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사회실험, 더 자유롭게 행복한 삶을 위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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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사회실험, 더 자유롭게 행복한 삶을 위한 논의
  • 2021.02.05 15:20
  • by 노윤정 기자

▲대상 지역의 모든 실거주자에게 ▲개인을 대상으로 ▲무조건적으로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

이상 경기도가 구상한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의 내용이다. 해당 실험은 올해 7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며, 설계 내용에 따라 이주자 및 외국인을 포함하여 대상 지역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전 연령의 주민들에게 2년간 지역화폐로 기본소득이 지급될 예정이다.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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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경기 침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기후위기. 현재 우리 사회는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와 같은 경제·보건·생태적 위기를 맞고 있으며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기본소득제는 시대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몇 년간 기본소득과 유관성을 가진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2016년 성남시가 청년배당(현 청년기본소득)을 도입하면서 기본소득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 서울시에서 청년수당을 도입했다. 경기도는 2019년부터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더불어 선거철을 맞은 정치권에서는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기본소득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기본소득은 이제 학계뿐만 아니라 시민과 정치권이 관심을 두고 함께 논의하는 의제가 됐다.

경기도에서 새롭게 추진하려는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 역시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기본소득 관련 논의들과 맥을 같이 한다. 해당 사회실험의 의의를 짚어보고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제1회 농촌기본소득 정책포럼'이 '지역공동체 중심 기본소득 사회실험의 의미와 쟁점'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 기본소득 사회실험이 필요한 이유

▲ 사라트 다발라(Sarath Davala)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의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사라트 다발라(Sarath Davala)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의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날 기조발제자로 참석한 사라트 다발라(Sarath Davala)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의장은 기본소득 사회실험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했다.

사회실험은 왜 필요할까? 우선, 이러한 실험은 기본소득제 시행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신뢰할 만한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상을 선별하지 않고 지급하는 '보편성' ▲노동 등의 의무 없이 지급하는 '무조건성' ▲개인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개별성' ▲일정 기간마다 지급하는 '정기성' ▲현금으로 지급하는 '현금성' 이상의 5가지를 기본소득의 주요 요건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요건들을 갖춘 기본소득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근거를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다발라 의장은 노예제 폐지나 여성의 참정권 인정 같은 정책이 특정 실험이나 시범사업에서 도출한 근거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인류에게 좋은 방향'에 대한 확신으로 시책됐다면서 "(과학적 근거와 함께) 탄탄한 가치·철학·윤리에 기반을 둔, 즉 '인간에게 무엇이 좋은 것인가'를 고민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실험은 사회적 대화를 촉발하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실험은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아이디어를 현실 사회에 적용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다발라 의장은 "한국의 기본소득 실험은 굉장히 흥미롭다"라며 "사람들이 이미 (기본소득의) 효과를 체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실험은 과학적 근거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인 확신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더욱더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며 기본소득 사회실험의 의의를 밝혔다.

■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 취지와 목표는?

▲ 이창한 (재)지역재단 기획이사.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이창한 (재)지역재단 기획이사. 온라인 화면 갈무리.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의 설계에 참여한 (재)지역재단의 이창한 기획이사는 해당 사회실험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 설명했다. 이 기획이사는 "우리나라는 저성장, 불평등 심화, 상위계층으로의 소득과 자산 쏠림, 이런 것이 구조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고,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이 가계부채 증가라고 하는 삶의 무게를 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는 이러한 상황을 기본소득을 통해서 극복해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경제적 안정을 통한 주민들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 소득 자산이나 노동의 의무 없이 기본소득의 5가지 요소를 충족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은 ▲인간 삶의 존엄을 위한 보편적 기본소득으로의 전환 의미 내포 ▲도농간 소득격차 완화 ▲지역 균형 발전 등의 필요성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이에 따라 '경제적 자유와 행복을 분배하는 기본소득'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보편적 기본소득 이해와 공감대 확산'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수립했다. 이에 따른 세부목표는 개인 삶의 변화와 관련된 '일과 삶의 균형', 농촌사회 변화와 관련된 '공동체 활성화와 농촌사회 발전'이다. 이와 같은 목표에 따라 정책이 시행됐을 때 기대되는 효과는 주민행복, 건강 증진, 삶의 질 향상, 가계경제 건실성, 사회생활비 지출 증가, 관계망 확장, 공동체 참여 확대, 일에 대한 적극성 등이다. 즉 농촌기본소득은 농촌 지역이 자생하고 지속가능하도록 동력을 형성하는 데 유용한 정책적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 기획이사는 향후 연구와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으로서 ▲기본소득 필요성에 대한 체계적인 논리와 사회적 합의과정 필요 ▲기본소득을 통한 생산주의 농정 탈피와 지역균형발전 촉진을 어떻게 가능하도록 할 것인가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서 기존 농업·농촌정책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고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 등의 의제를 제시했다.

■ 지역공동체 중심의 기본소득,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까?

▲ 김자경 제주대학교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김자경 제주대학교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기본소득제 도입을 논의할 때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재원 마련이다. 이날 토론에서는 이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사례들이 소개됐다.

김자경 제주대학교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는 '공동체 공유자산의 분배와 기본소득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기본소득과 커먼즈(Commons·공동의 자산)의 접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지금 커먼즈 운동 진영에서는 커먼즈를 자원과 마을공동체, 그리고 관습 이 세 가지 요소로 살펴보는 경향이 크다"며 커먼즈의 개념에 관해 이야기했다. 커먼즈론에서 다루는 자원은 '배제되면 사람들이 살아갈 수 없는 자원, 그리고 정당성 없이 독점할 수 없는 자원'이다. 또한 커먼즈와 마을공동체의 관계를 보자면, 커먼즈는 생업의 장이자 삶의 터로서 "마을공동체는 커먼즈를 통해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쟁점은 수익을 배분받는 주체인 '마을사람'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습이라는 요소를 보면 제주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어촌계, 목장조합 등을 구성하여 커먼즈를 이용·관리하고 다양한 규약을 정하고 있다. 특히 제주에서는 상호부조의 관계를 '수눌음'이라고 부를 정도로 관계망을 형성하고 규약을 만들어 왔다.

이러한 커먼즈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제주 지역의 공유자산 운영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바다 지역인 제주에서는 어촌계 등을 통해 마을공동어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연마을이 모여 바다에 구역을 나누고 서로 순환하면서 마을 바다를 사용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바다에서 얻은 해수산물을 팔아 소득을 얻는데, 어떤 해수산물은 공동으로 작업하여 공동으로 배분하고, 또 어떤 해수산물은 개인이 작업하여 능력대로 팔 수 있게끔 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김 교수는 "커먼즈는 공동체의 생산수단이자 생계수단이며 개인의 부와 공동의 부, 마을 단위의 부를 창출하고 공평하게 배분한다. 그러면서 공동자원을 둘러싼 네트워크의 중첩은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것이 현재 커먼즈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여러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만큼 의사결정 구조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또, 농가의 소득보전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이 어떻게 활성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충청남도 보령시의 장고도 사례에서도 지역공동체 중심의 기본소득을 어떻게 운영할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81가구 2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섬인 장고도에서는 마을공동체인 어촌계에서 해삼 수출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주고 있다. 1983년 한 청년 어촌계장(편삼범 씨)이 해삼, 전복 등의 채취와 판매를 업자에게 임대하던 기존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직접 채취하여 주민소득으로 가져가 보자고 제안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장고도에서는 1993년부터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주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당은 장고도에서 20년 이상 산 주민들에게만 지급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은 "노동을 하지 않고 마을공동어장에서 공동체가 양식을 통해 소득을 올려서 주민들한테 나눠준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소득과 거의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고도 주민들은 75가구가 연간 1,100만 원의 해삼·전복 배당금을 받고, 마을 전 주민이 바지락을 공동으로 양식하고 수익을 균등 분배하여 연간 1,000만 원의 소득을 얻는다. 이처럼 장고도는 마을공동체가 가진 공유자산을 통해 기본소득을 제공하고 있고, 이를 통해 양식업에 종사하는 사람과 종사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 큰 소득격차 없이 마을 전체가 균등하게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기본소득의 기대효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유의미한 사례들이 공유됐다. 다발라 의장은 2008~2009년 나미비아, 2011~2012년 인도에서 진행된 두 기본소득 사회실험을 소개하며 "(두 실험에서) 비슷한 결과를 볼 수 있다. 가구 빈곤율이 줄고 경제 활동이 증가했다. 아동의 학교 출석률이 증가하고 가계 빚이 감소했으며, 알코올 소비량은 늘지 않았다.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기본소득이 지급되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게을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고도에도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보편적으로 생산성이 더 좋은 젊은 층이 공동생산 균등분배를 원칙으로 하는 바지락 양식 방식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고, 이러한 의견을 반영하여 각자 바지락을 캔 만큼 소득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2년간 실험을 진행했다. 그랬더니 애초 기대와 달리 전체 생산량이 70% 수준으로 감소했다. 결국 장고도 주민들은 마을총회를 통해 공동생산 균등분배 방식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러한 장면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삶의 양식과는 조금 다른 모습들이다. 이처럼 기본소득은 우리가 새로운 삶을 상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위기들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실험의 성패 여부를 떠나 기본소득 실험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자유롭고 행복해지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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