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잇다⑤] 최저시급 260원을 강요하는 국경-공정무역은 국경의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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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잇다⑤] 최저시급 260원을 강요하는 국경-공정무역은 국경의 민주화
  • 2021.03.31 09:00
  • by 신명직 (구마모토 가쿠엔 대학교 교수)

"어린이는 도구를 들고 일하는 대신 연필을 들고 공부를 해야 합니다.(이크발 마시흐)" 이크발 마시흐는 수제 카펫 공장의 열악한 아동노동을 현실을 고발했고, 파키스탄의 1만 명의 어린이들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켰다. 하지만 처참한 생활환경은 시대와 장소를 바꾸어 여전히 동아시아에서 존재하거나 확대되고 있다. '거멀라마 자이 꽃을 보며 기다려 다오'를 통해 저자 신명직 구마모토가쿠엔 대학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네팔의 아동노동의 현실을 알리고, 아동노동과 이주노동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대안으로 '동아시아공생문화센터'를 설립했다. 작년 라이프인의 [마을잇기] 연재에서는 일본의 '무차차 농원'을 통해 공생무역의 개념을 확장해 국경을 넘어 동아시아의 마을들을 잇는 로컬-상생과 탈국가적인(transnational) 마을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올해 [마을잇기]에서는 일본의 페어트레이드를 통한 아시아의 마을 잇기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사고는 누구의 책임인가?

페어트레이드 활동을 하다 보면 늘 듣는 질문이 있다.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데, 왜 먼 나라 사람들까지 도와줘야 하느냐, 혹은 누군가를 도와줘야 한다면, 먼저 가까운 이웃부터 도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물음의 전제라 할 수 있는 "도와준다"라는 표현이 과연 합당한 표현인지 먼저 검토해야만 할 것이다. 페어트레이드가 개발도상국 생산자를 그저 '도와주는 것'이란 말속엔 많은 사실관계가 무시되거나 생략된 선진국 중심주의가 숨어 있다.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사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보다 보면 이 문제는 어쩌면 저절로 해결될지도 모른다. 

셔츠 인건비 '9,000원 vs 260원'

2013년 4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부근 사발(Savar)에서는 의류공장 붕괴사고가 일어나 지상 8층인 라나 플라자(Rana Plaza)가 그대로 무너졌다. 이 사고로 1,129명이 사망하고 2,5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의류공장 화재 및 붕괴사고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인근에서만 6개월 동안 4건이나 발생했다. 4월에 발생한 붕괴사고는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예고된 것이었지만, 그냥 방치한 채 3천여 명이 그대로 작업을 하다 대형 사고를 당한 것이다. 

▲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2013년) 현장 ⓒThe Rana Plaza Arrangement
▲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2013년) 현장 ⓒThe Rana Plaza Arrangement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방글라데시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의류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란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5년 동안 방글라데시 의류시장은 급성장했다.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은 전 수출산업에서 80%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바로 이와 같은 의류산업 급성장이 의류공장 붕괴사고를 불러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국제노동인권협회가 조사한 것을 미국 씨엔엔(CNN)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셔츠 한 장을 만드는데 미국에서는 원재료비 6천 원(5$), 세탁비 9백 원(0.75$), 인건비 9천 원(7.47$), 도합 1만6천 원(13.22$)이 드는데 비해, 방글라데시에서는 원재료비 4천 원(3.3$), 세탁비 240원(0.20$)에, 인건비 260 원(0.22$)을 더해 총 4,500 원(3.72$)이 든다. 이 가운데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인건비이다. 셔츠 한 장을 만드는데 드는 인건비가 9천 원(미국) 대 260원(방글라데시), 방글라데시 인건비는 미국 인건비의 2.8%에 불과하다.  

▲ 데님셔츠 1장 생산비용 비교(미국/방글라데시) ⓒCNN
▲ 데님셔츠 1장 생산비용 비교(미국/방글라데시) ⓒCNN

일본 대학생들에게 미국 인건비 '9천 원(9백 엔)'을 이야기하면, 모두 자신의 아르바이트 시급과 비슷하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그럼 누군가가 너희들 아르바이트 시급을 260원(26엔)밖에 줄 수 없다고 한다면 너희들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으면, 학생들은 즉시 말도 안 된다며 모두들 피식 웃는다. 하지만 이 말도 안 되는 35배의 격차(글로벌 양극화)가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현실이었고, 이와 같은 사실이 그곳 의류공장 붕괴사고를 불러일으켰다. 하청의 재하청을 반복하면서 임금은 점점 더 싸질 수밖에 없었고, 마스크와 환기는 물론 안전한 공장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한 탓에, 의류공장은 붕괴될 수밖에 없었고, 수천 명의 목숨 또한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9천 대 260'의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그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는 것이다. '공정하지 않은(unfair)' 기울어진 운동장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국경'이었다. 어떤 이들은 국경만 없애면 곧바로 운동장이 평평해질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곤 하지만, 국경이 사라지는 순간 소수의 도시는 넘쳐나는 사람들의 지옥으로, 대다수 지구촌 마을들은 황량한 지옥으로 변모되어 운동장 자체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국경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유연화', '민주화'할 필요가 있다. 페어트레이드는 이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 간의 교역을 유연화, 민주화해서, '9천 대 260'이라는 기울어진-불공정한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의류공장 붕괴, 누구 때문인가?

아래 사진 한 장을 주목해보자.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사고가 나자, 뉴욕의 청년들이 대표적인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체인 갭(GAP)에게 사고 책임을 묻는 시위 장면이다. 이들은 왜 방글라데시 공장 책임자에게 붕괴 책임을 묻는 대신, 글로벌 패션업체인 '갭'에게 항의를 하는 것일까? 

'갭'이 방글라데시 의류공장에 하청을 준 명품 대기업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물론 '갭'만이 아니다. 리바이스(Levi’s), 나이키, 이탈리아 베네통, 스페인 망고(Mango)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40여 개 기업이 붕괴사고가 난 방글라데시 의류공장에 하청을 주고 있었다.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업체 에이치앤엠(H&M)도 예외는 아니었다. 글로벌 지점 5천여 개를 소유하고 있는 H&M 본사는 스웨덴에 있다. 그곳 스웨덴에서는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붕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소녀가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가 필요한지'를 H&M 회장에게 묻는 포스터도 등장했다.  

▲ (왼쪽)방글라데시 붕괴공장의 원청회사 GAP 반대시위 "죽음의 트랩 없애라" ©Justin Sullivan-Getty Images (오른쪽) 붕괴공장에서 H&M 제품도 발견되었다. H&M회장과 가족을 잃고 우는 소녀 ©AVAAZ.org  
▲ (왼쪽)방글라데시 붕괴공장의 원청회사 GAP 반대시위 "죽음의 트랩 없애라" ©Justin Sullivan-Getty Images (오른쪽) 붕괴공장에서 H&M 제품도 발견되었다. H&M회장과 가족을 잃고 우는 소녀 ©AVAAZ.org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공장 책임자에게 있다. 하지만 그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다름 아닌 글로벌 패스트패션 회사들의 임금 깎기였다. 9천 대 260도 모자라, 260 이하로 임금을 쥐어짜려 했기 때문이다. 의류공장 붕괴의 숨겨진 진짜 책임자들은 바로 글로벌 패스트패션 기업 대표들이다. 

그게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붕괴사고 직후 뉴욕 타임스는 사고 현장에 널부러진 유명한 브랜드 명품 옷들을 비춰주며 이런 제목을 붙여놓았다. "문제는 당신의 피부가 맞닿아 있는 곳에 있다"고. 공장 안전 책임자 뒤에 보다 값싼 생산비만을 추구하던 글로벌 명품 패스트패션 기업 대표들이 있었다면, 그들 뒤엔 명품 브랜드로 포장된 값싼 패스트패션만을 쫓는 소비자들이 있었음을 뉴욕 타임스는 잊지 않았다. 

문제는 '생산자'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있음을, 붕괴사고 책임은 GAP 사장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비판하는 청년들 자신에게도 있을 수 있음을 신문은 지적하고 있었다. 문제 해결 방식 역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소비자에게 '피부가 맞닿은 곳', 바로 소비가 이루어지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적정한 가격을 지불한 소비, 9천 대 260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조금은 더 유연하고 민주적인 국경에 기초한 교역, 곧 '페어 트레이드'에 기초한 소비가 이루어질 때, 제2 · 제3의 의류공장 붕괴와 희생은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그렇게 만들어낸 명품 패스트패션 제품 가격이 과연 저렴한가 하는 점이다. H&M과 GAP, 유니클로와 같은 패스트패션 제품들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성이 뛰어나면서도 값이 저렴하다는 점이지만, 따지고 보면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필요에 의해 옷을 생산해내는 것이 아니라, 일단 유행에 맞춰 옷을 만들어 놓다 보니 라벨을 뜯지도 않고 곧장 소각로로 가는 옷만 해도 연 10억 벌(2018년/일본)이나 된다. 엄청난 양의 패스트패션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낸 결과, 화학섬유 염색과정에서 바다에 뿌려진 플라스틱은 생수병 500억 개 분량(매년)이며, 공기 중에 배출된 탄소량은 국제선 비행기와 선박이 뿜는 탄소를 합한 것보다도 많다. 

생산되자마자 버려지는 의류 생산비용과 소각비용, 거기에다 바다와 하늘을 오염하는 비용까지 보태면, 패스트패션 생산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일 수 있다.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 적정한 생산가격과 지속가능한 소비, 페어트레이드만이 유일한 해결책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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