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에 갖는 애정이 바꾸는 집과 마을, 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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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에 갖는 애정이 바꾸는 집과 마을, 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
  • 2021.06.22 08:00
  • by 김정란 기자
▲ 낙산길에 있는 채석장 전망대. 이 안의 카페를 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 낙산길에 있는 채석장 전망대. 이 안의 카페를 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와, 나 여기 살고 싶어요"라는 말을 할 때 우리는 무엇을 볼까? 이 주변 시세가 얼마인지 볼까? 집 자체와 주변 환경을 볼까?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폭등하면서 점차 재테크의 수단으로만 집을 바라보는 우리는 어느 쪽을 보고 있을까? 우리의 몸을 누이고 쉬는, 나를 충전하게 하는 집의 의미는 얼마나 남아있을까?

부동산 광풍의 원인을 돌아보면 우리나라식 특유의 재개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급격한 산업화 와중에 단행된 갈아엎기식 재개발은 누군가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줬다. 이를 목격했던 그때부터 우리는 마치 재난이 닥칠 때 라면을 사듯 집을 사재기하는 것이 부(富)가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전의 집, 그 따뜻한 공간의 안락한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의 손경주 이사는 "외부인이 아닌 자기가 살 곳을 고쳐나가면서 살아야 그곳에 계속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의 참여가 집과 마을이라는 공간에 대한 본연의 의미를 찾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 일을 해나가고 있는 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창신숭인'지역은 좀 특이하다. 뉴타운 바람과 도시재생의 경험을 모두 겪어본 지역이다. 이 지역은 지난 2007년 오세훈 시장 시절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됐다가, 2013년 사업이 시작되지도 못한 채 박원순 시장의 도시재생사업 1호 지역이 됐다.

이후 이 지역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지 않았지만, 주민공동이용시설이 들어서고, 이 지역의 역사를 담은 기념관이 들어섰다. 낙산 인근에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놀이터가 들어섰다. 아이들은 여기서 캠핑도 하고, 놀이선생님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살던 곳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자는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의 협동조합이 꾸려진 이후 일어난 변화들이다.

▲ 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 손경주 이사. ⓒ라이프인
▲ 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 손경주 이사. ⓒ라이프인

손 이사는 "지금까지 6, 7년 정도는 비정상이던 것들을 정상화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뉴타운 지역이 되면, 어차피 모두 철거할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 환경 개선에 돈을 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지역은 개발로 이어지지도 않고, 지정에서 해제까지 수년이 흐르는 동안 개선은 멈춰졌기 때문에 손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도시재생사업들이 느리게 보이는 이유도 이런 것들 때문이다.

비정상의 정상화와 더불어 어떤 것들을 해나갔을까? 손 이사는 "주거지역만 있는 다른 뉴타운 지역과 달리 창신숭인지역은 산업과 주거가 함께 있는 곳이다. 그 특성을 살려 동네 환경을 개선하고, 주민들이 지역에 애착을 갖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한다.

이 지역 도시재생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300여 명, 협동조합에는 100여 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협동조합에서는 이 지역에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해야 했다. 여기 사는 사람들이 계속 살아가고 싶은 곳이 되는 것이 도시재생의 목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창신동에 마련된 백남준기념관. ⓒ라이프인
▲ 창신동에 마련된 백남준기념관. ⓒ라이프인

봉제산업이 발달한 이곳의 특징을 살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을 만들고, 낙산 인근에 채석장 전망대가 만들어졌다. 예술가 백남준이 죽을 때까지 그리워한 고향이라는 스토리를 살려 백남준 기념관을 만들기도 했다. 손 이사는 "원래 백남준 기념관은 협동조합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자그맣게 지을 예정이었는데 주민분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시면서 좀 더 크게 제대로 짓자고 하셨다"고 했다.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에 애정을 갖게 만드는 노력이 이 지역을 바꾸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의 이러한 활동을 보고 손을 내미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있다. "우리의 활동을 보고 다른 구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면서도 "가장 이상적인 것은 우리가 활동하는 지역에서 나는 수익으로 우리 지역을 개선해나가는 것"이라며, 이 지역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오세훈 시장이 다시 서울시장에 취임하면서 이 지역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이전에 무산됐던 재개발이 재개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손 이사는 재개발에 적극적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그런 재개발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뉴타운 등 대규모 재개발 후 원주민들의 재입주율이 낮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오래된 동네를 싹 뜯어고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 일인지는 우리가 꼭 한번 가져봐야 할 질문이다.
 
도시재생이든, 재개발이든 지역을 바꿔나가는 것은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앞으로도 이 곳에 계속해서 살아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가져야 한다는 것이 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이 강조하는 점이다. 이 지역이 앞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해 나갈지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여기 들어올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삶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삶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은, 주거환경 개선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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