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은 일상이다!' 건강한 월경 라이프를 위한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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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은 일상이다!' 건강한 월경 라이프를 위한 커뮤니티
이지앤모어 안지혜 대표 인터뷰
  • 2020.12.23 15:42
  • by 전윤서 기자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운영하는 스페이스 살림은 여성혁신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가족과 시민이 함께 즐기는 여성가족복합공간이다.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여성 기업, 젠더 관점으로 미래 세대를 성장시키는 기업 또는 친환경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스페이스 살림에 입주해 있다. 여타 스타트업 입주 센터와는 달리 스페이스 살림에는 사무실, 매장, 스튜디오, 시간제 돌봄, 아동동반 공유 사무실, 젠더 관점의 투자 등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갖추었다. 

또한 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으로 카페, 마을부엌, 옥상텃밭, 옥상정원, 옥상공연장, 마을 서재 등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이 이끄는 기업, 아이를 돌보는 남성. 고정되어 있지 않은 성 역할을 보여주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자연스럽게 성 평등을 배워가는 공간’이다. 라이프인은 스페이스 살림의 입주기업을 찾아가 기업의 고유한 가치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생리대 고민, 월경컵 고민, 월경전증후군 고민 이제 우리 함께 이야기해보자구요!"

색상에 교유한 이름을 부여하는 글로벌 색채 전문 기업 팬톤(PANTONE)은 2020년 새로운 색상을 공개했다. Period. 바로 월경이다. 팬톤 측은 '월경 인식 개선 캠페인'의 일환이라며,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가 월경에 대해 자발적이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자는 취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영국의 NH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은 생애 평균 약 480회의 월경 기간을 거친다고 한다. 건장한 여성의 신체를 가지고 있다면 피해갈 수 없는 월경. 그러나 지금까지 '그날', '마법', '빨간 날'이라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익숙한 사회 분위기였다. 

2016년 창립한 이지앤모어(EASE&MORE)는 건강한 월경 생활을 위해 월경컵, 유기농 생리대, 비건 생리대 등 다양한 제품들을 모아 판매하는 월경 셀렉트샵이다. 나아가 건강한 월경라이프가 될 수 있도록 월경 커뮤니티를 오픈해 월경 자체를 감추어야 하는 것,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인식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월경 수다회, 월경 박람회를 개최하기도 하는 등 제품구매과 더불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이 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이지앤모어가 진행한 월경 수다회. ⓒ이지앤모어
▲ 이지앤모어가 진행한 월경 수다회. ⓒ이지앤모어

■ 사회적기업의 경험, 여성 문제에 눈뜨게 하다.

이지앤모어의 안지혜 대표는 영리기업에서 근무하다 문득 오직 숫자, 매출을 바라보며 달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것이 맞느냐는 고민이 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그저 현지인 맛집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사회적기업 오요리아시아에서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안 대표는 사회적기업을 처음 알게 되었고 영리가 아닌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에서 경력을 쌓기로 마음을 먹었다. 외식업을 기반으로 경력단절 여성, 이주 배경 여성 등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 오요리아시아에서 1년 동안 기획팀에서 근무하면서 안 대표는 여성 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안 대표는 당시 이주 배경 여성에 대한 논문, 관련한 도서를 읽고 토론하며 당사자를 위한 기획을 하기 위해 문제를 바로 보는 시선을 다져나갔다. 문제를 마주하는 법을 알아가기 시작하니 평범한 말이 평범하게 들리지 않게 되었다. 

안 대표는 "이전까지 여성의 문제,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생리대 가격에도 전혀 의문을 품지 않았다. 어느 날 마트에서 우연히 남편이 말했다. '생리대가 비싸다.' 예전에는 아무 반응 없이 지나갔을 법한 이 말이 나를 바꿨다"라며 여성의 문제로 비즈니스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그렇게 1년 만에 오요리아시아를 떠나게 된다.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개당 생리대 가격은 331원으로 미국, 프랑스, 덴마크와 견주어봤을 때 2배가량 비쌌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도 개당 가격은 181원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누군가는 꼭 필요한 필수품을 살 수 없어 난처하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를 알리기 위해 안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다. 생리대와 추천하는 여성용품을 모은 '모어박스'를 사면 한 달 분의 생리대가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기부되는 형태였다. 

이윽고 깔창 생리대 파동이 일었다. 2016년, 비싼 생리대 때문에 월경기간에 등교를 하지 못하거나 생리대 대신 신발 깔창을 사용한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안 대표는 "여성들이 빈부격차와 상관없이 건강한 월경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깔창 생리대 파동 이후 정부와 각 기관에서 생리대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지앤모어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느냐는 고민에 빠졌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방향을 고민하던 안 대표가 발견한 것은 다양한 선택지였다. 안 대표는 "왜 우리는 생리대 하나만 선택하고 있었나. 왜 한 가지 선택지만 두고 깔창 생리대, 유해물질 사건이 생길 때마다 충격을 받아야 하는 걸까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지앤모어는 여성들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월경컵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했다. 

▲ 이지앤모어 안지혜 대표가 스페이스 살림의 살림홀에서 미소짓고 있다. ⓒ라이프인
▲ 이지앤모어 안지혜 대표가 스페이스 살림의 살림홀에서 미소짓고 있다. ⓒ라이프인

■ 2016년 창립한 이지앤모어, 그동안 여성용품 시장의 변화는?

월경컵은 다회 사용이 가능해 일회용 생리대보다 경제적이고, 쓰레기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지앤모어는 2018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월경컵 판매 허가를 받고 '페미사이클'을 선보였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여성용품 시장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질문했다. 안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월경컵에 대해 관심도가 높지 않다. 대형기업에서는 생분해 생리대, 유기농 생리대 등 프리미엄 생리대를 선보였고, 프리미엄 생리대 브랜드가 많이 늘었다. 2019년 기준으로 의약외품 중 가장 많은 허가를 받은 품목이 생리대이다. 전체의 35.8%를 차지하는 491개 품목이 허가를 받았고 한 품목당 평균 4개의 사이즈라고 한다면 약 2,000여 개로 추정된다"라며 시장 동향에 관해 설명했다. 그러나 해외 여성용품 시장의 경우 상황은 많이 다르다고 했다. "미국 탐폰 시장 점유율 1위인 탐팩스(Tampax)가 월경컵을 출시했다. 특히 탐폰 수요가 많던 미국은 월경컵으로 넘어가기 비교적 쉽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면서 월경컵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과연 시장성이 있느냐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우리가 보여주면 된다는 의지를 가지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 2021년 1월 스페이스 살림에서 국내 첫 월경상점이 오픈한다. ⓒ이지앤모어
▲ 2021년 1월 스페이스 살림에서 국내 첫 월경상점이 오픈한다. ⓒ이지앤모어

■ 여성이라면 누구나 사용 가능한 월경컵, 이제는 눈으로 보고 산다.

대형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월경 용품은 생리대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다양한 월경 용품이 있어도 눈으로 보고, 직접 만져보는 기회가 적다. 안 대표는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물건이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여전히 선택권이 제한되어 있다. 현재 월경컵은 성인용품매장에서 살 수 있다. 이 상황이 모순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장애를 가진 사람도 쉽게 안내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지앤모어는 2021년 1월 스페이스 살림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내부적으로 항상 고민했던 부분이고, 언젠가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였다. 스페이스 살림 덕분에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월경 용품매장을 성공적으로 유치해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앞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면 탐폰, 플라스틱 어플리케이터가 없는 탐폰 등 다양한 월경 용품을 이지앤모어 월경상점에서 만나보게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4년을 꽉 채운 사회적기업, 그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느냐는 라이프인의 질문에 안 대표는 "나는 이 길이 맞는가? 하고 망설일 때,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팀원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 이지앤모어 팀원들은 앞으로 더 다양한 제품들을 발굴해줬으면 좋겠다며 피드백을 주는 고객들에게 많은 힘을 얻는다. 단 한 명의 여성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월경 용품을 찾았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지앤모어의 가장 큰 목표는 월경 용품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이지앤모어를 떠올리는 것이다. 아직은 미흡하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이 이지앤모어를 알 수 있을 때까지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를 찾아 보여주겠다"라며, "이지앤모어는 항상 열려있다. 제안하고 싶은 것, 원하는 프로그램을 말하면 무조건 테스트를 해본다. 편하게 연락을 해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지앤모어가 열어놓은 월경 커뮤니티를 통해 여성들이 월경 일상을 공유하고 건강한 월경 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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