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능성 ③] 연구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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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능성 ③] 연구의 쓸모
  • 2021.04.06 09:00
  • by 신효진 (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연구교수)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위기라는 엄중한 두 단어로 대변되는 2020년, 그리고 2021년. '변화'가 필요한 시대라고 합니다. 그리고 관성적으로 '변화'와 '혁신'이란 단어를 사용하곤 합니다.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지만, 한편으론 어느 곳에서나 보이지 않는 그 모호한 변화를 우리는 기대하고 희망합니다. 그래서 그 희망의 조각들을 하나씩 모아보려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소셜벤처, 사회혁신, 체인지 메이커, 로컬 크리에이터 등 지역, 넓게는 사회와 관계를 맺고 변화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사례를 들춰보는 작업이 이미 익숙한 사례 훑어보기 정도에 그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사례들을 살펴보며 그 속에서 비롯된 변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을지 각자의 방식으로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편집자 주]

 

한국학술지인용색인(Korea Citation Index)에서 올해 2월까지 발표된 논문 중 논문 제목에 '사회적기업'이 들어간 논문은 2,280건, '협동조합'은 593건, '사회혁신'은 278건으로 검색된다. 학술논문 외 연구용역까지 포함하면 사회적경제, 사회혁신을 주제로 진행된 연구의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 많은 연구가 연구자 개인의 어느 날 갑자기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사회적경제 영역의 실천 현장과 연구 현장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그동안 쌓여 온 현장의 고민과 문제제기가 이론적 탐색 과정을 거쳐 재해석되고, 때론 현장의 변화에 앞서 이론을 통해 흘러가는 현상을 포착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나온 연구 결과물은 소수의 사람에게만 읽힌다. 연구가 현장을 겉돈다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연구의 쓸모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몸으로 부딪치며 만들어가는 소중한 사례에서 실마리를 찾아보려 한다.

#연구의 스펙트럼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연구는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하여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진리를 따져보는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어느 한 문제를 풀려면 그와 연결된 다양한 이슈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연구란 어쩌면 이 복잡한 세상에서 혼자 막막해하기보다 함께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여정일지 모른다. 그 여정에 참여한 이들에 따라 연구의 스펙트럼을 살펴본다면, 대학을 비롯해 연구기관 등에 속한 전업 연구자의 학술연구부터 현장 활동가 혹은 시민의 연구, 그리고 이 둘 사이에 놓여 있는 중간계(!) 연구를 들 수 있다. 

 

#모두에게 열린 연구 

요즘은 '전업' 연구자가 아닌 현장 활동가 혹은 시민의 연구 참여가 적극적으로 권장되고 있다. 희망제작소는 작년 8월 온갖문제연구소라는 플랫폼을 통해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시민 누구나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연구 경험이 없는 활동가이지만 현장에서 비롯된 문제의식을 연구로 풀어갈 기회도 다양하다.

NPO지원센터는 '활동가 역량 향상을 위한 연구지원사업 <활력향연>'을 통해 활동가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세이프넷지원센터의 '사회적경제 현장연구 지원사업', 모심과살림연구소의 '한살림 생명협동연구 공모사업'은 사회적경제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안고 있는 문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현장의 바쁜 일상 속에 던져두었던 활동가의 물음은 연구에 참여하는 과정에 스스로 답하면서 천천히 채워진다. 누군가 해주길 바랐던 연구를 직접 실행하며, 지속가능한 활동의 기반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 온갖문제연구소(https://lab.makehope.org/)  
▲ 온갖문제연구소(https://lab.makehope.org/)  

#변화를 궁리하는 활동연구

듣는연구소와 진저티프로젝트는 현장의 실천과 연구를 잇는 곳이다. 연구 스펙트럼의 중간계에 놓여 있는 조직들로 거칠게 표현했지만, 현장의 필요와 이론을 통한 해석, 그리고 사회의 구조라는 각 꼭짓점을 연결하며 연구의 상상력을 확장하고 있다. 

듣는연구소 우성희 대표는 듣는연구소의 연구를 '활동연구'라고 부른다. 현장의 지난한 경험 속에 쌓인 암묵적 지식과 내부 용어를 학문적 해석을 통해 공론장으로 끌어올리는 활동연구는 현장의 변화를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당사자의 참여가 중요하다. 변화를 추동할 주체가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이로 참여해 의견을 내는 정도가 아니다. 연구자료 수집을 위한 워크숍에 참여하고 연구자료를 해석하고 연구결과물을 함께 검토하며 정책 제언을 한다. 따옴표 안에 머물러있던 의견은 생생하게 드러난다.

듣는연구소가 지향하는 변화는 연구 결과를 읽는 사람에게 움직임(moving)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는 당연했던 것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 흔히 쓰이는 연구 방법을 탈피하는 것, 정책에 현장의 시간과 움직임을 반영하는 것처럼 연구를 새롭게 보고자 하는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시도를 담은 연구 결과물 모두 '움직임' 그 자체이다. 

▲ 듣는연구소(http://findinglab.kr/)
▲ 듣는연구소(http://findinglab.kr/)

지난 3월 20일, 서울 을지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디자이너, 연구자, 활동가들의 연대체인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와 도시 문제와 예술의 경계를 리서치하고 작업하는 리슨투더시티 등은 청계천을지로 산업유통생태계 및 사회적 자본 홈페이지를 오픈했다.

청계천/을지로의 산업적, 역사적, 관계적 가치와 의미를 가시화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각화하여 온라인에 구체화한 것이다. 현실을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협동하는 과정을 거쳤고 그 결과 공동체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사회 변화의 맥락을 읽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고, 그리고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 읽는 연구의 좋은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장과 학문의 간극을 좁히는 연구의 쓸모에 대한 뾰족한 답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끊임없는 질문이 조금씩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동하며 공동의 인식을 성장시키는 연구의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 청계천 을지로 산업유통생태계 및 사회적 자본 홈페이지(https://social-capital.cheongyecheon.com/)
▲ 청계천 을지로 산업유통생태계 및 사회적 자본 홈페이지(https://social-capital.cheongyeche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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