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위한사경] '플라스틱방앗간', 참새들, 플라스틱 물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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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위한사경] '플라스틱방앗간', 참새들, 플라스틱 물고 오세요!
서울환경운동연합 '플라스틱방앗간', 시민참여형 플라스틱 캠페인으로 뜨거운 호응
  • 2020.12.07 14:14
  • by 김정란 기자

그간의 기술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것이었다. 풍요로운 삶이 가져온 만족스러움에, 우리는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것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이 생각들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쓰레기 산, 플라스틱에 괴로운 해양생물들…지구가 더는 터전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들을 봐주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항목 13~15번(▲기후변화와 대응 ▲해양환경 보전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육상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은 그간 우리가 미뤄두었던 기후 변화에 대한 긴급조치, 해양, 육지 자원의 보존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할, 인간과 지구,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기술은 없을까? 더는 미룰 수 없는 생각들을, 앞서 실천하며 전진하고 있는 조직들이 있다. 라이프인이 지구를 위해 뛰고 있는 이들을 만나 지속가능성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편집자 주]

 

▲ 플라스틱방앗간에서 혼합플라스틱을 처리하는 과정. ⓒ프레셔스플라스틱
▲ 플라스틱방앗간에서 혼합플라스틱을 처리하는 과정. ⓒ프레셔스플라스틱

플라스틱 발생량에 비해 재활용 비율은 턱없이 낮다는 것을 알게 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에도 플라스틱은 계속 쏟아져 나온다. 이미 나온 플라스틱이 그대로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애쓰는 조직들이 있다. '플라스틱방앗간'을 운영하는 서울환경운동연합(이하 연합)도 그중 하나다. '플라스틱방앗간'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배출되는 플라스틱임에도 재활용이 잘 안 되는 작은 플라스틱들을 모아 처리하고, 이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참새클럽'이 플라스틱을 택배로 보내면 활동가, 봉사자들이 이를 분류, 세척해 제품을 만든다.

그냥 버리면 쓰레기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법을 찾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플라스틱방앗간을 반가워한 것은 당연하다. 500명의 참새(플라스틱을 보내는 참여자)를 계획했던 이 프로젝트는 신청 나흘 만에 900명이 접수하면서 기수당 2000명 정원의 '시즌제'로 돌아섰다. 플라스틱방앗간을 진행 중인 서울환경운동연합 김자연 활동가를 통해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흔하게 발견되지만, 재활용 안 되는 플라스틱의 운명은?

'참새'가 되면 주변에서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와 PP(폴리프로필렌) 등 두 가지 종류의 플라스틱을 모은다. 생수병 뚜껑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면서도, 재활용률은 낮고, 가열했을 때 오염물질 발생량이 가장 낮은 재료들이어서 이 두 가지를 선택했다. 이를 보내면 활동가, 자원봉사자들이 분류하고, 공방에서 가열을 통해 새롭게 쓸모있는 물건으로 변신한다. 참새는 이를 이용해 만든 '리워드'(1, 2기 치약짜개)를 받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김자연 활동가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직접 인식할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행동을 제시하고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더 나아가, 플라스틱방앗간 캠페인에 참여하며 모이는 시민들의 목소리들, '불필요한 플라스틱 포장재가 많다', '다른 소재가 섞여 있어 재활용되지 않는 것이 많다' 등의 반응을 모아 사회적, 제도적 변화와 정책, 기업의 실천을 요구하기 위해 플라스틱방앗간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 플라스틱방앗간에서 '참새클럽'이 보낸 플라스틱을 가공해 만든 다용도 받침대. ⓒ플라스틱방앗간
▲ 플라스틱방앗간에서 '참새클럽'이 보낸 플라스틱을 가공해 만든 다용도 받침대. ⓒ플라스틱방앗간

호응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모집 인원이 예상을 웃돌았던 것은 물론 미디어와 일반 시민의 관심도 대단했다. 연합에서 예상한 것을 넘어서는 반응이었다. 김 활동가는 "전례 없던 대유행병의 지속과 잦은 산불, 기나긴 장마 등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끼고 있다. (플라스틱 방앗간에 대한 관심은) 그러한 현실에서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참여하고 싶은 실천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사실 이전부터 크게 자리해왔지만, 지금의 현실이 실천의 필요성을 크게 일으키고, 공감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기후위기, 환경오염 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플라스틱 방앗간'이 대안을 제시한 것이 뜨거운 관심의 이유라는 해석이다.

시즌2에만 1470명이 실제로 플라스틱을 보내왔다. 이를 일주일간 분류하고 공방에서 가열 등 후처리를 진행한다. 현재 모집 중인 다음 시즌은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다. 11월 26일 현재 무려 3만 1000명의 시민이 다음 시즌 '참새'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재활용된다고, 플라스틱 많이 쓰시면 안돼요!

플라스틱방앗간은 "우리가 재활용해줄 테니 플라스틱 많이 쓰라"고 독려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플라스틱을 모으는 과정에서 참여자 스스로가 플라스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 활동가는 "플라스틱방앗간의 참새클럽 활동에 참여하신 후의 반응 중 가장 많은 내용은 '너무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와서 놀랐다', '작은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 것을 몰랐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이 생활 속에서 만들어내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을 직접 모아보고, 눈으로 확인할 때 느낄 수 있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 참여자들은 플라스틱방앗간을 시작으로 다른 환경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환경연합은 온라인 참여 챌린지 캠페인 '플라스틱일기'를 기획, 진행 중이다. 하루 동안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를 확인하여 기록하는 게시물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수 있는 대안과 실천방안에 대해 서로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이다. 김 활동가는 "현재 큰 문제인 2025년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의 사용 종료 선언과 맞닥뜨린 수도권 쓰레기 이슈와 코로나19로 급격히 많이 소비되는 배달, 포장으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해결방안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계획했다. 현재 3800여 명(11/26 기준)의 시민들이 신청했다"고 전했다.

▲ 서울환경연합에서 운영 중인 유튜브. 온라인 갈무리
▲ 서울환경연합에서 운영 중인 유튜브. 온라인 갈무리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채널에서는 '도와줘요 쓰레기박사'라는 컨텐츠도 운영 중이다.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처리방법과 문제점들을 알기 쉬운 언어로, 접하기 쉬운 컨텐츠로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 서울시 내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캠페인으로, 자전거 이용량 활성화 및 자전거 도로 개선을 위한 시민참여 캠페인 '따인의 삶'(따릉이를 타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서울시 공공자전거인 따릉이를 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울시 내의 자전거 활용도를 증진, 개선하기 위한 설문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더 큰 연대를 향한 발걸음

플라스틱방앗간의 차후 계획으로는 이런 운동을 더욱 확산시킬 '재활용 플라스틱 활동 네트워킹'도 기획 중이다. '소규모 재활용/재가공 시스템의 확산'과 이러한 활동을 하는 단위, 그룹을 네트워킹하는 프로그램이다. 비슷한 활동을 해나가는 여러 단위를 네트워킹해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김 활동가는 "플라스틱방앗간을 운영하며 가장 아쉬운 부분은 아무래도 우리가 모든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는 없다는 점"이라며, "플라스틱 문제의 해결은 재활용이 아니다. 재활용보다는 재사용, 재사용보다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단계다. 그러한 해결을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의 변화, 기업의 실천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에 플라스틱을 포함시키고, 불필요한 포장재를 줄이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의 정책과, 이를 실천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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