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잇다⑦] 일본 공정무역의 두 유형 -유럽형와 생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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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잇다⑦] 일본 공정무역의 두 유형 -유럽형와 생협형
  • 2021.04.14 09:00
  • by 신명직 (구마모토 가쿠엔 대학교 교수)

"어린이는 도구를 들고 일하는 대신 연필을 들고 공부를 해야 합니다.(이크발 마시흐)" 이크발 마시흐는 수제 카펫 공장의 열악한 아동노동을 현실을 고발했고, 파키스탄의 1만 명의 어린이들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켰다. 하지만 처참한 생활환경은 시대와 장소를 바꾸어 여전히 동아시아에서 존재하거나 확대되고 있다. '거멀라마 자이 꽃을 보며 기다려 다오'를 통해 저자 신명직 구마모토가쿠엔 대학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네팔의 아동노동의 현실을 알리고, 아동노동과 이주노동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대안으로 '동아시아공생문화센터'를 설립했다. 작년 라이프인의 [마을잇기] 연재에서는 일본의 '무차차 농원'을 통해 공생무역의 개념을 확장해 국경을 넘어 동아시아의 마을들을 잇는 로컬-상생과 탈국가적인(transnational) 마을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올해 [마을잇기]에서는 일본의 페어트레이드를 통한 아시아의 마을 잇기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유럽형 페어트레이드

▲ 피플트리가 인도 생산자들과 만드는 패션 스톨 ©peopletree
▲ 피플트리가 인도 생산자들과 만드는 패션 스톨 ©peopletree

페어 트레이드 인증 라벨로는 유럽의 대표적인 인증라벨인 국제공정무역기구(Fairtrade Labelling Organizations, 약칭 FLO)라벨과 세계공정무역기구 (World Fair Trade Organizations, 약칭 WFTO)라벨 등이 있다. 일본 페어트레이드 기업 가운데 인정받은 기업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 '피플 트리(People Tree)'다. 

피플 트리를 처음 시작한 것은 영국 출신의 사피아 미니(Safia Minney)이다. 그녀가 처음으로 친환경 섬유를 기반으로 한 회사 '글로벌 빌리지'를 설립한 것은 1991년. 방글라데시 여성들이 만든 손가방과 옷 등을 출시한 뒤, 도쿄 지유가오카(自由が丘)에 매장을 연한 것은 1998년이다. 1996년 국제 페어트레이드 연합(IFAT: 2009 WFTO로 개칭)에 가입한 뒤, 1997년부터는 유기농 면을 사용한 페어 트레이드 패션 사업을 본격화했다. 

피플트리는 유기농 섬유 인증인 국제오가닉섬유기준협회(GOTS, Global Organic Textile Standard)를 2008년 세계 최초로 획득했으며, 뉴욕, 런던, 도쿄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과 콜라보 제품들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영국 여배우 엠마 왓슨과의 특별 공동 기획(2010년) 제품을 출시하기도 하고, 'WSGN 글로벌 패션 어워드 2010'에서 '최우수 지속가능한 브랜드 및 리테일러 상'을 수상하는 등, 글로벌 페어트레이드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현재 영국 ASOS(850개 이상의 패션 화장품 브랜드를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 공급하는 온라인망)등을 통해 전 세계 500여 매장에서 이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페어트레이드 초콜릿 부문에서도 일본 최고 초콜릿으로 성장했는데, 피플 트리 초콜릿이 2017년 'SPA(Social Products Award)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무역기구에서 세계 최초로 2013년에 페어트레이드 라벨인증을 획득하는 등, 라벨인증을 중시하는 일본의 유럽형 페어트레이드 기업으로 우뚝 서 있다. 

구마모토 가쿠엔 대학 페어트레이드 카페(Felicha/동아시아 공생 북카페) 학생들은 피플트리의 유기농 면으로 만든 제품들로 이루어진 패션쇼를 '동아시아 공생 영화제'(같은 대학에서 매년 개최되는)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 구마모토가쿠엔 대학 페어트레이드 서클 학생들이 '동아시아공생영화제'에서 피플트리 의상으로 패션쇼를 진행하고 있다. ©ShinMJ
▲ 구마모토가쿠엔 대학 페어트레이드 서클 학생들이 '동아시아공생영화제'에서 피플트리 의상으로 패션쇼를 진행하고 있다. ©ShinMJ

생협형 페어트레이드  

일본 페어트레이드 또 한 축은 생협 등을 중심으로 한 대안무역(Alter Trade Japan)이다. 페어트레이드란 이름 대신 민중교역(People to People)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한국의 4개 생협이 중심이 되어 설립된 '피플스 페어트레이드 협동조합'(PTCoop)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만, 민중교역이란 용어뿐 아니라 페어트레이드라는 용어도 함께 사용한다.  

ATJ의 출발은 1987년 필리핀 네그로스섬에서 마스코바도 설탕을 수입하면서부터이다. 설탕 국제가격이 폭락하여 기아 상태에 빠진 네그로스섬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기존 무역과는 다른 '대안'으로 직접 풀뿌리 민중교역을 시작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정식 기업으로 출범한 것은 1989년. 1989년에 필리핀 바랑곤 지역 바나나 수입, 1992년에 인도네시아 에코 새우 수입, 1993년에 자연농업으로 재배된 한국 '남도김치' 수입, 영국 페어트레이드 단체인 트윈(TWIN)과 함께 남미(1996년), 르완다(2005년) 커피를 수입하였고, 아시아 커피 컬렉션으로 라오스(2005년), 동티모르(2007년) 커피를, 2004년엔 팔레스타인 올리브유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최근엔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역 원주민으로부터 카카오 콩을 들여와 '파푸아 초콜릿'(2013년)을 선보이기도 했다. 

▲ ATJ의 출발점인 필리핀 마스코바도 사탕수수 농원 ©ATJ
▲ ATJ의 출발점인 필리핀 마스코바도 사탕수수 농원 ©ATJ
▲ 일본과 한국의 생협 등이 참가해 건립한 '호혜를 위한 아시아 민중기금' ©APF
▲ 일본과 한국의 생협 등이 참가해 건립한 '호혜를 위한 아시아 민중기금' ©APF
▲ ATJ와 함께 동아시아 공생문화센터(구마모토)가 만들어 공급하는 커피 '라오스의 향기'
▲ ATJ와 함께 동아시아 공생문화센터(구마모토)가 만들어 공급하는 커피 '라오스의 향기'

ATJ가 이룬 가장 큰 성과는 한국과 일본의 생협 등이 중심이 되어 '호혜를 위한 아시아민중기금'(Asian People's Fund)을 탄생시켰다는 점일 것이다. 2008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설립준비위원회를 만들어, 2009년 서울에서 일본, 한국, 필리핀, 팔레스타인,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파푸아 등 총 7개국 300여 명이 참석해 정식 설립총회를 가진 뒤 출범되었다. 한국과 일본의 참가 생협 조합원 수는, 한살림 생협(약66만), 두레 생협(약20만), 일본의 파르시스템(약152만), 그린코프(약42만), 생활 클럽(약 40만)만 해도 32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거대한 페어트레이드(민중교역)가 탄생한 것이다. 

구마모토 가쿠엔 대학 페어트레이드 카페와 '엔피오(NPO)법인 동아시아 공생 문화센터'에선 ATJ를 통해 구입한 라오스 커피 생두를 가공해 '라오스의 향기'라는 커피를 학내 편의점과 학생들이 운영하는 학내 페어트레이드 카페, 지역 생협 등에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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