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능성 ②] 변화의 여지(room)를 담은 지역의 공간(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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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능성 ②] 변화의 여지(room)를 담은 지역의 공간(room)
  • 2021.03.23 09:00
  • by 신효진 (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연구교수)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위기라는 엄중한 두 단어로 대변되는 2020년, 그리고 2021년. '변화'가 필요한 시대라고 합니다. 그리고 관성적으로 '변화'와 '혁신'이란 단어를 사용하곤 합니다.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지만, 한편으론 어느 곳에서나 보이지 않는 그 모호한 변화를 우리는 기대하고 희망합니다. 그래서 그 희망의 조각들을 하나씩 모아보려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소셜벤처, 사회혁신, 체인지 메이커, 로컬 크리에이터 등 지역, 넓게는 사회와 관계를 맺고 변화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사례를 들춰보는 작업이 이미 익숙한 사례 훑어보기 정도에 그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사례들을 살펴보며 그 속에서 비롯된 변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을지 각자의 방식으로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편집자주]

 

일상이란 추구하는 삶의 방향에 따라 다양한 생활의 요소를 때에 맞춰 채우고 빼고, 그렇게 조정해가는 과정의 연속일지 모른다. 어느 하나가 부족할 때 혹은 넘칠 때 생활의 균형은 쉽게 무너져 내린다. 그래서 자신의 우선순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의 요소들을 엮어 일상의 얼개를 꾸린다.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진 자원을 선택하고 조합하는 것은 개인만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 민-관, 변화를 위해 함께 모이다

어느 하나만으로 지역의 변화, 혁신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지역이 놓여 있는 사회·문화적 환경,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가진 경험과 역량 등을 고려하여, 즉 우리 지역의 맥락에 따른 실행이 필요하다. 물론 그 실행은 달성하려는 목표를 향한 것이어야 한다. '더 나은 지역사회로의 이행',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구축' 그 무엇이 되었든 나와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역사회를 만든다는 하나의 목적을 깊게 고민하며, 다양한 기능 단위들을 목적 중심으로 결합해야 한다. 

협업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닻을 단단히 고정할 필요가 있다.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될 때 흔들리지 않고 목적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2018년 행정안전부에서 시작한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사업(이하 소통협력공간)은 새로운 방법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여 지역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의 사회혁신 플랫폼 사업이다. 지역을 바탕으로 유형의 공간과 무형의 콘텐츠를 한 곳에 어우르는 이 사업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위탁 운영을 하는 민간 주체 등 여러 관계자의 협력 속에 나아가고 있다. 

▲ 소통협력공간 현황 [이미지=필자]
▲ 소통협력공간 현황 [이미지=필자]

✋잠깐,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사업이란?
지역혁신 거점공간 조성, 지역프로젝트팀 입주(지역공동체, NPO, 사회적경제조직 등) 및 분야별 전문 지원, 지역밀착형 리빙랩, 저변 확대(홍보, 컨퍼런스 개최 등), 혁신 사례 연구 및 아카이브를 주요내용으로 하며, 최대 3년 지원의 공모사업 방식으로 운영된다. (참고 : https://happychange.kr/project/소통협력공간/)

 

 현재 6개 지역이 선정되어 사업을 추진하거나 준비 중이다.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지역을 관찰하고 지역의 이슈를, 또 사람을 발굴해 활동으로 엮어내는 작업이 한창인 춘천, 전주, 제주, 대전 4곳의 사례를 살펴보려 한다. 주민 참여는 사회적 협력의 공유지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 발굴 : 뜻밖의 사람

사회혁신전주(커먼즈필드전주)는 지역사회 문제를 발굴·해결하는 <요즘 것들의 탐구생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청년(만 18세~39세) 1인이 꼭 참여하도록 하였다. 청년들의 지역사회 활동 경험과 기회를 자연스럽게 만든 것이다(올해는 더욱 지역의 문제해결에 중심을 두어 <요즘 것들의 사회혁신>으로 사업명이 변경되어 진행된다). 

작년에 선발된 100팀은 4개월간 각각 로컬, 세대 등의 주제로 소통하며 커뮤니티란 지속가능한 삶의 기반, 상상을 실현시키는 가장 좋은 활동, 결핍을 메우는 행위, 뜻밖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는 곳이란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혼자서 무언가를 하려는 청년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공간에 기대어 지역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려는 청년들이 모였다. 이들을 확인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값진 성과이다. 이제 그 씨앗을 어떻게 키워갈지에 대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 사회혁신 전주, '요즘것들의 탐구생활Ⅱ' 성과공유회 현장 ⓒ 사회혁신전주

# 소통 : 우리 동네 토크쇼

커먼즈필드춘천은 지난 한 해 함께 즐기는 채식 문화를 고민하는 '춘천채식모임', 생활 속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려는 '플라스틱없을지도', 육아에 지친 엄마를 대신해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춘천의 음식점과 카페를 발굴하는 '아빠만 믿어' 등 다양한 관심사로 모인 52곳의 모임 활동을 지원하였다. 

개인의 경험을 공유하며 나누는 각각의 모임에서 밀도 높은 소통이 이루어진다. 일상과 밀접한 주제로 모임이 이루어졌고, 그 만남이 우리 동네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과정에서 그동안 몰랐던 우리 동네를 재발견하기도 한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를 가져오지 못해도 축적된 관계망이 미래에 어떤 기회와 만나 확장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 커먼즈필드춘천, 커뮤니티 지원사업 활동공유회 현장 ⓒ 커먼즈필드춘천  

# 실험 : 무수한 호기심이 해결되는 공간

커먼즈필드대전은 작년 대전을 하나의 연구대상으로 삼은 4곳의 시민랩을 지원했다. 각각의 시민랩은 버려지는 '커피찌꺼기'로 인한 환경오염을 고민하며 퇴비화 작업 등 재자원화 방식을 실험하고, '지역화폐'로 주민과 상인의 호혜적 관계를 쌓고 마을의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려 시도하고, 주민들이 직접 지역의 먹거리·놀거리·볼거리를 찾아 '온라인 마을지도'를 만들고, 대전의 창작자들이 협력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제작'하며 지역경제 선순환을 고민하였다. 

일상 속 환경오염에 대한 고민, 지역 안에서 돈과 관계가 선순환되는 경제 구조에 대한 기대, 우리 마을의 구석구석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사실 이미 우리에게 있다. 시민랩은 이 욕구를 구체적으로 해결해볼 기회이다. 일단 무언가 시도해볼 수 있다. 그 과정과 결과는 소통협력공간이라는 플랫폼을 거쳐 지역사회 안에서 공유·확산된다. 

▲ 대전, 동구 온라인 마을지도 ⓒ 동구꺼리지도
▲ 대전, 동구 온라인 마을지도 ⓒ 동구꺼리지도

# 연결 : 홀로 두지 않기

제주시소통협력센터는 지난 한 해 '가정 밖 청소년·청년 자립지원', '건강한 먹거리 기반 커뮤니티 돌봄', '공유이동수단을 활용한 대안이동'이란 지역의 도전과제를 두고 지역의 분야별 기관과 단체는 물론 외부 전문가들과 협력했다. 그 연결을 통해 제주지역 청소년 전문기관들의 네트워크 조직이 중심이 되어 요식업과 운송업 분야에서 청(소)년 인턴십 과정이 운영되고, 한살림제주와 지역주민의 참여 속에 나눔냉장고를 설치하고, 제주 원도심 일대에 전기자전거를 활용해 극심한 주차문제 완화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었다. 

지역 안팎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하는 방법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도는 서로의 자원을 공유하며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이다. 어느 한 주체의 역할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 이미 사회의 복잡성은 심화되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해결주체를 찾고 이들을 연결해야 한다. 홀로 두지 않고 함께하는 것, 변화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 제주, 나눔냉장고 ⓒ 한살림제주 

우리의 일상은 OX 퀴즈처럼 단순하지 않다. 지역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들 앞에서 둘 중 하나의 선택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여러 관점을 가진 이들이 부단히 만나 소통하며,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가능성을 시도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 과정들이 쌓여야 신뢰를 바탕으로 나아갈 수 있다. '소통협력공간'은 물론 지역의 변화를 추동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다. 지역사회에 하나의 닻(anchor)으로 일상의 실험을 뒷받침하는 그 움직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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