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금융의 상상⑥] 프레스턴시의 회생과 선순환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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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금융의 상상⑥] 프레스턴시의 회생과 선순환 금융
  • 2020.12.11 09:00
  • by 정종덕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매니저)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집중하고 있는 6대 중점 분야 (▲도시재생, ▲기술, ▲에너지·환경, ▲문화·예술, ▲양극화, ▲인구)의 최신 해외 사례를 정리해 올 연말 'SVS 인사이트' 시리즈의 하나로 발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상상력을 지닌 많은 조직과 만나기를 희망하며 최신 사례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사회적금융 모델을 라이프인에 소개한다. 국내 최초의 사회적금융 도매기금인 재단법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사회적경제의 발전과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해 필요한 금융기반과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재단은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임팩트투자, 인내자본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금융을 공급하고 있다. [편집자 주]

 

“저출산이 지속되면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나라가 될 것”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학 교수-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일본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 연구소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고령사회 (만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에서 초고령사회 (20%)로 진입하는데 58년, 프랑스는 39년에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한국은 급격한 압축성장과 베이비부머 세대를 지나 단 8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2명 (가임기 여성 천명 중 1명이 아이를 낳는 비율, 현재 한국은 이 수치가 1명 이하인 초저출산 국가)으로 세계 최저 수준으로 올해 3분기 기준 전국 출생아 수는 6만9105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래 최저치이다. 

▲출생아 수, 합계출산율 추이(1970-2019) (자료=통계청)
▲출생아 수, 합계출산율 추이(1970-2019) (자료=통계청)

국회 입법조사처는 '균형 인구 산정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를 통해 1.21명의 (2014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계속 유지된다면 한국의 인구가 2200년 322만 명으로 급격히 수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평균수명을 80세로 계산할 시 약 2.4세대 만에 인구가 급격히 소멸한다는 것이며, 인구 322만 명은 서울시의 자치구인 도봉구 수준의 인구로 이는 하나의 정상적인 국가로 기능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해당 보고서는 2014년 출산율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현재의 합계출산율 (0.92명)로 새롭게 계산하면 극적인 인구정책 및 사회 여건의 전환 혹은 통일, 이민 유치와 같은 인구의 외부 유입 변수가 없는 한 한국의 인구 소멸 시기는 훨씬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와 한국의 고령인구 구성비 추이 (자료=통계청)

문제는 인구감소는 단순한 인구 '숫자'의 감소에 대한 것이 아니라 경제 생산 가능 인구가 줄게 되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사회보험 재정이 고갈하여 국가의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고통스러운 수축이라는 점에 있다.

▲ 생산가능인구(15-64세) (자료=인구로 보는 대한민국)

한국의 인구가 소멸하고 있는 현상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 중의 하나인 서울 및 경기 등 수도권의 시민에게는 아직은 체감이 되지 않는 먼 훗날의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시선을 넓혀 지방으로 확대하면 이미 인구 소멸은 우리 목전에 와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인구감소는 전 국가적으로 진행되는 현상이지만 지역별로 불균형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인구감소로 지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시·군·구는 전체 228개 중에 97여 곳에 다다른다(전체의 42.5%).

▲ 지난 2005년과 올해 전국 시군구별로 분석한 지방소멸위험지수. 수치가 낮을수록 소멸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약 14년 사이에 위험도가 급격히 커졌음을 볼 수 있다. (자료=한국고용정보원)

지도에서 소멸 위험 지역으로 표시된 곳들은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전체적인 경제활동이 침체되어 일자리가 사라지고, 시민들의 삶의 질이 하락해 다시 인구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인구감소는 또한 세수입 저하를 초래해 지방재정의 자립성을 악화시켜 도시의 제반 인프라를 더욱더 낙후시켜 인구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정책을 펼 수 있는 여지를 줄이게 된다.

현재 많은 지방 도시들은 출산장려금 지급, 지역 상품권 발행, 도시재생 사업 전개 등 인구의 유출을 막기 위해 도시의 존폐를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지방 소멸 현상은 단순한 개별 도시 차원에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전 국가적 인구감소 트렌드, 산업구조의 변화, 일자리,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사회문화 여건, 복지제도 등 보다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인구가 소멸하고 도시 전체가 낙후되어 가는 지방 도시는 어떤 방식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만들어내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또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도시를 회생시킬 수 있을까? 지방의 개별 도시들이 다시 살아나게 된다면 전 국가적인 인구감소 경향성은 막기 어려울 수 있어도 그 추세가 도시 - 지방간에 극단적으로 불균형하게 발현되는 것은 늦춰 우리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좀 더 많은 시간과 대처할 수 있는 선택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영국 랭커셔주 프레스턴시의 사례를 통해 어떻게 사회적경제가 이 문제에 하나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 어떤 방식으로 자본이 지역 내에서 순환할 수 있는지를 시각화한 프레스턴 모델 개요 (이미지: The Next System Project)

영국 프레스턴시는 산업혁명 이후 제조업, 섬유산업 등으로 부흥했던 영국 북서부의 주요 거점 도시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도시의 주요 산업이 동아시아 신흥 개발국의 낮은 단가에 밀려 가격경쟁에서 고전하게 되고 산업구조의 변화를 이뤄내지 못해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한다. 프레스턴시의 일자리는 점차 사라져갔고 젊은 세대들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 이민자의 유입 등으로 증가하던 인구는 2000년대부터 정체되기 시작한다. 아동 빈곤율의 경우 22%까지 치솟고 일부 지역은 2012년 기준 평균수명이 65세밖에 되지 않는 등 도시는 급격히 쇠락한다. 자연스레 시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도 또한 하락하여 프레스턴시는 영국 도시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갖게 된다.

시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약 7억 파운드의 대규모 해외투자유치를 통해 대대적인 도시 정비와 대규모 쇼핑몰 건설 등의 개발 전략을 세운다. 하지만 2007년 닥친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해 해외투자 도시 정비 계획이 무산되게 되며, 시의 재정 또한 영국 정부의 긴축으로 인해 큰 폭으로 삭감된다. 

프레스턴시는 이에 새로운 도시개발 전략을 수립하게 되는데 시는 스페인의 몬드라곤 노동자협동조합에서 영감을 받은 미국의 클리블랜드시의 개발사례를 벤치마킹해 지역 경제의 쇠퇴 문제를 도시 내 병원, 대학, 관공서 등 앵커 기관(커뮤니티에 뿌리내려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는 '닻' 기관)의 공공조달과 같은 지출을 기존의 다국적기업 혹은 런던에 본사를 둔 대기업이 아닌 지역기반 기업, 지역의 노동자들이 소유하는 노동자협동조합을 통해 이뤄지게 해 지역에서 만들어진 부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 아닌, 지역 내에서 순환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만드는 '지역사회 부 만들기(Community Wealth Building)'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우선 프레스턴시는 비영리 씽크&두(Think&Do)탱크인 지역경제전략센터 (CLES, Center for Local Economic Strategy)를 통해 지역 내 대학, 병원 등의 공공조달, 지출 현황을 파악했다. CLES는 조사를 통해 지역 내 6개의 앵커 기관 (프레스톤 시 정부, 랭커셔 주 정부, 주택협회, 대학, 직업학교)의 전체 지출 중, 지역 내 소비가 현저히 낮은 점을 발견하고 (프레스턴시의 경우 5%, 랭커셔주로 확대했을 때 39%만이 지역 내에서 소비) 시의 앵커 기관에서 소비하는 20파운드 중 단 1파운드만이 프레스턴에 머물고 나머지는 외부로 유출된다고 분석한다.

이에 시의회 의장 매튜 브라운(Matthew Brown)을 중심으로 프레스턴시는 시의 주요 앵커 기관의 지출 및 공공조달이 지역 기업과 노동자협동조합을 통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지역 일자리에는 영국 내 최저임금보다 20% 높은 수준의 생활임금(living wage)을 지급해 공공을 통해 만들어지는 지역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노동자의 소득수준이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 (아랫줄 맨 왼쪽) 프레스턴 시의회 의장 매튜 브라운(Matthew Brown). 프레스턴과 이즐 링턴의 노동위원회는 도시 사회주의가 어떤 모습 일지 보여주는 새로운 경제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미지: tribunemag)

또한, 금융위기 당시 무산된 해외자본 투자를 대신해 도시개발을 위한 인프라 설립에 지방정부 연기금의 1억 파운드 규모 직접 투자를 추진하여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꾀하게 된다. 한편 시중은행이 낮은 신용으로 갖고 있는 지역기반 중·소규모 기업에 융자하지 않고 지점을 폐쇄하는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적금융의 공급을 위한 1백만 파운드 규모의 영국 북서부 지역 커뮤니티은행의 설립 또한 추진하게 된다. 아직은 발족 전이지만 프레스턴시는 전체 주민의 10%가 계좌를 커뮤니티은행으로 옮길 시 약 40억 파운드를 지역 내에서 순환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지역사회 부 만들기' 전략의 핵심 주체인 노동자협동조합을 육성하기 위해서 시의회, 중앙 랭커셔 대학 (University of Central Lancashire),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열린사회 (Open Society) 재단, 영국 협동조합 연합회 (Co-operative UK)와 공동으로 1백만 파운드 규모의 현금 혹은 현물 지원 시드 펀드를 조성하여 10개의 노동자협동조합을 지원했다. 

또한, 노동자협동조합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지역의 협동조합, 시의회, 지역거점대학 등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프레스톤 협동조합 개발 네트워크 (PCDN, Community Benefit Society)'를 구성하여 노동자협동조합으로의 기업전환, 지역 자산의 소유, 공공조달 등의 참여를 돕기 위해 컨설팅, 역량 강화, 투자연결 등을 지원하고 있다.

프레스턴시는 기존의 조달정책을 최저가로 입찰한(보통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화를 이뤄낼 수 있는 대기업, 다국적기업)곳과 계약을 체결하는 기존의 기준에서 얼마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느냐의 기준으로 관점을 전환했고, 이는 앵커 기관의 지출이 지역에 기반한 기업, 시민 가족기업, 노동자협동조합에 돌아가게 할 수 있는 근거기반이 된다. 

물론 떨어진 지역 경제의 활력과 침체 때문에 앵커 기관의 조달계약을 받아 이행할 수 있는 경제주체가 없는 상황도 많다. 하지만 프레스턴시는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데 일례로 랭커셔주의 약 160만 파운드의 급식 배급용역을 수행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지역기업이 없자 정부는 계약을 9개의 작은 계약으로 분할한 뒤 이를 지역 소규모 농가에 배분하여 각각의 계약처에서 요거트, 샌드위치 소, 달걀, 치즈 등을 개별적으로 납품받아 학교에 급식을 배분하는 전략을 세운다. 혹은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노동자협동조합이나 지역기반 기업이 전혀 없을 때는 입찰기업이 어떻게 지역의 고용을 늘리고 지역 기반 영세기업과 협업할 건지를 심사한다. 

▲ 침체기의 프레스턴시 상권(좌)과 서서히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는 시내(우) (사진: The Guardian)
▲ 침체기의 프레스턴시 상권(좌)과 서서히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는 시내(우) (사진: The Guardian)

시는 앵커 기관의 공공조달을 수행할 핵심 주체로 노동자협동조합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의 지분이 아닌 조합원 근로자 1인이 1표의 의결권을 갖는 민주성과 근로자 개개인의 직접적인 소득 상승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시는 전략적으로 10여 개의 노동자협동조합을 건설, 사회복지 부문 등에서 육성하고 있으며 시의 재생에너지 보급, 건물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 또한 노동자협동조합을 통해 추진하여 핵심 자산과 서비스의 시민 소유 권한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편 프레스턴시는 그간 민영화되거나 민간에 매각했던 지역 시설물을 재매입하여 지역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로 개보수하고 직접 사회 취약계층 지역주민을 고용하여 생활임금을 지급한다. 영화관, 식당, 볼링장 등과 같은 일부 편의시설 또한 시가 관리하여 그 이윤이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 환원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프레스턴 앵커 기관의 지역 내 소비, 조달은 금융위기 이후 큰 폭으로 삭감된 지방예산에도 불구하고 2013년 기준 3천 8백만 파운드 규모에서 2017년 4억 8천 8백만 파운드 규모로 증가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프레스턴시에서만 7만 파운드, 랭커셔주에서는 2억 파운드 규모의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신규 일자리를 1천 6백 개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지역사회 부 만들기' 전략은 프레스턴을 2012년 영국 내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한 경제적으로 낙후한 하위 20% 도시에서 2016년에는 영국 북서부 지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고, 2018년에는 영국에서 가장 향상된 도시로 선정되는 결실을 보게 해준다. 

 [클리블랜드 지역개발 모델]
- 클리블랜드는 미국이 세계 제조업을 이끌던 시기 핵심 공업 도시로 큰 호황을 맞았으나 1970년대에 이르러 상당수 지역 공장들이 저임금 국가로 옮겨가며 높은 실업률과 빈곤율로 쇠락하기 시작하고 1950년 이래 제조업 일자리가 없어짐에 따라 인구가 58% 감소.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현상은 더욱더 가속화함. 이에 클리블랜드는 시 정부, 협동조합, 비영리 싱크탱크인 협력 민주주의 (The Democracy Collaborative)가 주축이 되어 함께 협력하는 지역경제개발 계획을 수립했고 이는 클리블랜드 모델로 불리며 큰 성공을 거둠. 
- 클리블랜드 모델은 1956년 설립되어 74,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몬드라곤 기업(노동자협동조합 연맹)에서 영감을 받음.
- 클리블랜드 모델에서는 지역의 수요가 지역 내 생산자에 의해 충족. 시 정부와 지역 대학, 대형병원, 자선재단 등은 외부가 아닌 지역 노동자협동조합 등을 통한 조달로 지역에서 고용이 창출되고 자본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앵커기관이 중요한 역할 수행. 
- 지역 노동자들은 노동자협동조합을 통해 이러한 전체 순환 과정에 민주적으로 참여.
-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설립된 에버그린 노동자 세탁협동조합은 그 대표적 예로, 클리블랜드 내에서 가장 경제적 타격을 심하게 받아 높은 실업, 빈곤, 범죄율을 보인 낙후 지역의 주민들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조직, 앵커 기관의 세탁 업무를 수탁해 친환경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며 규모를 키움. 
- 이후 태양광 에너지 공급, 친환경 농업 등으로 그 영역을 확대, 이러한 조달체계로 인해 에버그린 노동자협동조합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하며 낙후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생활임금을 지급.
- 에버그린 협동조합은 노동자협동조합을 통한 기업의 민주적인 소유와 이들 기업을 통한 지역개발 모델을 확산하고자 협동조합의 기업 인수전환을 돕는 펀드를 자체적으로 조성.

 

우리는 프레스턴지역의 사례를 통해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프레스턴은 지역 경제의 쇠퇴에 따른 일자리의 감소, 시민들의 삶의 질의 저하, 인구 유출 등의 문제를 다른 무엇보다 '자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이동하는지 그 순환에 주목하며 실마리를 풀어내었다.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자본이 지역을 개발하는데 사용되지 못하고 외부로 유출되는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시 정부를 포함한 주요 앵커 기관의 소비와 공공조달을 최대한 지역 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 일자리가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소득이 증가한 지역 기업, 노동자의 소비가 다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사용되는 선순환 금융구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금융의 다양한 전략적인 활용 (연기금의 지역 직접투자, 커뮤니티은행 설립 추진 등) 또한 커다란 역할을 했다.

프레스턴 모델을 이행하는 기반은 지역 기업 나아가 이상적으로 노동자협동조합이다. 시는 자본의 지역 내 순환, 시민 소득의 증대, 지역 자산의 민주적인 소유를 위한 핵심 주체로 노동자협동조합을 육성하기 위해 시의 다양한 주체가 (대학, 지역협동조합, 의회, 비영리단체 등) 함께 모여 이 전략을 수립하고 지원방안을 협치로써 만들어낸다. 

이러한 프레스턴시의 전략은 소도시들뿐만 아니라 미국의 보스턴, 뉴욕, 영국의 맨체스터 등과 같은 큰 도시에도 주목을 받으며 벤치마킹되어 다양한 국가의 도시로 확산 중이다.

아직은 '지역사회 부 만들기' 프로젝트가 큰 폭으로 인구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직접적인 데이터 나 연구는 쌓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지역의 인구가 증가하기 위해서는 몹시나 당연하게도 쇠락한 경제가 다시 활기를 띠고, 일자리가 많아지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그 첫걸음일 것이다. 

자본의 외부 유출을 최소화하고 지역에서 만들어진 자본이 이윤의 추출 (extraction)이 아닌 그 본래의 목적인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쓰이고 순환될 수 있도록 그 구조의 설계와 노동자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경제 방식의 활용은 프레스턴시의 대안적 지역개발에 대한 상상을 가능하게 했다.     

프레스턴시가 새로운 전략을 수립한 계기가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2007년 금융위기로 인해 기존의 대규모 해외투자유치 계획이 무산되면서부터이다. 코로나로 촉발된 위기 상황을  어쩌면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인구 소멸을 막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새로운 대안을 고민하고 상상하는 기회로 삼을 수 도 있을 것이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사회적금융의 상상 연재가 이번 화를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동안 관심을 갖고 읽어주신 독자분들과 기사를 게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라이프인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연재를 통해 재단이 집중하고 있는 6개 중점 분야의 해외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1. 도시재생: 도시재생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애틀랜타와 EIB (환경성과 연계 채권)
2. 기술: 친환경 모빌리티 서비스 솜 모빌리타트와 참여형 금융
3. 기후: 기후위기와 제로 에너지 주택 프로젝트 에너지스프롱
4. 문화·예술: 공동체주식을 통해 지켜가는 지역사회 문화 허브 익스체인지 브리스톨
5. 양극화: 노동자들이 함께 소유하는 단테 주물공장과 협동금융
6. 고령화·인구: 프레스턴시의 회생과 선순환 금융

비록 매회 해당 주제별로 각 사례에서 중점적으로 주목한 부분이 있지만, 사실 위의 모든 사례가 어느 특정 영역에 한정된 사례만으로 이해되기는 어렵습니다. 3화 에너지스프롱을 예로 들면 기후변화 대응 편에 소개되었지만, 이 프로젝트는 동시에 도시재생, 주거문제, 양극화 해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편의상 여러 가지 테마로 구분하여 사회적경제를 바라보지만 각 영역은 현실에서 구분하기 어렵게 밀접하게 함께 섞여 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시야를 넓히면 사회적경제 또한 기존 경제의 외곽에서 홀로 별개의 영역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다양한 경제, 사회, 문화, 인구 등 전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선택된 사례들은 해외에서 가장 뛰어난 사례로 우리가 배우고 똑같이 적용해야 함을 주장하기 위해 선정한 것이 아닌,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생각거리를 제공하기 용이하다는 의미에서 소개되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가마다 환경, 역사, 정치제도, 경제적 상황, 공공의 역량과 시민사회의 성숙도 등이 다르기에 어떤 특정 사례와 모델이 동일하게 다른 곳에서 적용되고 성공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개별 사례들은, 새로운 방식의 대안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준 사례들이란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경제의 역할 또한 사회적 가치의 창출같이 우리 사회와 전체 경제 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대안적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 가능성을 꾸준히 증명하고 아젠다를 만들어가는 데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보다 원론적으로는 모든 금융은 애초에 사회적 가치창출을 돕는 사회적 금융이어야 하고, 기업 또한 너무나 당연하게도 재무적 이익뿐만 아니라 기업이 만드는 사회적 임팩트를 고려하는 사회적 기업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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