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탐방] 혁신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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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탐방] 혁신의 끝은 어디일까?
㈜이루다 문동훈 실장 인터뷰
  • 2021.04.06 10:25
  • by 김정란 기자

모두가 사회혁신을 말하지만, 사회혁신은 한 분야의 전문가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 본질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들이 있지만, 이들만의 힘으로는 진정한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 같던 기업들도 자선 방식의 사회공헌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학문의 전당이었던 대학교나 연구기관도 연구 결과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사회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현장에 참여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기업, 민간단체, 학교, 기관 등을 통해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사용자, 전문가들과 함께 안저카메라 개발을 위해 모인 사람들. ⓒ이루다
▲ 사용자, 전문가들과 함께 안저카메라 개발을 위해 모인 사람들. ⓒ이루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이루다(이하 이루다)는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회사다. 주로 고주파 에너지 레이저, 광학 기술을 이용해 피부과용 의료기기를 비롯한 수술용 의료기기를 주로 만들고, 해외 수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이 회사는 안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휴대용 안저카메라를 만들어냈다. 이 제품은 2019년 조달청 혁신시제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어쩌다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게 됐을까? 이루다 문동훈 실장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왜 미용기기가 아닌 안저카메라인가요?

2015년, 한 젊은 안과 의사가 이루다를 방문했다. 이 의사는 '휴대용 안저카메라'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안저카메라는 말 그대로 안저(眼底)를 찍어 눈에 이상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의료기기다. 안과에 방문했을 때 턱과 이마를 대고 검사하는 장비를 떠올리면 된다. 이 장비는 안과를 방문해야지만 검사를 받을 수 있어 가까운 곳에 안과가 없는 지역이나, 노약자,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취약 계층의 의료 접근성이 낮다.

눈은 인체 부위 중 가장 약한 부위이고, 이상이 있으면 빨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한 부위이기 때문에 이 기기의 개발은 꼭 필요했다. 하지만 이루다가 이 장비를 꼭 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결국 이루다는 이 장비 개발을 시작했다. 문 실장은 "의료기기를 만드는 회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개발하는 제품의 특성상 사회적 가치와 연관이 아주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우리 회사의 사명이 '의미있는 삶을 위한 가치지향적 기업이다. 회사에서 마침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이기도 해서 이 제품 개발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서 더욱 빠른 진단을 받을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는 것이 의료기기 전문 기업의 사회가치 창출을 실현할 수 있는 창구로 본 것.

문 실장이 이야기하는 의료기기의 특성이라는 것은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이다. 장비를 개발한 사람들은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법상, 실제 상황에서 기계를 쓸 수 없다. 때문에 사용자와 전문가가 함께 하는 리빙랩 방식이 적절했다. 문 실장은 "처음 개발을 제안하셨던 교수님이 본인뿐 아니라 안과, 내과 다른 병과 선생님, 간호사, 의료사협 등까지 개발을 원하는 분들을 다 모아주셨다. 그래서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과하지 않은, 꼭 필요한 기능만 넣어 개발했다. 그러다 보니 가격도 낮아지고, 가격도 수요자들이 이 정도면 나는 사용하겠다고 해서 결정했다"며, 개발자-환자-의료진 등이 모두의 조율을 통해 만들어진 '적정 기술'의 결과물을 설명했다.

▲ 휴대용 안저카메라를 사용해보고 있다. ⓒ이루다
▲ 휴대용 안저카메라를 사용해보고 있다. ⓒ이루다

■ 사용자와 함께하는 개발에서 기업이 배운 것

이 과정에서 기업 입장에서도 배운 게 있었다. 문 실장은 "기업에서는 기술 개발한다고 했을 때 뭔가 대단한 '원천 기술 개발'에 가치를 부여한다. 그런데 이 카메라 같은 경우에도 어떻게 보면 적정기술이다. 3㎝인 걸 1㎝로 만드는 게 기술적으로는 중요하지만,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겪고 있는 분들이 문제를 이해하고,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고, 우리는 기술이 있고 그런 것들이 모여 문제를 해결할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최첨단 기술보다 정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어떤 것인지 되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수익성이 그다지 높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접근한 프로젝트였지만, 새로운 시장을 찾는데도 도움이 됐다. 이루다가 가지고 있던 기술을 안과 쪽에 접근해서 확장할 수 있는 부분을 보게 되기도 하고, 이 제품을 산업화하고 여기서도 이윤을 창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문 실장은 "목표가 높아지고, 달성도 하게 됐다"고 했다. 이루다의 휴대용 안저카메라는 조달청의 혁신시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후로도 현장의 요청사항들을 받아들여 제품 개선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실제 카메라를 의료진이 가져가서 검사하고 정밀 검사를 안내할 수는 있지만, 판독 전에는 상태를 알 수가 없어 현장에서 간략하게라도 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 기능을 넣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문 실장은 "현장에 오신 어르신들이 눈 촬영을 하면 '내 눈 어때?'하고 묻는다. 지금은 '검사해서 알려드릴게요' 하는데 최소한 그 현장에서 안과를 꼭 가봐야 하는 상황 정도는 안내해드릴 수 있도록 해야 카메라를 만든 의미에 부합되지 않나 생각된다. 요즘 AI 판독 프로그램 등이 많이 개발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안질환 판독하는 게 AI를 이용한 판독 중 정확도가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고 했다.

기업이다보니 제품의 사회적 역할도 좋지만 이윤을 낼 경로도 찾아야 한다. 미국같은 선진 시장에 땅이 넓은 지역에도 필요하고, 국제개발원조(ODA) 사업 등에 참여해 사회적 가치를 확장하는 길도 찾고 있다. 문 실장은 "특히 미국은 벌써 이런 시스템에 대해 보험수가가 적용되고 있다. 현재 FDA 허가도 획득한 상태고, ODA 쪽으로도 의미있게 쓰일 것 같다. 현재 실증연구를 통해 선별 검사한 것이 의미가 있는지 타당성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게 사회혁신과 비즈니스 간에는 서로 관계가 있나? 라고 물었다. 문 실장은 망설임 없이 "그럼요"라고 답했다. "혁신은 기존의 불합리함, 불편함을 개선하는 것이 '니즈(needs)'"라며, "비즈니스 측면에서 의미있는 물건, 가치있는 물건을 만들고, 누군가가 그 가치에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분명히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루다
ⓒ이루다

■ 혁신의 끝은 개발? 보급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

문 실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어쩌면 근사한 새 사업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었을지도 모르는 기자에게 문 실장은 "이 제품에 대한 리빙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5년째 이걸 들고 있는 것은, 만들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보급까지 해야 끝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 제품을 만드는 것도 의미있지만, 실제로 사용돼 혁신 제품으로 성과가 나야지만 의미가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현재, 만들어낸 이것을 쓰여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문제가 정말 해결되는 것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혁신 제품을 만드는 데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원래 쓰이려던 곳에 쓰여 해결하려고 했던 문제가 해결돼야 진짜 혁신이 끝이라는 이야기다.

안저카메라의 경우 비용을 상당히 낮춰도 여전히 이를 필요로하는 사람, 조직의 구매력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리빙랩을 통해 사용자의 니즈와 그에 대한 검증은 할 수 있지만, 보급에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이루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달청 혁신시제품 사업 등에 참여하면서 필요한 곳에 이를 보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사람만의 힘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혁신이다보니, 모두들 혁신을 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 지금이지만, 어쩌면 그런 시도들 중 정말 필요한 곳에까지 도달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궁금해졌다.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수없이 중간 단계에서 중단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지금, 혁신의 끝은 어디인지 다시금 생각해볼 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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