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잇다⑧] 일본 공정무역의 제 3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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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잇다⑧] 일본 공정무역의 제 3의 길
민제교역(民際交易), 커뮤니티 트레이드, 윤회(輪廻)형
  • 2021.04.21 09:00
  • by 신명직 (구마모토 가쿠엔 대학교 교수)

"어린이는 도구를 들고 일하는 대신 연필을 들고 공부를 해야 합니다.(이크발 마시흐)" 이크발 마시흐는 수제 카펫 공장의 열악한 아동노동을 현실을 고발했고, 파키스탄의 1만 명의 어린이들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켰다. 하지만 처참한 생활환경은 시대와 장소를 바꾸어 여전히 동아시아에서 존재하거나 확대되고 있다. '거멀라마 자이 꽃을 보며 기다려 다오'를 통해 저자 신명직 구마모토가쿠엔 대학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네팔의 아동노동의 현실을 알리고, 아동노동과 이주노동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대안으로 '동아시아공생문화센터'를 설립했다. 작년 라이프인의 [마을잇기] 연재에서는 일본의 '무차차 농원'을 통해 공생무역의 개념을 확장해 국경을 넘어 동아시아의 마을들을 잇는 로컬-상생과 탈국가적인(transnational) 마을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올해 [마을잇기]에서는 일본의 페어트레이드를 통한 아시아의 마을 잇기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일본에선 다양한 형태의 페어트레이드 기업이 존재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을 세 군데 꼽으라면, 파시크(PARCIC)와 제3세계 숍, 그리고 마더 하우스를 들 수 있다. 

# PARCIC : 민제교역(民際交易)

▲ 도쿄 센슈대학에서 개최된 PARCIC 페어트레이드 마르셰 ©PARCIC Mボラ
▲ 도쿄 센슈대학에서 개최된 PARCIC 페어트레이드 마르셰 ©PARCIC Mボラ

파시크(PARCIC)는 1973년 설립된 파르크(PARC, Pacific Asia Research Center)가 그 전신이라 할 수 있다. 파르크(PARC)는 남쪽과 북쪽 사람들이 대등하고 평등하게 살아가기 위한 대안(Alternative)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활동을 시작한 이래, 파르크(PARC)자유학교, 잡지 '알터(Alter)'등을 발간해 왔다. 1989년 일본 국내 18곳에서 개최된 '피플즈 플랜 21세기'(PP21) 국제연대운동을 비롯해, 일본과 아시아가 연대경제를 이루기 위한 대규모 운동을 일본과 태국(1992년), 네팔 등지(1996년)에서 전개했다. 2003년에는 '파르크(PARC)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통해 연대경제의 주요 목표로서 토빈세, 지역통화와 함께 페어트레이드 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7년과 2009년, 필리핀 마닐라 등에서 개최된 '아시아 연대경제 포럼'을 통해 파르크(PARC)와 민제협력(Interpeoples' Cooperation:民際協力)이 결합한 파시크(PARCIC)가 탄생했다. 파르크(PARC)와 파시크(PARCIC)는 80-90년대 탄생한 민중교역이나 페어트레이드와 달리 70년대 초반부터 40-50년 동안 아시아연대경제 연장선상에서 연구와 활동을 계속해온 오랜 역사를 지닌 단체이자 기업이다. 파르크(PARC) 시절부터 계속해온 동티모르, 스리랑카 등과 민제협력뿐아니라, 말레이시아 어민, 팔레스타인, 시리아 난민들과의 민제협력, 동티모르 커피, 스리랑카 홍차, 허브티 등을 중심으로 한 페어트레이드(民際交易) 온라인숍 'Par Marche'도 운영하고 있다. 

# 제3세계숍 : 커뮤니티 트레이드(Community Trade)

▲ '제3세계숍'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카레 항아리' ©p-alt
▲ '제3세계숍'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카레 항아리' ©p-alt

'제3세계숍'은 가타오카 마사루(片岡勝) 씨가 미쓰비시 신탁은행(일본 최대은행인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의 전신) 일을 그만두고, 1986년 일본 최초로 설립한 페어트레이드 기업 '프레스 얼터너티브(Press Alternative)' 산하의 수입-판매 기업이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카레 항아리(壺)'. 향신료와 소스 등을 다양한 형태로 배합해, 화학조미료, 동물성 원료 등을 섞지 않은 세 종류 스리랑카 카레로,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페어트레이드 카레이다. 인도 염소가죽 공예 및 필리핀 수제 종이 제품 등도 인기 상품에 속한다.  

제3세계숍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얼굴이 보이는 관계. 따라서 제3세계숍은 '페어트레이드'라는 용어보다는 '커뮤니티 트레이드'라는 용어를 더 선호한다. 제3세계숍 파트너들이 처한 어려움이란 '빈곤'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파괴, 전통문화와 전통기술상실과 같은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한 기업이 아닌, 지역 전체(커뮤니티)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만 한다고 이들은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제3세계숍'을 통해 탄생한 커뮤니티 단체들로는 '여성을 위한 세계은행 일본지부'(WWBJapan), CWA(Community Work for Asia), '구스노키 깨끗한 마을' 등이 있다. '여성을 위한 세계은행 일본지부'(WWBJapan)는 26년간 일본 전국에 여성 중심 기업 1천 개 이상을 탄생시켰다. 이들 기업은 현재 대만, 필리핀, 미얀마 등으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CWA는 캄보디아를 비롯해, 네팔, 미얀마, 필리핀 등에서 사라지는 전통문화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프라이드를 갖고 이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각 지역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활동이다. 

'구스노키 깨끗한 마을'은 일본 야마구치 현 우베 시 구스노키(楠:녹나무라는 뜻)마을에 위치한 비영리단체이다.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버려진 차밭을 새로 일구고, 자급자족 마을을 만들어냈다. 최근엔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자연 양계, 야채, 과일 등을 재배하면서, 아시아의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가 만들어낸 물품들을 새로운 가공품으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커뮤니티 교역'을 진행시켜 가고 있다.  

# 마더 하우스(Mother House)

마더하우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이런 표현과 만나게 된다. "개발도상국이라고 싸잡아 표현하는 곳에도 가능성이 있음을 증명하고 싶다." 이와 같은 슬로건에 걸맞게 마더하우스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개발도상국 발 브랜드'라는 목표를 내걸고 2006년 방글라데시에서 처음으로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는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인도, 미얀마 등 6개 국가에서 생산하고, 일본을 비롯한 4개 국가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   

마더하우스 대표 상품은 가방이다. 기업 출발점이기도 한 방글라데시에서 주로 가방을 생산하고 있는데, 현재 방글라데시 직원만 250명이 넘는다. 방글라데시 공장에서 현지 특유의 가죽과 마를 사용해 가방과 가죽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네팔에서는 실크와 울, 캐시미어 등 다양한 천연소재를 사용해 어깨에 걸치는 긴 스톨을 생산해내고 있다. 인도 콜카타의 마더하우스 직영 공장에선 전통방식으로 수제 양복을 만들어내고 있고,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미얀마 등지에선 전통 세공기술을 활용한 귀금속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이들 제품생산과 관련해 주목해야할 점은, 이들 제품 모두 각 생산지 특성을 살린 소재를 발굴하고, 그 지역 전통방식으로 제품들을 생산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개성에는 우열이 없고 모두 각각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신념을, 아시아의 다양한 생산현장에서 구체화된 제품들로 증명해내고 있는 셈이다.  

▲ 마더하우스가 '소셜 빈티지'개념을 도입해 만들어 낸 브랜드 'Rinne(輪廻)' ©motherhouse
▲ 마더하우스가 '소셜 빈티지'개념을 도입해 만들어 낸 브랜드 'Rinne(輪廻)' ©motherhouse

이와 관련하여 마더하우스가 특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일하는 환경'이다. 겉보기엔 좋아 보이지만 금방 싫증이 나서 자원을 낭비할 뿐 아니라, 값싼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값싼 임금을 강요하는 페스트 패션과 달리, 조금 비싸더라도 오래 쓰고 값어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마더하우스는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급여체계 역시 싼 임금을 강요하기보다, 연금, 의료보험, 여가활동 등 현지 최고 노동환경을 갖추고 있거나 그런 환경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소 비싸지만 한 번 구입하면 오래 사용하는 물건을 만들겠다는 신념하에 '소셜 빈티지' 개념을 도입, 수리, 케어, 회수와 리사이클이라는 3단계 서비스를 마더하우스는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를테면 제품 케어 관련 전문지식을 가진 '케어 마이스터' 제도를 두고, 이들을 통해 제품 케어와 수리가 언제나 가능하도록 해, 늘 새로운 제품을 쓰는 것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제도를 마더하우스는 도입했다. 그뿐만 아니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제품은 회수하여 해체한 뒤 리메이크를 통해 새로운 제품(Rinne:輪廻/윤회)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제품회수에 협력한 사람들에게는 다른 제품 구매 시 1,500엔을 할인해주고 있고, 1,000엔 분은 개발도상국 공중위생사업에 사용하는 등 자원 재활용과 재생산까지 염두에 둔 시스템이다. 말 그대로 '소셜 빈티지'개념을 현실화시켜낸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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