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전 운전대', 우리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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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안전 운전대', 우리 손으로!
[이강윤 칼럼] 남북 특사외교 합의의 성과와 전망
  • 2018.03.07 18:10
  • by 라이프인

 
두 말할 필요없이 안전 중에서 최고의 가치는 생명이고, 생명 위협요소 중 가장 큰 것은 전쟁이다. 그런 점에서 6일 대북특사단이 발표한 ‘남북합의사항’은 전체 한반도민중을 전쟁위협으로부터 일단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번 합의는 우리가, 남-북이 함께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향한 운전대를 잡겠다는 선언이자 초석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안전운전대를 잡겠다”는 취임 초 다짐이자 대국민 약속은 일단 그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양측을 오가며 이끌어낸 합의는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 합의이자 진전이다. 남북이 공동으로 한반도 평화를 모색한 최초의 선언이자 합의인 <7.4 남북공동성명>에 버금가는, 아니 북의 핵무력 성취와 ICBM을 감안하면 더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특사 합의, '7.4 남북공동성명'에 버금가는 진전

대북 특사단의 6일 공식브리핑 골자는, ▲남북 정상, 4월말 판문점서 회담, ▲북은 대화기간 중 핵실험 등 중단, ▲북, “체제 보장 시 비핵화 용의” 공식 천명, ▲북의 핵과 재래식 무기, 남측에 사용하지 않는다로 집약할 수 있다.

지난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공식 제기한 남북대화가 양측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불과 두 달만에 일단 상상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문재인 정부는 건곤일척의 위기를 잘 넘기고 있다. 우리가, 그리고 남-북이 함께 대화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게 이번 남북합의의 핵심 포인트다.

남북 정상회담 통해 수구-반평화세력과 미 강경파 잠재워야

일단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국내 수구-반평화세력을 제압하고, 미국의 강경파들을 주저앉히는 계기를 확실히 만들어야할 것이다.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이방카와 같이 왔던 제임스 리시 상원의원(공화당)이 “북한에 대해 부분적 공격(코피작전) 정도가 아니라 신속하고도 광범위한 예방타격, 즉 ‘터프 디시전(tough decision)’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던 게 불과 열흘 전이다.

남북관계 급진전이 궁극적으로는 북-미대화로 이어져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북한-미국-중국 등 정전협정 조인 당사자 국가들 간에 문서로 서명하는데 까지 나아가야 한반도 안전은 확보된다.

북 성실한 대화자세 유지-미 태도변화 견인이 숙제

이제는 북한의 성실한 대화자세 유지와 미국의 태도변화를 견인하는 게 관건이다. 결코 낙관할 수는 없는 문제다. 그러나, 일단 북한의 전향적 자세는 고무적이다. 특사단 발표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체제 보장을 조건으로 “북미대화 의제로 비핵화도 논의할 수 있다.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으로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북미 관계 정상화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간의 ‘비핵화 협상의제 불가’ 입장과 비교하면, 체제 안전보장을 조건으로 달았지만 큰 진전임에 틀림없다. 체제보장은 북한이 일관되게 해온 주장으로 사실상 새로울 건 없다. 그러므로 한반도비핵화를 포함한 북의 대화의지를 공식 확인했다는 점은 미국측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문재인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 북한 김정일 국무위원장을 면담하고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청와대에서 남북 합의사항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북, 비핵화 협상가능' 이끌어낸 게 최대 성과

김 국무위원장은 특사단에게 “대화의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체제보장과 함께 동등한 대화상대로의 인정을 요구한 것이다. 대화 테이블에 나설 경우 당연한 요구다.

어제 특사단이 북에서 오간 대화를 다 밝힌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기자 문답에서 “미국에 전달하는 북한의 입장을 추가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 일행이 내일(8일) 미국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핵 모라토리움) 관련 북한측 입장을 전달할 것이고, 이에 대한 미국측의 반응이 현 단계에서는 1차 관심사다. 이와 관련, 미국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많은 사람이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힌 뒤, ‘가능성 있는 진전’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을 거론하며 “대통령 역시 우리가 동맹들과 함께 다음 조치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꽤 좋은 지점에 서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복잡한 외교적 수사로 가득하지만, 한 마디로 현 단계 미국의 입장은 ‘신중한 낙관론(Cautious Optimism)’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해 온 대북 제재가 성과를 내기 시작해 북의 태도변화를 이끌었다는 자평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구체적 조치가 없는 레토릭(수사)’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경계감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미, '신중한 낙관론' 속 북의 대화조건 타진할 것

중요한 것은 미국이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해서 얻을 실리도, 명분도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일단은 자신들의 최종목표인 ‘북한 비핵화’를 관철하기 위해 현 수준의 제재를 유지하면서 대화 조건의 성숙도를 확인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비핵화를 위한 회담이라면 얼마든지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런 만큼 미국이 새삼스레 다른 조건을 내세우거나 트집을 잡아 대화 무드를 깨는 일은 없으리라고 보고자 한다.

미, 남북정상회담 반대할 실리도 명분도 없어

향후 대화국면에서 가장 까다로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은 두 가지다.
우선, 비핵화의 범위다. 미국이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당신들 핵을 없애라”고 요구할 경우, 북은 “왜 우리만 없애느냐”고 반발할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고 북한이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 십기의 핵무기를 없애기 위해 수 천기의 미 보유 핵무기까지 동시에 폐기할 리는 만무할 것이다. 북한이 ‘현 단계 핵동결 및 조건부폐기’를 위해 어떤 조건을 내세울지에 따라 ‘이란 방식’으로 해결될지, 제3의 모델이 나올지는 전적으로 북미협상에 달려있다. 체제보장은 물론, 북미관계정상화를 통해 국제적으로 안정적 지위를 확보하면서 경제적 실리를 어느 선까지 추구하느냐가 초점이라는 얘기다.

'비핵화 범위' 어디까지 … 협상 최대 난제될 것

둘째, 북이 이번에 명시적 조건으로 내건 ‘체제 안전보장’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과 변수들이 예상된다. 분명한 것은, 비핵화가 북한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될 것은 확실하며, 이는 주한미군 전략자산 및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미간, 한국 내 남남 갈등이 예견된다. 난제 중 난제다.

모두 다 단기간 내에 해결될 수 없는 사항이다. 그러므로 북미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상당 기간 동안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초조해하거나 걱정을 가불해올 필요는 없다. 미국과 이란의 핵폐기 협상은 무려 3년이나 걸렸다.

북-미대화 국면선 철저히 중간자적 입장 취해야

어쨌거나 북-미대화가 시작된다면, 우리는 철저히 중간자적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다. 어느 한 쪽을 편들 경우 북미협상 자체가 순탄치 않음은 물론, 우리의 국익을 최대화시킬 입장과 지위를 스스로 내던지는 꼴이기 때문이다. 북한 편드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미국 내 강경파들의 ‘대화무용론’을 잠재우는 데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즉, 미국에 한미동맹에는 변화가 없다는 신호를 계속 보냄으로써 진정성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게 하는 한편, 북한에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의 수용을 촉구하는 것이 대화를 성공으로 이끄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비유건대, 축구와 농구를 동시에 잘 하라는 요구여서 미안할 정도지만, 우리에게 그 길 밖에는 없는 것이 현실이자 숙명이고, 비극이다.

생명안전과 평화에는 보수-진보 따로일 수 없다

결론적으로 환호를 올리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출발대는 확실하게 만들었다. 이 기조를 흔들림없이 끌고가야 한다. 이것이 지난 두 달간 남북 사이에 오간 대화의 귀중한 1차 산물이자, 남북이 한반도 ‘안전운전대’를 나란히 잡기시작했음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남북간 평창특사외교는 역사적 전기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전쟁없는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데 보수와 진보가 따로일 수 없다. 생명은 진영이나 이데올로기를 떠나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하다는 점에 다 동의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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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
이강윤<본지 편집고문>.
동아일보 기자. 문화일보 부장. 국민TV 이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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