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라스틱과의 밀월, 이제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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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플라스틱과의 밀월, 이제는 끝내야 한다
  • 2021.02.26 14:00
  • by 강신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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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도구를 만들어 활용할 줄 아는 영장류이다. 도구를 활용함으로써 자연 속에서 만나는 한계를 극복해왔다. 처음에는 자연 속에서 발견되는 돌이나 구리, 철과 같은 무생물 재료를 이용해서 도구를 만들었다. 이런 물질은 도구로 만들어져도 본래의 성질을 잃지 않고 쓰일 수 있다. 나중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도 무기물질 그대로 있게 된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선호하는 성질만을 갖춘 물질을 찾기 시작했다. 자연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유기물질을 흉내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공적으로 합성해서 만든 고분자재료인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유기물질인 화석자원으로부터 얻은 원료로 만든 것인데, 역설적이게도 지구의 생태계와 섞일 수 없는 속성을 지녔다. 저절로 변하지도 썩지도 않으니 땅속에 묻히기라도 하면 수백 년이 지나도 원형 그대로 있게 된다. 그래서 지구에서 태어났지만 외계물질이라 부른다. 인간의 새로운 물질에 대한 욕심이 외계물질을 낳기까지 한 것이다.

그런데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플라스틱이란 합성고분자 재료를 선호한다. 썩지도 않고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데다 어떤 모양이든 만들어 내기가 쉽다. 공정온도가 금속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으니 고가의 설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게다가 원료비도 싸고 대량생산하기에 이만한 재료도 없다. 결국 플라스틱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너무나 잘 들어맞는 재료이다. 가치가 높지 않은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재료가 없다. 여기서 가치가 높지 않은 제품이란 일회용이나 포장용과 같이 단기간에 쓰고 버리는 제품을 말한다. 음식물을 담는 포장용기나 비닐봉지, 일회용 컵이나 빨대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관을 좋게 하거나 부식되지 않게 하기 위해 나무 또는 금속과 같은 다른 재료 표면에 입히는 코팅제나 도료, 접착 시트류도 모두 플라스틱이다. 부피를 가지게 할 수도 있지만, 깃털처럼 가늘고 얇은 것도 만들 수 있으니 옷과 이불 등 거의 모든 것을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온통 플라스틱으로 도배된 사회, 바로 인류가 살고 있는 플라스틱 시대의 현재 모습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배출하는 모든 플라스틱들은 다 관리된다고 믿게 된다. 재활용 비재활용을 구분해서 내놓으면 수거차량이 함께 가져가니 매립장이나 소각장 또는 재활용 공장에서 제대로 처리될 것으로 믿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1억5천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떠 있고, 매년 8백만 톤의 플라스틱이 추가로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대부분 육지의 생활 현장으로부터 흘러온 것들로 방치됐거나 처리 과정에서 유출된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싸다고 대량으로 만들어 단기간에 버리는 플라스틱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과학기술로도 지금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걷어내지 못한다. 설령 걷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육지와 대기가 다시 오염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방치하고 있는 동안 바다는 플라스틱 수프가 되어간다. 떠 있던 플라스틱들이 점차 작은 조각으로 부스러지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원형을 유지하고 있던 거대 플라스틱도 못 걷어내고 있는데 미세플라스틱이야 오죽하겠는가.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바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미세플라스틱들을 자연환경으로 배출되고 있다. 농업이나 어업 등 먹거리 생산현장도 마찬가지이다. 대량생산을 위해 비닐로 시설을 짓고 제품을 포장해서 유통하는 동안 플라스틱 오염은 가속화된다. 토양이 오염되고 지하수가 오염된다. 매일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 사람들의 옷과 가방, 신발이 마찰에 의해 닳는 동안 미세플라스틱이 만들어진다. 빨래나 그릇을 씻고 바닥을 문지르는 동안에 아크릴 수세미가, 또는 칫솔이나 플라스틱 마당비가 닳고 헤져서 짧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자연에 쌓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폴리에스터나 나일론 등 합성섬유도 무엇보다 심각한 미세플라스틱의 원천이다. 사실 바다속 미세플라스틱의 35%는 합성섬유로부터 온 것이다. 육지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섬유의 65%가 합성섬유 또는 혼방으로부터 온 것이라는 감안한다면, 바다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 전체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이미 심각한 수준일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미세플라스틱의 존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오감으로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학기술은 감지할 수 있을까? 나노 사이즈로 작아진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서 분석하려면 특수한 장비와 기법을 이용해야 한다. 수십 나노 크기의 알갱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은 주사전자현미경 같은 첨단장비로만 가능하다. 이 의미는 집에서 쓰는 수돗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는 필터를 달고 싶어도,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라는 것이다. 지금도 플라스틱이 있는 어디 곳이든 미세플라스틱은 퍼져나가고 있다. 지금의 거대 플라스틱과의 싸움이 해법을 찾게 될 시점엔 이미 미세플라스틱의 위협이 가시화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거대플라스틱이든 미세플라스틱이든 해법이 과연 있을까? 그리고 두 플라스틱 이슈를 분리해서 볼 수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 두 이슈는 결코 떼어 놓을 수 없는 문제이다. 플라스틱 시대를 자초한 인류가 풀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문제는 왜 생겨났을까를 생각해보자. 인류가 플라스틱을 얻은 이래로 잃기 시작한 것이 너무나 많다. 값싼 플라스틱을 마구 쓰는 기술적 진보를 즐기는 동안, 물질을 소비하는 방법과 의식은 퇴보했다. 그 예로 기술적 진보가 일어나는 동안, 금속과 유리, 목재, 도자기 등으로 만들어지던 물건들이 플라스틱 제품으로 바뀌었다. 자원량을 걱정해야하는 천연물질은 어떻게든 오래 쓰고 고쳐쓰는 것이 기본이었으나, 플라스틱 제품들은 수명이 다하거나 쓸모가 떨어지는 대로 버리게 되었다. 게다가 고쳐쓰거나 녹여서 새로 만들거나 하는 것이 쉽지 않기도 했다. 오히려 일회용품과 단기성 물건들을 일상 중에 쓰고 버리면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믿게 되었다. 이러면서 물질에 대한 소비윤리가 퇴보한 것이다. 

사소한 물건들을 굳이 아끼지 않아도 될 만큼 값싼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제품들이 넘쳐났다. 수명이 다된 물건만 쓰레기인 것이 아니라 새로 물건을 구입해도 버려야 할 것이 생겨났다. 인터넷 쇼핑은 이러한 경향을 부채질 했다. 물건이나 패션의류 등이 고기능화 될수록 유행주기가 짧아지고 버려지는 것이 갈수록 많아졌다. 사람들은 하드웨어의 문제로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때문에도 물건을 버리게 되었다. 그로인해 물질만능주의와 소비주의가 팽배해진 반면, 정작 누구도 오염시킨 자연생태계와 환경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이나 부채의식도 떠맡으려 하지 않는다. 자연자본을 헐값에 쓰면서도 누구도 그것을 복원 또는 보상하려 들지 않는다. 플라스틱 시대를 사는 인류의 소비문화가 이렇게 특징지어진다. 

우리는 무엇보다, 지금의 물질과 자원을 소비하는 기술적 방법과 의식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바꾸며 버리는 문화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아무리 첨단과학기술이 발달한다해도 망가진 지구 생태계를 되돌릴 수는 없다. 현생 인류가 30만년에 걸쳐 자연과 공존해 온 역사를 볼 때, 불과 6,70년 밖에 안 되는 짧은 플라스틱 시대 동안 이렇게 지구생태계가 심각한 위험에 처해지고 있는 현실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될 일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물질주의 소비주의 삶을 바꿔야 한다. 화석자원을 마구 쓰면서 자연과는 섞일 수 없는 물질을 지금처럼 마구 만들어 쓰면서, 여전히 패스트 패션에 목말라하고 포장재와 일회용품, 단기 유행제품들을 마구 만들고 소비하는 일은, 망망대해를 표류하면서 스스로 나룻배에 구멍을 파는 일과도 같다. 화석연료는 기후위기의 주범이다. 플라스틱도 생산과정과 폐기처리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생태계가 망가짐으로써 탄소 순환이 깨지고 이를 복원하는데도 자원이 소비된다. 지구를 위한, 아닌 인류를 위한 티핑포인트는 이미 지났거나 이제 막 지나고 있다.

▲ 순환경제와 선형경제의 결과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 순환경제와 선형경제의 결과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그렇다면 그동안 우린 어디서 잘못 됐을까? 바로 일방향으로 내달리는 선형경제가 아닌 순환경제였어야 한다. 선형경제란 자원으로 원료를 만들어 쓰고 수명이 다하면 폐기해버리는 것으로 끝을 낸다. 지금의 성장만을 추구하는 경제가 이 모습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값싸다고 마구 합성물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순환이 될 수 있는 물질을 우선 선택하여야 한다. 즉 순환을 염두에 둔 디자인, 또는 재활용을 염두에 둔 디자인을 해야 한다. 순환이 큰 가치를 제시하는 단어라면, 재활용은 방법과 기술의 다양성을 포괄하는 말이다. 재료 선정단계에서 다시 원료로 돌아갈 수 있는가, 제품을 쓰다가 고장나면 수리가 원활한 구조인가, 중요한 부품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가, 유행보다 오래 쓸 수 있는가 등을 고려하는 것이 바로 재활용을 염두에 둔 디자인이다. 

이런 원칙이 통용되려면 생산과 소비문화가 달라져야 한다. 우선 일회성 단기성 제품 자체를 줄인다. 포장이 필요없는 제품으로 바꾸거나 유통구조와 운송거리를 바꿀 수 있도록 한다.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을 써야한다면 재순환이 잘되는 재료만을 선택해서 오래 사용하는 제품에만 쓴다. 재순환이 안되거나 환경오염물질을 품고 있는 PVC나 PS(EPS 포함) 등은 아예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 선진국 중에는 이런 플라스틱류에 대해 이미 사용규제에 들어간 나라도 있다. 재순환이 잘되고 환경호르몬 등 오염물질이 없는 두세 종의 플라스틱만으로 제품을 만들도록 생산규제와 함께 소비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이 결코 많지 않다. 플라스틱과의 밀월은 이제 과감히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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