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스템 전환과 사회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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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스템 전환과 사회혁신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고
  • 2021.02.05 12:00
  • by 송위진(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회혁신은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야 할까? 민-산-학-관-연이 협업의 방식으로 사회혁신을 위해 기능하는 리빙랩이 사회혁신의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한국리빙랩네트워크 정책전문위원인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라이프인에 '시스템과 사회혁신'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보내왔다. 송 위원은 사회혁신을 연구하는 연구자, 활동가들이 모여 발표한 '전환적 사회혁신 선언문'의 프레임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회혁신 활동의 시각을 확장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고 강조한다. [편집자 주]

 

▲ 송위진 선임연구위원(과학기술정책연구원)
▲ 송위진 선임연구위원(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17년 말 TRANSIT라는 사회혁신 연구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사회혁신을 연구하는 연구자, 활동가들이 모여 '전환적 사회혁신 선언문(Manifesto for Transformative Social Innovation)'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은 지역 차원에서 다양하게 전개되는 사회혁신 활동을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의 전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현장 경험 차원에서 논의되던 사회혁신을 사회이론 차원에서 살펴보면서 전체 사회시스템의 변화와 연결해서 사회혁신을 파악하는 틀을 제시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들은 공동체 기반 에너지 전환, 주민참여 예산제도, 전문가와 시민이 같이 문제를 풀어가는 리빙랩 등과 같이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시민사회가 주도해서 공공부문, 기업과 협업을 통해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사회혁신 활동에 주목한다. 시민의 관점에서 문제를 설정하고 시민들이 문제해결 주체로서 참여하는 방식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환적 관점을 강조한다. 지역사회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사회관계를 만들어가는 사회혁신 활동이 국지적인 틀을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연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회전체 수준의 '시스템 전환'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역 단위의 혁신활동,  에너지, 환경, 돌봄, 교육, 식품분야의 개별적·단편적 혁신활동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으며 그것이 체계적으로 연계되지 않는다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양상이 나타난다고 파악한다. 사회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분야나 특정 지역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다른 분야와 지역의 문제가 그대로 있다면 그것이 영향을 미쳐 되돌림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회 전체 수준에서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역별·분야별 국지적 사회혁신 활동이 서로 연계되고 계속 진화·확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혁신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와 하부구조를 새롭게 구성하는 활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기존 시스템의 관성과 되돌림 효과를 넘어 새로운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논의에 따르면 이러한 사회혁신 활동은 20~30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 과정이다. 이런 혁신활동들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다양한 지역과 분야의 활동들을 연계하기 위해서는 장기 비전을 함께 형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회혁신 활동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비전을 설정함으로써 비전에 기반한 혁신활동(vision-guided experiment)을 수행하고 여러 분야 및 지역의 혁신활동이 서로 연대하는 틀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각 지역, 각 분야에서 진행된 혁신활동들이 모이면서 눈덩이가 굴러가는 효과가 나타난다.   

ⓒ라이프인
ⓒ라이프인

전환적 사회혁신론의 이런 프레임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회혁신 활동의 시각을 확장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문제의 시급성 때문에 주변의 자원을 활용해서 대증적으로 시작했던 사회혁신 활동을 포괄적이고 통합적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기 때문이다.   

우선 전환적 사회혁신론은 사회혁신과 기술혁신을 통합적으로 보는 관점을 제공해준다. 기술혁신은 사회가 운영되는 기술적 기반을 재구성하는 활동이다. 전환적 사회혁신론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사회관계만이 아니라 그것이 의존하고 있는 기술적 기반의 변화를 동시에 추구한다. 따라서 사회혁신은 사회·기술혁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회·기술시스템의 전환을 모색한다. 에너지 전환, 순환경제, 지속가능한 푸드시스템 구현이 이런 모습들을 잘 보여준다. 재생에너지 기술개발 프로그램과 분권화된 에너지 전환 사회혁신은 같이 가야 한다. 이런 면에서 새로운 기술시스템을 구성하는 R&D 프로그램과 새로운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사회혁신은 서로 연계되어야 한다.

또 전환적 사회혁신론은 장기적 진화과정을 지향하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에서 새로운 시스템의 맹아를 형성·발전시키는 접근을 한다. 따라서 기존의 하부구조와 활동을 파괴하는 혁신활동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재구성하는 혁신을 진행한다. 기존 제도와 하부구조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새로운 비전과 방식으로 재구조화함으로써 문제를 발생시켰던 제도와 하부구조를 문제를 해결하는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즉 기존 주류 시스템에서 공공기관과 기업이 가지고 있던 지식과 하부구조를 사회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재조직화하는 방식을 통해 혁신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구성 요소는 유사하지만, 그것을 엮어내는 방식은 다른, 연속성과 단절이 공존하는 혁신활동이 전개된다. 이는 사회혁신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것을 도입함으로써 나타나는 정치적 반대를 극복하는 영리한 방안이 될 수 있다. 

201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다양한 사회혁신 활동이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보고 해결방안을 탐색하는 다양한 실험들이 도시와 농촌에서, 돌봄과 자원순환에서, 에너지와 환경에서, 고용과 지역혁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실험과 활동들이 각개약진하면서, 사회혁신이 확대되거나 연계되지 못하고 모래처럼 흩어져버리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사회혁신이 힘을 갖고 장기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이들 활동이 모이고 연계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전환적 사회혁신론은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각개약진하기 쉬운 사회혁신 활동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여러 지역과 분야에서 전개되는 활동을 엮어줄 수 있다. 더 나아가 기존 시스템과 새로운 사회혁신이 어떻게 연계·협력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해준다. 전환적 사회혁신론이 주장하는 전환의 비전과 방향성, 다양한 주체들을 엮는 네트워크에 대한 강조는 다양성 속에서도 통합성을 유지하는 틀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개약진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와 활동, 분야와 지역을 묶어내는 사회혁신 리더십을 구현하는 좋은 이론적·실천적 기반이 될 수 있다. '전환적 사회혁신 선언문'과 그들의 주장을 다룬 글들을 일독해보길 권한다.  

* 전환적 사회혁신 선언문은 한국리빙랩네트워크 블로그에 게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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