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갑자기 등장한 돌봄 문제? 사경이 기울여온 지속적인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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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갑자기 등장한 돌봄 문제? 사경이 기울여온 지속적인 노력
  • 2021.03.29 17:20
  • by 송직근 대덕공동체지원센터 사무국장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우리는 갑작스러운 돌봄 공백에 크게 당황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당연해서 그 중요성을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던 돌봄 문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맞이했는지도 모른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는 이전부터 돌봄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주목하고, 돌봄에서 개인은 물론 지역공동체, 지자체, 정부가 각자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을 해왔다. 대덕구공동체지원센터의 송직근 사무국장이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다양한 돌봄 실험에 대해 돌아보는 글을 라이프인에 보내왔다. [편집자 주]

 

▲ 송직근 대덕구공동체지원센터 사무국장.
▲ 송직근 대덕구공동체지원센터 사무국장.

대전 대덕구에는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민들레의료사협)이 있다. 민들레의료사협은 2002년 8월 '건강은 혼자 지킬 수 없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303명의 지역주민과 의료인이 모여 대전민들레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으로 시작되었고, 2012년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2013년 현재 명칭인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ㆍ창립했다. 

창립부터 오늘까지 지난 19년은 민들레의료사협의 도전의 역사다. 지역사회와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따른 다양한 실험의 결과가 오늘의 민들레의료사협이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은 의약분업 찬반논란과 항생제 과다처방 등 의료에 대한 전국민적 불안이 있었다. 자연히  '믿을 수 있는 의료기관'에 대한 지역사회의 요구는 높아졌다. 뜻있는 의료인과 지역주민이 협동해 환자권리장전준수, 적정진료, 주치의 제도를 지향하는 협동조합 의료기관(의원, 한의원)을 설립했다. 

의료협동조합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자 지역주민들은 진료과목 확대에 대한 욕구와 동시에 운영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치과의원 개원으로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고령자와 장애인 비율이 높은 지역 주민구성의 특성에 따라 방문서비스 수요가 높았고, 외부와 교류가 적은 탓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재가장기요양기관인 노인복지센터와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게 된 이유다. 

2010년에는 창립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운영했던 보건예방실의 건강소모임 등 보건예방활동과 조합원 건강관리를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건강검진센터를 개설했다. 

2013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창립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지역사회건강증진에 집중했다. 지역사회는 공적서비스의 중복과 누락, 미충족 서비스로 인한 공백 등의 문제가 있었으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고, 자체기금으로 여성, 아동, 노숙인 등 의료취약계층 진료지원사업부터 시작했다. 이후 대전비영리협동조합연대 기금과 iCOOP씨앗재단 기금 등으로 해고노동자 건강검진지원사업, 외국인노동자 진료지원 등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기 시작했다.

2015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역사회주도형 노인건강돌봄사업은 민들레의료사협 활동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 사업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가진 자원을 통해 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aging in place를 실현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인 셈이다. 민들레의료사협의 고민은 지원사업 종료 후에도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있었다. 조직을 개편했고, 필요한 서비스는 지역의 자원을 연결하거나 새롭게 만들었다. 

민들레의료사협은 기능적으로 조합사무를 담당하는 사무국, 조합원 활동을 지원하는 조직국과 의료기관을 포함한 사업소로 나누어 운영하고, 이를 이사회와 총회가 점검하는 형태를 갖추고 있었으나, 지역사회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일차의료센터(의원, 한의원, 치과, 건강검진센터), 재가의료를 담당하는 지역사회의료센터(양방, 한방, 방문구강관리, 가정간호, 작업치료 등), 케어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주민참여건강증진센터로 조직을 개편했다.

ⓒPixabay. Gerd Altmann
ⓒPixabay. Gerd Altmann

지역으로 들어갈수록 욕구는 명확해졌고, 빈틈은 커 보였다. 작은 도움만으로도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앨 수 있었고, 잠시 머물며 회복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시설이나 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없앨 수 있었다. 때로는 지역 내에서 수요와 공급을 잘 연결만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과제를 중심으로 2020년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에 참여했고, 총 3개의 협동조합 창업을 도왔다.

2016년 '나를 돌보라, 서로돌보라, 공동체를 돌보라'를 실천하기 위한 건강리더 양성과정을 시작했다. 다양한 건강지식을 습득해 나와 가족, 이웃과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일을 주민들과 시작했다. 건강리더는 수료 후 지역건강조사, 말벗, 이동지원 등의 활동을 진행했고, 좀 더 지속적이고, 전문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20년 5월 ‘건강리더 협동조합’을 창립했다. 건강리더 협동조합은 지역사회 및 지역주민의 건강자치력 향상, 지역주민 및 조합원에 대한 건강관리 및 돌봄서비스 제공, 돌봄이 필요한 주민 및 가족의 자립생활과 질병예방 지원, 건강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 양성 및 교육을 주 사업으로 한다. 창립 후 건강리더 협동조합은 2020년 경증치매 어르신 돌봄, 이웃이 함께하는 동네돌봄 활동가를 양성하고, 경증치매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한 커뮤니티케어 모델 개발에 충남대학교와 함께했다. 만성질환자, 장애인, 노인 등을 대상으로 튼튼 낙상예방 운동프로그램과 똑똑 우울예방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대면・비대면으로 진행했다. 건강리더 협동조합의 건강반 활은 낙상예방 효능감과 삶의 만족도 증가, 우울감 감소 등 참여자들의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냈다.

2020년 7월에는 건강하고 안전한 노년 돌봄 환경을 위한 사업, 노인돌봄을 위한 통합상담 및 서비스 제공 사업, 돌봄 서비스 광고 및 온라인 유통・판매 사업,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 양성 및 교육사업, 돌봄 인력 구인・구직 사업을 주 사업으로 하는 '조인케어매니저 협동조합'을 창립해 돌봄 욕구를 가진 이용자의 맞춤 정보제공과 서비스 연계 관리 플랫폼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서로돌봄 협동조합'은 장・단기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돌봄 서비스 제공, 가족상담 및 교육사업, 지역돌봄을 위한 공간시설 운영 및 임대사업을 주사업으로 2020년 7월 창립했다. 서로돌봄 협동조합이 주목한 모델은 '중간집'이다. 중간집은 병원에서 막 퇴원하였거나 질병과 장애에 따른 불편으로 재활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24시간 돌봄을 하며 회복을 돕는 공간을 의미한다. 식사, 수면 등 일상생활 지원서비스와 재활을 위한 의료서비스 연계, 이용자 가족상담 및 교육 등을 주로 제공한다. 민들레의료사협의 임대계약기간이 남은 공간과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내부공사 지원을 통해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4개월 동안 중간집 시범운영을 진행했다. 87세 노인 1명, 보호자 1명이 3일간 이용했고, 65세 이상 노인 17명, 보호자 3명이 중간집을 체험했다. 건강체크, 생활지도, 요리활동 및 식사제공, 그림책 읽기, 노래와 율동, 병원 진료예약 및 동행, 보장구 사용, 휴대폰 이용법 안내, 퍼즐 및 색칠활동 등이 제공되었다.
결론적으로 이용자의 만족도는 높았다. 하지만, 이용자 수에 상관없이 서비스에 필요한 인력이 고정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데, 효율적으로 운영을 위한 적정 인원 및 시설규모와 운영방식을 설계하는 것은 과제로 남았다. 

올해는 건강한 먹거리와 건강 콘텐츠를 생산하는 협동조합을 실험할 예정이다. 민들레의료사협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지역주민들이 출자, 이용, 운영하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이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요자의 욕구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고, 그에 따르는 실험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시작부터 실행과 결과까지 지역주민(조합원)이 함께 결정하고, 책임지기 때문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법인이므로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배당하지 않고, 문제해결을 위해 재투자하기 때문에 운영이 활성화될수록 지역사회가 건강해지는 구조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지역사회의 욕구(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마다 구성원이 다르듯 지역사회의 돌봄욕구도 서로 다르고 다양하다. 지역마다 다양한 실험이 필요한 이유이자 한 가지 모델일 수 없는 이유다. 지역 특성에 맞는 자유로운 실험이 선행될 때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지역사회에 안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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