토론회. 온라인 화면 갈무리

가사 제공기관이 고용한 가사노동자가 퇴직금, 4대보험 등을 적용받을 길이 열렸다. 지난 5월 21일 '가사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가사노동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돼 내년 6월 16일부터 시행된다. 가사노동자법은 정부가 일정 요건을 갖춘 가사 제공기관을 인증하고 인증기관에 고용된 가사노동자에게 노동관계법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기관은 가사노동자와 서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최저시급, 휴게, 연차휴가, 퇴직금, 4대보험, 주 15시간의 최소 노동시간 등을 보장해야 한다. 단, 정부 인증 기관에 고용되지 않고 직업소개소를 통해 '알선'이나 '소개'로 일자리를 구하는 가사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1953년 '근로기준법'제정 이래 줄곧 법적 노동자 지위에서 배제되어왔던 가사노동자가 68년 만에 드디어 노동자로서의 법적 보호를 받게 된다. 그간 가사노동자는 근로기준법 11조에 따른 법 적용 제외 대상이었다. 이들의 노동조건을 규율하는 별도 법도 없었다.

6월 16일은 국제노동기구(ILO)가 가사노동자협약(189호)을 채택한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이다. 한국노총과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한국YWCA는 제10회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을 맞이해 16일 오후 1시 한국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기념식과 '68년의 굴레를 깨고 이제 당당한 노동자로'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가 발제를 맡았다. 패널 토론자로는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최준하 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장, 이윤아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장이 참석했다.

'가사노동자고용개선법의 주요내용과 향후과제'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최영미 대표는 "더 많은 가사노동자들이 고용될 수 있도록 제공기관을 확대·육성해야 한다"면서 이런 점에서 의원입법안에 있던 공익적 제공기관 육성이 빠진 것에 대해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시했다. 입법 과정에서 공식 가사서비스 시장 마련을 위한 사회적기업 육성 지원방안이 논의됐으나 국회를 통과한 제정안에는 이런 내용은 사라지고 제공기관에 대한 조세 감면으로 마무리됐다. 

최 대표는 "미해결 과제 및 새로운 이슈에 대응해야 한다"라며 "▲입주 가사노동자에 대한 보호(적극적 실태조사) ▲미고용 노동자에 대한 보호(전국민고용보험제, 산재보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향후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대응책(가사서비스 공공 플랫폼의 도입)도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협의체 구성과 가사노동자 조직 후속과제와 관련 "법제도의 지속적 개선, 확대와 이를 위한 운동주체가 필요하다. 가사노동자법이 만들어져서 가사노동자의 권리가 명시되었다는 것은 노동조합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 졌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따라서 후속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운동주체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개입 감시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토론자로 나선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의 관점과 '젠더'적 관점에서 가사노동법의 의미를 설명했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의 관점에서는 근로기준법의 규제를 적용함으로써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식이 새로운 고용 유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아왔고 축적되어 왔던 것들을 어떻게 잘 적용하고 녹여내는 문제였다는 것을 확인하는 의미있는 과정이었다고 생각이 들고, 젠더적 관점에서는 입주 가사노동자가 인정이 됨으로써 가정 내의 가사노동 가치에 접근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근거를 만들어 놓았다. 또 저평가되어 있는 돌봄 노동의 가치를 노동의 가치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무엇보다 입주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1주 최소근로시간을 15시간 이상으로 정해 사회보험 적용과 노동자로서 사회적 보호를 확대한 점이 주목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법은 미완성의 법이 아니라 진행형이기 때문에 과도기에 있는 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앞으로 과제가 많다. 보편적 노동자의 지휘를 찾는 방법을 고민해 가면서 노동조합 조직화를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사노동자 관련법이 이렇게 빨리 만들어질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법 제정을 축하한다. 가사노동자의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법체계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가사노동법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정착하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향후 다른 비정형 노동자들의 보호 입법 체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따라서 제정 과정에서 제기됐던 우려와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사노동자법 시행에 따른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법제정 목적에 부합하도록 정부지원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정부가 입법과정에서 제기된 인증기관에 대한 지원과 직접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으로 사회보험지원, 세제적 혜택, 산업안전교육이나 직업훈련 등에 대한 지원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하는 것이 이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ILO협약의 비준을 위한 적극적 노력과 함께 국가와 사회가 가사노동이 다른 노동과 같이 동질의 일자리가 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추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준하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장은 "제도가 잘 정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세제 및 재정지원"이라며 "세제 관련해서는 부가가치세 감면, 세액공제 그리고 향후에는 법인세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정지원 관련해서는 가사근로자법에 4대 사회보험료로 담겨 있다. 현재 사회보험료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두리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이라고 해서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에 대해서 지원이 되고 있다. 다만 두루누리 사회보험료는 10인 미만 사업장이 대상이어서 한계가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두루누리 지원의 예외 규정이나 별도 사업의 예산 확보를 위해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에서 법이 제정된 만큼 잘 집행해서 가사근로자 보호, 일자리 창출, 저출산 고령사회를 위한 삶의 기반을 형성한다는 차원에서 충실히 준비해서 내년 시행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윤아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장은 "조사 가능한 가사 종사자 규모가 13만 7000명 중에서 이중 임시 일용 근로자가 83.5%인 상황이면 그만큼 근로 안정성이 낮은 영역이라고 볼 수 있고, 그중에 성별로는 전체 종사자 중 여성이 97%에 가까운 상황인 것을 고려했을 때는 결국 여성 다수의 고용 안정성과 근로 여건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보인다. 여성의 경제 참여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가사노동법은 여성 일자리의 양질의 측면에서도 매우 의미가 있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시행을 1년 정도 앞둔 상황에서 이 법이 실제로 제도화되고 활성화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있는 상황"이라며 "여가부는 가사근로자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조직이 제공기관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제공기관 외 여전히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실태 파악과 보호 방안은 같이 병행되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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