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플라스틱③] 플라스틱 재활용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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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플라스틱③] 플라스틱 재활용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 2021.04.08 12:00
  • by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기후위기와 관련해 인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우리 목전까지 위협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문제 중 하나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는 것이다. 기적의 소재로 불리던 플라스틱은 왜 이렇게 미움을 사게 됐을까? 라이프인은 '쓰레기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의 연재 기고를 통해 플라스틱 문제를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 홍수열 소장(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 홍수열 소장(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플라스틱 순환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허용하되 사용하고 난 이후 쓰레기로 배출될 때 쓰레기로 처분(소각 혹은 매립)되거나 환경계로 투기되어 바다쓰레기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자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다시 플라스틱으로 순환되는 구조를 만든다면 플라스틱 사용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간의 '기대'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인간의 기대조자 녹록지 않다. 플라스틱이 다시 플라스틱으로 순환되기란 쉽지 않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절망스러울 정도로 낮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5년까지 65년 동안 생산된 플라스틱의 양은 83억 톤에 달하며, 이 중 58억 톤이 쓰레기 배출되었다. 58억 톤의 쓰레기 중 단 9%만이 재활용되었고 12%가 소각 처분되었으며 79%가 투기되거나 매립되었다고 한다. 대략적인 추정치에 불과하지만 실재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수치는 9%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중 다시 플라스틱으로 순환된 비율이 단 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사용하는 물질 중 플라스틱만큼 순환이 되지 않는 물질은 없다. 2016년 기준으로 보더라도 플라스틱 실질 재활용률은 12%에 불과하다. 독일의 경우만 하더라도 플라스틱 분리배출률은 38%에 불과하다. 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3% 정도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잘사는 나라나 못사는 나라나, 쓰레기 관리를 잘하는 나라나 못하는 나라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로 국한해서 보면 오십보백보다. 인간은 플라스틱 소비를 남용하기만 했지 소비의 결과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비에 젖어 이런 문제가 닥쳐올 줄 몰랐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플라스틱 재활용은 왜 이렇게 힘들까? 핵무기로 지구를 수백 번 멸망시킬 수도 있고, 우주선을 쏘아 화성까지 보내면서 기껏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이렇게 곤란을 겪을까? 엄밀하게 말하면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가능하다. 재질별, 색깔별로 모아서 선별한다면 재활용이 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이렇게 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플라스틱의 장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플라스틱은 너무나 다재다능하므로 다양한 재질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여러 재질이 중첩되어 복합재질 제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다양한 재질의 플라스틱 '어벤져스팀'이 연합하여 복합재질 포장재나 제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산소차단 능력이 뛰어난 재질과 수분차단 능력이 뛰어난 재질과 햇빛차단 능력이 뛰어난 재질을 한꺼번에 모아서 하나의 플라스틱 포장재로 만들고 있다. 가볍고 성형성이 뛰어난 플라스틱이 서로 다양한 재질이 연합하여 다양한 기능성까지 담보할 수 있으니 너도나도 플라스틱을 선호하게 된다. 기능성 측면에서만 보면 플라스틱은 신이 내린 물질이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그렇지만 재활용의 관점에서 보면 뛰어난 재능으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여 사용된다는 것은 약점으로 작용한다. 색깔도 다양해지고 물질의 성능이 다양해지면서 재활용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같은 재질과 같은 색깔끼리 모아야 같은 용도로 쓸 수 있는 재생원료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플라스틱 사용과 용도가 다양해지면서 같은 재질과 같은 색깔의 플라스틱을 따로 모으기가 힘들어졌다. 플라스틱 재활용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카멜레온처럼 다양하게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맞추어 변신할 수 있어서 사용량이 증가했지만, 너무 다양해졌기 때문에 재활용은 어려워지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플라스틱 재활용을 방해하는 근본 원인은 플라스틱 재질과 용도의 다양성에 있다. 같은 재질이라고 하더라도 용도에 따라서 첨가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물질의 성능은 미세하게 차이가 발생한다. 이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한이 없어진다. 동시에 소비자가 이 문제에 대응하기에는 아득해진다. 소비자가 플라스틱을 세척하고 라벨을 떼고 배출하는 정도만으로는 플라스틱 순환경제로 갈 수 없다. 결국 생산 단계나 재활용 단계에서 큰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생산단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제품설계가 단순해져야 한다. 마케팅의 관점에서는 포기할 수 없겠지만 겉보기 휘황찬란한 천박함으로 더 이상 순환경제로 갈 수 없다. 단일 재질, 단일 색상, 단일 디자인으로 가야 한다. 당장 갈 수 없더라도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 단일재질이 복합재질 ‘어벤져스팀’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기능성이 향상되어야 한다.

단기간에는 쉽지 않지만 생산자의 기술투자와 기술개발의 방향성을 단순하면서 화려한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잡는다면 중장기적으로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삼국시대 백제문화를 평가할 때 '검이불루(검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라고 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순환경제로 가는 제품의 설계 철학이 이렇게 설정되어야 한다. 겉보기 화려함이 아니라 재활용이 쉬우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축적된 세월의 누적된 고민이 필요하다. 순환경제를 향한 백년대계가 필요하다. 

생산단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한계가 있다. 플라스틱을 사용을 포기하지 않는 한 생산단계 혁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생산단계 혁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재활용 단계의 기술혁신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 즉 재활용 단계의 재활용 기술 개발을 통해 여러 재질과 색상, 첨가제가 섞여 있다고 하더라도 다시 플라스틱 원료로 쓸 수 있는 기술과 설비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녹여서 다시 재생원료로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플라스틱 기계적 물질재활용 기술의 업그레이드도 필요하지만 열분해 방식 등의 화학적 재활용 등 선진화된 기술의 개발 및 상용화도 필요하다. 

플라스틱 순환경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생산단계, 유통단계, 소비단계, 선별 재활용 단계 등 물질순환의 전 과정의 혁신이 필요하다. 기존의 오래된 관행과 경험만으로 앞으로 닥쳐올 격변의 시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이 현실에 안주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혁신을 선도하기보다 낡은 시스템의 생명을 연장하는 수단으로 오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변화의 시기 스스로를 깨부수는 개혁은 고통스럽다. 그렇지만 이러한 고통없이 새로운 미래는 없다. 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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