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ESG④] 목적경영과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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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ESG④] 목적경영과 ESG
  • 2021.03.05 08:00
  • by 윤정구 교수(이화여대 경영학과)

ESG 경영은 기업경영의 의사결정(Governance)에서 재무적 이익만을 우선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Social)와 환경(Environmental)에 기업경영이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이다. UN의 사회책임투자 시행과 코로나 19로 지속가능한 경영이 대두되면서 기업들의 ESG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이러한 기업의 ESG에 관한 관심은 사회적경제의 생태계를 확장하는 기회일까, 위협하는 위기일까? ESG 경영을 통해 기업은 어떤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이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글은 이화여대 사회적경제 협동과정의 윤정구 교수가 기업의 사명과 목표의 시대적 변화와 ESG의 등장에 대해 보내왔다. [편집자 주]

▲ 윤정구 교수
▲ 윤정구 교수

신자유주의의 퇴조

대한민국이 신자유주의의 쓰나미를 막을 수 없었던 것은 IMF 사태 때문이다. 1997년 IMF는 구제금융을 해주는 대신 대한민국 경제를 비롯한 모든 사회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덜어내는 노력을 할 것을 요구한다. 이 당시 글로벌에서 경제적 효율성의 규범으로 제시된 것이 Friedman류의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모든 경제주체는 시장경쟁에서의 무한경쟁을 통해 모든 거래활동의 비효율성을 제거할 수 있다고 믿었다.

1990년대 미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Business Roundtable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표준강령을 신자유주의에 맞춰 변경함을 통해 신자유주의가 기업에 토착화되기 시작했다. 1997년 Business Roundtable에서 설정한 강령은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존재한다>였다. IMF는 대한민국에 구제금융을 대여하는 대신 기업을 이 신자유주의 시장경쟁 원리에 따라서 개혁하라는 전제를 달았다.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자의든 타의든 신자유주의 시장경쟁 원리라는 거버넌스를 기업경영의 원리로 받아들였다.

신자유주의 원리에 따라서 기업의 경영진이나 종업원은 주주의 대리인으로 규정되었고 이들 대리인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막기 위해 전략적 인사관리라는 기법이 도입되었다. 전략적 인사관리는 주인의 명령을 받은 경영진이 주주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전략대로 잘 따라 하는 경우 이 성과를 평가해서 연봉, 인센티브, 승진 등에 반영하는 인사정책이다.

효율성의 지표인 단기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종업원들은 조직 안의 내부시장에서나 조직 밖의 외부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서 경쟁자를 이겨야 했다. 이 경쟁의 결과는 성과라는 단일 잣대로 평가되어 서열화되었다. 신자유주의 전도사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의 언명이 신자유주의 신념을 대변했다. <경쟁에서 이겨 1등이 되거나 2등이 되라.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노예로 살 것이다.> 신자유주의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은 경쟁을 통해서 이기는 방법밖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이기고 지는지의 문제는 다 서열화된 성과라는 단일 잣대를 통해서 결정된다. 대한민국 기업생태계는 IMF이후 20여 년간 철저하게 신자유주의의 쓰나미에 의해서 제도화되었다. 지금 대한민국 기업들은 신자유주의의 결과물이다.

시장의 가장 큰 맹점은 시간이 지나면 부를 축적한 사람들에 의해 촉발되는 독과점이다. 시장은 독과점에 의해서 부를 획득한 사람들도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 주체들과 경쟁해서 이기면 경쟁해서 이겼다는 이유로 부를 정당화시켜주었다. 부의 양극화가 격심해졌다. 부의 양극화는 시장이 붕괴했다는 증거임에도 시장은 양극화된 경쟁에서 이긴 쪽을 지속해서 정당화시켰다. 

신자유주의 본산인 미국에서도 이런 시장경쟁에 대한 맹신을 통한 거버넌스가 효익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결국 2000년 초반 커질대로 커진 기업의 탐욕이 회계장부 조작으로 이어지고 이 장부 조작이 발각되어 엔론사태가 터졌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기업들의 탐욕은 부풀어 올라 결국 2008년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 사태로 터져 금융위기를 촉발한다. 월가에서의 시위 등으로 기업들의 탐욕에 대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결국 2019년 8월 19일 Business Roundtable은 기업의 사명선언문을 개정한다. Business Roundtable은 2019년 선언을 통해 제대로 된 기업의 형태를 <목적을 실현시킴을 통해서 이익을 따라오게 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규정했다. 경쟁도 경쟁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차별화 경쟁만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한다. Roundtable의 사명문 개정은 결국 전통 비즈니스 모형을 따르던 기업들의 항복 선언문이다. 신자유주의의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다. 

외견상으로는 2019년 8월 19일을 기점으로 기업이 약속한 목적을 실현시킴을 통해 이윤이 따라오게 만드는 목적경영이 새로운 경영의 표준으로 설정된다. 하지만 이런 목적경영은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니다. 목적경영은 존경받는 100년 기업들의 오래전부터 채용해오던 기업경영의 중심원리였었다. 또한 경기가 어려울 때도 지속적 성장가도를 걷는 SAS, Southwest Airlines, Patagonia, Whole Food, UPS, Costco 등이 이끄는 애경기업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목적경영을 경영의 기본원리로 삼고 있었다. 경기가 어려워지니 외형이 아닌 경영의 본질인 목적에 집중해가며 경영하는 원리가 부각된 것이다.

목적경영

역사상 가장 목적경영의 원리를 잘 실천한 리더로 추앙받는 인물이 구약성경에 나오는 느헤미야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이 포로로 붙잡혀 있던 바빌론 왕이 예루살렘에 성전을 복원해도 된다는 칙령을 받아 예루살렘에 귀환해서 성전을 복원하려는 몇 차례의 시도를 하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성전을 복원하면 이방인들이 와서 다시 부수기를 반복했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느헤미야이다. 느헤미야는 성전이 제대로 복원되기 위해서는 먼저 이방인들이 침투할 수 없는 성벽을 먼저 복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 생각을 설파해 성벽을 복원하는데 성공한다. 성벽이 복원되자 이방인의 침입으로부터 심리적 안정감을 얻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협업을 통해 성전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목적은 기업의 성전에 비유된다. 기업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자신만의 이유를 설명한 것이 목적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에도 많은 기업이 재무적 목표를 넘어 목적을 경영에 도입하는 시도를 하지만 대부분이 실패했다.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한 안정적인 심리적 실험공간이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목적을 실현시킬 수 있는 혁신과 실험이 가능한 공간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목적을 둘러싼 사명의 울타리가 존재해야 한다. 느헤미야의 교훈이 가르쳐주었듯이 성벽 혹은 울타리가 없는 상태에서 목적의 복원은 불가능한 문제였다.   

기업이나 인간이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고 탄력적인 울타리는 자신의 존재 이유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둘러진 사명의 울타리이다. 사람들이 뛰어난 목적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실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안타깝게도 사명의 울타리 부재 때문이다. 사명의 울타리가 세워지지 못한다면 안정적 실험공간이 마련되지 못해 목적은 그냥 고사당한다.

인간이 동물들과 다른 점을 설명할 때 자주 거론되는 것이 울타리이다. 동물도 영역 표시를 할 수 있지만 인간처럼 울타리를 세우지는 못한다. 인간만이 울타리를 현재를 방어하는 기능을 넘어 미래를 위해 생산적이고 확산적으로 사용한다. 인간만이 울타리라는 경계를 생존을 넘어서 번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진화시켰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자연으로부터 독립된 문화라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밤이 되면 모닥불을 피워 놓고 서로 둘러 않아 자연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그 울타리 안에서 내일을 집중적으로 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내일의 목적을 정해 놓고 이 목적을 위해 협업을 동원할 수 있는 인지적 두뇌를 개발해냈다. 인간의 두뇌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큰 이유는 메타조정의 문제가 요구되는 협업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동물도 생존을 위해 협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모르지만 미래의 번성을 위한 목적을 세우고 이를 위해 협업하지는 못한다. 협업의 메타 조정능력과는 달리 협동은 최소한의 조정능력만 있으면 동물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또한 누구와 협동할 것인지를 결정해주는 유일한 변수는 힘이다. 힘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협동이 조직된 것이 위계제이고 여기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조정이 정치력이다. 협동이 인간의 문화를 진화시켰다는 주장은 미신이다. 

진화론자들은 인간도 자연환경에 의한 자연선택의 산물임을 강조하지만 인간들이 일상에서 적응해야 할 일차적 환경은 자연환경이 아니라 사회환경이나 문화환경이다. 인간으로 진화하기 전 동물들과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시대의 환경을 수 억 년이 지난 지금의 인간에게 강요하는 것은 진화론자들이 가하는 학문적 폭력이다. 우리는 자연환경에 적응을 못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사회환경이나 문화환경에 적응을 못해서 죽는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자연환경에서는 동물들도 생존을 위해 협동하지만 사회환경이나 문화환경에서 인간만이 목적을 중심으로 협업을 통한 공진화나 번성을 달성한다. 사회환경이나 문화환경은 지금의 생존을 넘어 인간이 미래에도 지속가능한지의 문제를 고민해왔다. 

인간만의 미래의 목적을 위해 협업하고 협업을 위한 두뇌를 키워 문화를 만들었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둘러앉아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여기에서 미래의 목적을 염두에 두고 협업에 대해서 논한 것이 문화의 시발점이었다. 인간에게 울타리의 기능은 방어의 목적도 있지만 미래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심리적 안정공간이다. 인간만이 울타리를 생존을 위한 방어적 기능을 넘어서 공동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심리적 안정공간으로 이용해 미래를 위한 번성을 구가했다.

회사라는 것도 결국 시장에서 사고파는 사람들이 매번 흥정하고 경쟁하던 시스템을 포기하고 회사의 목적을 세우고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울타리를 만들어서 사고팔던 사람들을 채용해서 한 솥밥을 먹는 식구로 만든 것이다. 현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회사의 울타리를 만들어 시장에서 하던 거래를 회사 안으로 내재화시킨 것이 회사이다. 울타리 개념이 없었다면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조직이 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회사에서 하는 혁신이라는 것도 밖에 위협으로 존재하는 문제를 회사의 울타리 안으로 내재화해서 울타리 안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이 위험에 대응하는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솔루션이 고객들에게 가격을 넘어 반향을 일으키면 가치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넷플릭스가 규정이 없는 책임과 자유의 회사로 각광을 받는 것은 이 회사가 미래에 실현해야 할 목적을 현재로 가져와 사명의 울타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명의 울타리에서 공식적으로 규정한 것을 지키는 한에서 회사 안에서 하고 있는 모든 일은 개인의 자유와 책무이다. 100년 기업으로 존경받는 기업들의 원리도 이 회사가 사명의 울타리를 만들고 이 울타리 안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전문가의 놀이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목적은 미래의 일이지만 이 목적을 현재로 가져와 사명의 울타리를 제공하는 것은 목적경영을 추구하는 회사가 해야 하는 현재의 일이다.  

ESG는 사명의 울타리다

요즈음 기업에서 회자되고 있는 기업의 ESG(Environment, Society, Governance)도 기업의 울타리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던 환경, 다양한 배경의 사회구성원들, 자신 회사의 평사원을 회사의 울타리 안에 포함시켜 외연을 확대해가는 경영이다. ESG에 따라서 설정된 환경과의 관계는 환경을 착취하고 수단으로 이용하는 관계에서 공존하는 관계로 새로운 울타리를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영역에서 새 울타리란 다양한 소수들을 고객으로 존중하고 경쟁사를 적이 아니라 스파링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거버넌스의 문제도 회사를 경영진이나 주주만을 회사의 중요한 식구로 받아들여 이들의 결정을 표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종업원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을 정당한 식구의 울타리에 포함시켜가며 민주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ESG를 따라 경영한다는 것은 회사가 목적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자연, 사회, 문화 환경의 울타리를 지금 당장 제대로 설계해서 그 안에서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제대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문제이다. 환경은 자연환경의 울타리 문제이고, 사회는 다양한 타자와 공생하기 위한 사회적 환경의 울타리이고, 지배구조는 회사 안의 문화적 환경을 설계하는 울타리이다. ESG는 기업들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의 울타리의 지평을 넓혀 그 안의 운동장을 시대에 맞게 공진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가 번성하고 있는지는 회사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사명의 울타리를 어떻게 경영하고 있는지를 분석해보면 자명해진다. 번성하는 회사는 사회적 주체들과의 다양한 협업관계와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도록 사회적 울타리를 유연하게 만들고 지속적으로 확장한다. 사회적 환경에서 필요한 다양성과 생산적 정보가 자유롭게 이입되고 안에서 생산된 것들이 밖의 사회환경에도 반향을 일으킨다. 반대로 몰락하는 회사 울타리는 자신의 약점이나 문제점을 사회로부터 숨기고 방어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채워져 있다. 방어기제가 높아지면 밖에서 들어오는 방법도 없지만 나가는 방법도 없다. 결국 자신들을 감옥에 가두고 이 감옥이 안전하니 밖으로 나돌아다니지 못하게 한다. 이런 회사나 이런 개인들은 결국 고립되어 고사당한다. 더 큰 문제는 다양한 사회구성원들과의 관계도 적대관계여서 이들로부터 회사의 성공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가 이입되지 못한다. 

기업이나 인간이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고 탄력적인 울타리는 자신의 존재이유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둘러진 사명의 울타리이다. 사람들이 뛰어난 목적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실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안타갑게도 사명의 울타리 부재 때문이다. 목적은 미래의 약속이고 이 사명의 울타리는 이 약속을 실현시키기 위한 현재의 행동이다. 목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명의 울타리가 둘러지지 못한다면 안정적 실험공간이 마련되지 못해서 목적은 그냥 고사당한다.

보스톤 컨설팅 그룹은 최근 ESG를 통한 TSI(total societal investment) 투자가 기업의 재무성과인 TSR(total shareholder return)을 얼마나 증가시키는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를 살펴보면 기업들이 ESG에 따라 사명의 울타리를 제대로 시대에 맞게 유연하게 확장시키기만 해도 여기서 얻어지는 재무적 성과는 회사의 기술적 R&D에 상당한 기간 상당한 수조의 금액을 투자했을 때 돌아오는 결과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산출할 수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의 원리는 미래의 목적을 세우고 이것을 현재로 가져와 사명의 울타리를 만들어내 구성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혁신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 골격이다. 이같은 사회적 경제의 원리는 대기업이나 스타트업, 협동조합, 중소기업 모든 주체들이 미래의 번성을 위해 반드시 실현시켜야 할 시대적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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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구 교수(이화여대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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