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전공 교수, 아직도 실감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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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전공 교수, 아직도 실감 안 나
[인터뷰] 경남과기대 경제학과 사회적경제전공 교수로 임용된 이은선 교수
  • 2018.03.08 18:13
  • by 강찬호 기자

이은선 국립경남과학기술대 경제학과 조교수는 행정학 박사이다. 올해 1월 공모에 응시해 교수로 임용됐고, 3월부터 수업을 맡는다. 이 교수 임용이 눈길을 끄는 것은 학과 전공영역이다. 경제학과 ‘사회적경제 전공’이다. 경남과기대에 사회적경제 학부과정이 설치되어 있는 점도 눈길을 끌지만, 사회적경제 전공 교수를 임용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경남과기대는 지방대학특성화지원사업(CK-1)으로 사회적경제전문인력양성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지원된 사업이다. 경제학과, 회계정보학과, 영어학과 컨소시엄으로 운영되며 전국 최초로 학부에 사회적경제 연계과정으로 관련 20개 분야 이론과 현장 실습교과목을 개발해 설치 운영해오고 있다. 또 하나, 행정학 전공자로서 사회적경제에 주목해 거버넌스를 연구하고 있다.

7일 이은선 교수를 만나, 인터뷰했다. “교수 임용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며, 이 학교 상경대학의 가장 어린 막내교수이자, 새내기 교수로서 첫발을 내디딜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공공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전공을 바꿔 석박사 과정은 행정학으로 전공했다. 경제와 행정을 접목하겠다는 문제의식은 사회적경제 영역, 특히 사회적기업으로 이어졌다. 석박사 논문의 주제는 모두 사회적기업이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이 2007년 제정되면서 사회적기업을 중심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자라고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마이너’영역이었다. 석사 논문을 쓸 당시가 2008년이었다. 사회적기업의 발생 배경과 특성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썼지만, 주변에서는 우려했다. 심지어 지도교수조차도 만류했을 정도였고, 박사 후 해외 진로를 권하기도했다. 사회적 관심이 적고, 아직 여건 형성이 안 되어 있는 비주류 영역을 학문 대상으로 삼고, 진로를 모색하는 것이 대한민국 현실에서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애정어린 걱정이었다.

그럼에도 이 교수가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진로를 찾아 가는 것에는 "20년 뒤에도 같은 주제를 가지고 논문을 쓸 것이다”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명칭이 사회적기업 혹은 또 다른 무엇이 될지라도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민관거버넌스를 이뤄서 시장경제와 접목해 가는 방식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논문을 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아직 여건이 덜 갖춰진 상황이라 자료들이 많이 부족했고, 그나마 있는 자료에 대한 접근도 쉽지 않았다. 어렵게 석사 논문을 마치고, 박사 2학기 때 석사 논문을 다시 검토해 학문적 완성도를 갖추도록 분석틀을 적용해 보완했고, 행정학계 처음으로 사회적기업을 주제로 한 논문이 <행정논총>에 게재됐다. 그리고 2015년8월 사회적기업 조직군의 성장 및 특성 분석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다. 박사논문을 통해 사회적기업육성법 도입 이후 한국사회에서 사회적기업 저변 확대와 양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긍정성과 함께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는 점을 설득했다.
 
이 교수는 박사 과정을 마치고 2년간 고려대에서 강사로서 강의했다. 그리고 박사 후 2년 반 만에 교수로 임용됐다. 스스로는 원했지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일이다. 더욱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사회적경제전공 교수로 임용을 받은 경우이니, 스스로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결과를 놓고 보면 잘한 선택일 수 있지만, 마이너 영역을 선택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것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다.

사회적경제와 인연은 우연이었을까. 왜 마이너 영역에 이끌렸을까. 이 교수는 학부시절 우연치 않게 대학생활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뭔지 모른 상태에서 막연하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한 것 같다고 기억했다. 그런데 그런 것일까. IMF 당시 부친의 사업이 부도를 맞았다. 다행히 부친은 밑바닥에서부터 재기했지만 시장경제의 냉정한 현실을 10대의 눈으로 지켜봤다. ‘다른 경제’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였다. 이 일을 겪으면서 이 교수는 일찍 철이 들었다. 대학에 들어와 사회에 대한 고민과 참여도 했지만 공부를 선택했고 치열하게 살았다. 대학 졸업이후 사회적기업에 주목해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소신껏 해쳐왔다. 이번 교수 임용은 그런 결과이고, 우리사회가 사회적경제에 주목하는 때와 맞물렸다. 개인의 노력과 운, 그리고 때가 함께하면 ‘길’이 열린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에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이은선 교수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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