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전문가 기고] 기후위기 시대, 시민공동체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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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전문가 기고] 기후위기 시대, 시민공동체의 재발견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기고
  • 2021.01.20 18:00
  • by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06:09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위기를 겪고 있지만, 기후위기가 가져올 재난은 훨씬 광범위하고 파국적이어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위기는절박한 생존의 문제다. 기후위기는 천천히, 그렇지만 분명히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인식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며, 시민도 점점 주체적인 활동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의 실천은 어렵지 않아야 한다. 집에서, 마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하자.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면 된다. 혼자가 아닌 더불어 함께 행동하면 그 효과는 상상보다 크다. 라이프인은 지난해 연말 우리 사회에 솔루션이 필요한 세 가지 분야 ▲사회혁신 ▲기후위기 ▲지역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나눠보는 '범상치 않는 수다(秀多)회'를 마련했다. 기후위기 수다회에 참여해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체(community)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가 라이프인에 '기후위기 시대, 시민공동체의 재발견'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보내왔다. [편집자 주]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현실
2006년 6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만난 타미르는 여섯 살, 누나는 아홉 살이었다. 이 남매는 6개월 전만 해도 유목하는 부모와 함께 가축을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마을이 사막화되면서 가축들이 모두 굶어 죽었다고 한다. 타미르 남매는 재산을 모두 잃은 부모를 따라 무작정 울란바토르에 왔고, 살기 위해 쓰레기매립장에서 이동 중인 청소차에 올라타 고철, 빈 병을 줍고 있었다.  

타미르 가족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지난 60년 동안 몽골의 평균 기온이 2℃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이는 기후위기가 원인이다. 2020년 현재, 몽골에서 타미르 가족처럼 기후위기로 재산을 모두 잃고 피해를 본 주민들이 인구의 20%인 60만 명이나 된다. 우리는 이들을 '환경난민'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고향을 떠나 도시 빈민가에서 힘겹게 살아간다. 이것은 이미 기후위기가 깊숙이 진행되고 있는 몽골에 대한 보고다.

2020년 우리나라도 여름철 54일의 폭우와 4차례의 강력한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보면서 기후위기를 실감했다. 우리에게 기후위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이런 일들은 지구촌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2020년 9월, 유엔총회 보고서는 지구 기온이 지난 100년간 1.2℃ 오르면서 100만 종의 생물이 멸종했고, 2019년 1년 동안 1,500억 달러(165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2014년 세계은행은 보고서(Turn down the heat)를 통해 앞으로 2℃가 오르면 식량 생산 30%가 중단되고, 4℃가 오르면 70%가 중단되어 인류는 굶어 죽을 것이라고 했다. 기후위기는 이렇게 지구 생명과 지구촌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더구나 기후위기가 감염병위기, 경제위기를 동반하면서 지구촌은 지금 당장 해법을 찾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또 다른 지구(planet B)는 없고, 다른 대안(plan B)도 없다. 결국 기후위기를 만든 인류가 이것을 책임지고 해결하는 방법 외에는 해법이 없다. 

마을을 살려 지구를 구한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집 안의 전등을 하나 끄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이용하고, 채식을 실천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데도 왜 기후위기는 매년 심각해지며 기록을 경신하고 있을까? 기후위기 해결은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집단과 공동체를 만들고, 전국적으로 전 지구적으로 연결될 때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공동체를 통해 기후위기 해법을 만들어 가는 노력은 매우 소중하다. 

▲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몽골 울란바토르 서쪽 200km에 서울시 1.5배 크기인 바양노르라는 마을이 있다. 2002년, 대초원 지대였던 이곳이 사막화되면서 가축들이 굶어 죽고, 주민들이 대부분 도시로 떠나면서  이곳은 모래먼지 폭풍의 진원지로 바뀌었다. 그런데 2007년부터 변화가 일어났다. 남아 있던 주민들 40가구가 방풍림과 과일나무를 심어 땅을 살리기 시작했던 것. 그리고 5년 뒤, 도시로 떠났던 주민 400명이 이곳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삶의 터전을 되찾은 주민들은 자신들의 희망을 담아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했다. 

2014년 유엔은 지구촌 변방의 몽골에서 이뤄진 이 사례에 주목했다. 기후위기가 원인인 빈곤, 식량위기, 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에 몽골의 이 모델을 권고했다. 그리고 이 모델에 유엔 환경노벨상으로 불리는 '유엔 생명의토지상' 최고상을 수여했다. 주민 한 명이 했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지만, 주민들은 공동체를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마을을 살려 지구를 구한다'고 불린 이 사례는 '기후위기 시대, 공동체의 재발견'을 보여준 모범 사례 중 하나였다.  

공동체의 모범을 보인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의 두산아파트다. 두산아파트 2,000가구는 2012~2014년에 3년 동안 173만kW의 전기에너지를 절감했다. 주민 토론과 투표로 주민들이 직접 결정을 했다. 주차장 LED 도입, 급수방식에 고효율 부스터 펌프 도입 등으로 1가구당 평균 865kW의 전기를 절감했다. 우리나라 2,200만 가구가 두산아파트 주민들이 실행한 정도만 해도 매년 190억kW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500M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8기를 없앨 수도 있다. 

이런 사례가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스마트 그리드'와 결합해서 전국적으로 실행될 경우, 기후위기 해결에 중대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어떻게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시민공동체의 힘을 재발견해야 할 때
2020년 10월 28일, 문 대통령은 국회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50년이 되면 순배출량 제로(0)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12월 7일 정부는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그중 '전 국민 공감대를 토대로 지역과 민간이 주도하는 상향식(Bottom-up) 방식'을 주요 정책으로 채택했는데, 이것은 공동체가 주체임을 인정한 것이다.

탄소중립은 사실상 전국적으로 시민(주민) 공동체들의 참여를 촉진해야 성과를 만들 수 있다. 공동체를 주체로 하여 이들의 참여를 보장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74조 원의 그린 뉴딜 예산 중 40%를 주민들에게 지원하고 주민활동의 혜택을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기후피해 주민들을 보호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시작할 수 있다.

참고로 미 뉴욕주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인구 1,900만 명 중 46%인 880만 명이 그린 뉴딜에 참여해 보호와 혜택을 받고 있다. 놀라운 성과다. 그 이유는 2019년 '기후 리더십과 공동체보호법'을 통해 그린 뉴딜 예산과 펀드 40%를 주민공동체 지원을 하도록 보장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뉴욕주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시민공동체의 재발견은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는 정치, 정부, 기업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기후위기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은 주로 대자본에 있다. 따라서 국회와 정부는 대자본이 이를 책임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로서, 유권자로서, 시민공동체의 목소리와 행동은 이런 법과 제도를 만드는 힘이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코로나위기, 경제위기 시대다. 위기의 시대에 침묵하면 죽는다. 침묵하지 않을 시민들과 공동체를 재발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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