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범이 내려온 현장(現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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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범이 내려온 현장(現場)
라이프인의 '범상치 않은 수다회' 보고서
  • 2021.01.17 20:30
  • by 이차경 (소비자의 정원 팀장)
05:37

난데없이 범이 내려온다니?! 패널로 참여했던 누군가가 이야기했듯 웹자보를 보고 2021년 새해가 범의 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이날치를 알게 되었고 '범 내려온다'는 음악의 신세계를 마주하게 되었다. 반복이 주는 묘한 중독성. 혹여 아직 못 들어본 분이 계신다면 이 자리를 빌어 강추한다.

코로나로 인해 2020년 인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됐다. 팬데믹은 결국 돈의 가치에 밀려 함부로 훼손된 자연이 인류에게 던지는 경고인 셈이다. 

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 불확실성이 불안을 자극하는 시대. 언로가 막히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거짓이 세상을 호령하고 혼란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토끼의 간이 명약이 되고, 간을 내어 햇볕에 널어두고 왔다는 어불성설에 현혹되기도 한다. 절실한 사람에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간절함이 생기고 또 누군가는 그 약점을 이용해 이익을 챙긴다. 그래서 정답은 아니어도 누군가 '이렇게 가보자. 혐오와 불신이 아니라 연대와 믿음으로 협력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자'고 이야기해 주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커 간다. 

라이프인에서 발신된 수다회 참여 신청 링크를 무심코 클릭했고 그렇게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는 생각도 그리고 그 당첨자가 될 거라는 생각도 크지 않았다. 

<코로나로 달라진 시대-사회혁신을 도모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범상치 않은 이들이 온다> 

위기의 시대에 부응해 라이프인이 '소셜솔루션 미디어'로 정체성을 전환하며 야심 차게 준비한 수다회란다. 스스로 독립 언론기관임을 선언하고 오로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회비만으로 운영되는 라이프인은 사회적 경제 전문 언론사이다. 세 차례에 걸쳐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수다회는 우리 사회 다양한 문제의 지점에서 혁신을 연구하고 대안을 실천하는 전문가와 시민 활동가 그리고 시민이 만나는 귀한 자리였다.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시장 경제에서는 사람과 연대, 협동 등 인간적인 삶을 누리는 데 절대적인 가치들이 등한시된다. 사회적 경제는 그렇게 버려진 가치를 되살리고 확산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일구려는 사람들의 노력이다. 생협에서 지역조합을 운영하며 조합원 운동에 열중했던 시간은 소비자 운동으로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옳은 일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활동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해서 정말 사회가 변할까...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다. 주류에 밀리고 더디게 변화하는 속도가 답답하다고 느껴질 때. 

그래서 '솔루션'이라는 말 자체가 반가웠다. 문제가 발생한 현장에 집중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 상상이 현실이 되는 뭉클한 순간을 삶에서 조직하는 사람들은 담담하고 그래서 담대하다. 희망이 현재하고 있다는 것이 곧 힘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그런 '나'가 우리 사회와 국경을 초월한 곳곳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범상치 않은 수다회는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보편에서 벗어난 사람들, 남들이 말리는 일을 고집스럽게 묵묵히 해나가는 사람들, 평범한데 범상치 않은 이력을 일구는 사람들. 사회를 바꾸기 위해 먼저 나를, 우리 마을을, 내가 속한 조직을 변화시키며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

10년, 20년, 30년 조급해하지 않고, 내가 태어나 자란 동네가 청년들이 돌아와 다시 살아나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마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실험하며 지역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헌신하는 마을 활동가. 지구 생태계를 되살리는 것을 매출을 높이는 것보다 우선하는 미션으로 여기며 환경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는 기업. 소비를 통해 지역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건강한 비즈니스. 먼 미래를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폭염과 유례없는 긴 장마, 자연 발화된 산불과 바이러스가 보내는 시그널을 흘려버리지 않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활동가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지역을 혁신하고 지역사회의 변화를 일구려는 사람들. 어떻게든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구성원들과 함께 증명해 보이겠다는 의지.

이런 '나'들이 크고 작은 변화를 추동하며 시민의 자발성을 깨우고 있는 것이다.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 '나'들이 연대하고 협력하면 지금의 위기도 극복 가능한 과제가 되지 않을까. 그런 믿음을 일깨우는 자리였다. 물론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한계도 있을 수 있다. 패널로 참여한 사람들은 말한다. 그게 뭐가 문제인가? 그래야 새로운 상상력이 꽃을 피우고 닫혀있던  또 다른 문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는데!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운전을 하면서 종종 듣는 이 말이 큰 위안이 될 때가 있다. 길은 잃어도 또 다른 길로 이어진다. 실험은 실패할 수 있고 우리는 그 실패를 통해 배우고 지그재그로 가더라도 앞으로 나아간다. 조금 돌아가는 길이어도 목적지에 도달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혁신 모델을 만드는 것은 지역 전체가 동원돼야 할 대하드라마'
라는 패널의 이야기가 긴 잔영으로 남는다. 변화는 쉽지 않고 더디다. 대하드라마에 등장하는 많은 구성원들이 마지막까지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변화를 일구는 주체들이 서로 협력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함께 연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라이프인의 수다회는 흩어져 있는 각각의 '나'를 연결하는 고리로서 그 역할이 빛났다. 앞으로도 문제의 중심에서 그 대안을 찾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언론으로서 굳건하게 존재하기를 응원한다. 그리고 혁신을 만드는 모든 이들이 새해에는 더욱더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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