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교육 모델을 확산하고, 대학의 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 내 역할 확대를 위한 '사회적경제 대학교육 포럼'이 지난달 30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개최됐다.
우리나라 대학 내 사회적경제 교육은 2012년을 기점으로 '사회적기업 발굴 및 육성'에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어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추진한 리더 과정이 활성화되면서 점차 확산됐다. 이후 2018년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이 추진되어 사회적경제 관련 학위 과정을 만드는 대학이 늘어났고, 현재 50여 대학(학부, 대학원, 비학위과정 포함)에서 사회적경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포럼의 첫 번째 기조연설을 맡은 홍기빈 전환사회연구소 공동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사회적경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주제로 발표했다. 경제학자 칼폴라니는 '인간의 살림살이'를 통해 인간의 경제를 시장 형태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주류 시장경제학에 기반을 둔 '형식적 경제학'과 '실체적 경제'(인간의 살림살이)를 구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폴라니는 무한한 욕망을 갖고 경쟁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시장경제학 대신 정의를 추구하는 '사회적 인간', 공동체 구성원의 생존 욕구를 지속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물질적 수단을 제공하는 '실체적 경제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홍기빈 대표는 "우리가 만고의 진리로 인식하고 있는 희소성 원칙과 경제법칙 등은 100년도 채 되지 않은 개념"이라며 "개인이 필요한 것은 스스로 조달하기 위한 연대와 협동은 사회적경제의 기초이며, 회복시켜야 할 경제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그동안 사회적경제는 야구에서의 내야수와 외야수 사이에 존재했다. 사회적경제를 기존 경제학을 이론을 활용해 설명해왔지만, 현장을 현존하는 이론의 틀로 담아내기 어려운 부분 있었다"며 "사회적경제를 사회적경제 틀로 담아낼 수 있을 때 더 높은 수준의 일꾼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라준영 가톨릭대학교 창업가정신연구소 소장은 '사회적경제 교육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사회적경제를 넘어서 사회혁신 교육으로 대학교육의 미래를 바꾸기 위한 전망을 제시했다. 라 교수는 "시험을 잘 보는 능력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을 만들지는 못하기 때문에 강의와 시험 위주의 교육방식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교육 내용의 전반인 확장(▲사회적경제에서 제3섹터로 ▲사회적기업가 정신에 사회혁신, 사회적가치를 포함 ▲다학제적, 융합적으로 운영)과 교육방식의 혁신(플립러닝, 캐스톤 디자인, 해커톤, 리빙랩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라 교수는 가톨릭대학교의 사회혁신원 설립안을 소개하며, 학교에서 진행되는 교육 혁신도 사회혁신의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각 지역의 대표해 ▲(서울/수도권) 김승균 가톨릭대학교 교수 ▲(강원권) 김형미 상지대학교 교수 ▲(충청권) 유근준 한남대학교 교수 ▲(경산권) 조영복 부산대 교수 ▲(호남권) 김영선 전북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대학의 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 내 역할 확대를 위한 사회적경제 대학교육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조영복 교수는 좋은 인재들이 유입하고 자부심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 롤모델의 필요성과 사회적경제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교육자와 연구자 양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창업으로 연계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김영선 교수는 대학의 교육자들과 지역 간의 공유를 통해 다양한 커리큘럼을 공유하고 교육의 과정과 결과를 발표 토론할 수 있는 협력의 장인 '사회적경제 대학협의회(25개 대학에서 참여 중)' 추진 배경과 추진내용을 공유했다.
김승균 교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학의 사회적경제 및 사회혁신 교육은 그 교육과정 자체가 하나의 사회혁신랩이 되어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대학 구성원 스스로 사회혁신 생태계 내에서 체이지메이커(Changemaker)로서 역할을 발견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보다 거시적인 접근(▲중앙부처의 관련 정책 ▲제도 수립 및 개선 ▲부처별 사업간 연계)과 개별 대학의 노력(▲교육방식의 혁신 ▲국고 사업과 연계 ▲조직 및 예산의 확보) 그리고 이에 대한 공유와 확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김형미 교수는 "사회혁신 교육의 특징인 문제해결학습은 본인 동료들과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방법을 찾고 실제로 해봄으로써 검증하여 나름 해결방법을 찾는 일련의 과정으로 여기서 구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계자들과 부딪치면서 문제해결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평가의 기준과 방식에는 학생들의 자율과 실행을 통한 학습에 큰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강원도의 경우 주요 거점 도시권인 춘천, 원주, 강릉에 대학교가 집중된 경향이 있다며, 사회혁신 교육을 어느 지역에 거주하거나 어느 연령대나 어떠한 장애가 있더라도 배울 수 있도록 대학 간 연대를 바탕으로 한 고등교육 플랫폼 '(가칭)사회혁신대학동맹'을 제안했다.
한남대학교는 대전시 성장지원센터 운영기관운영 등을 통해 지역사회 혁신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적경제 관련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지역사회와 지역경제, 청년, 소외계층 등을 위한 사회혁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유근준 교수는 "대학이 사회적경제를 하는 이유는 지역사회로 받은 것을 환원하기 위한 노력"이며, "학생들은 사회혁신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현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는데, 오히려 대학이 혁신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 학생들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학생들을 믿어도 된다"라고 말했다.
사회문제가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만큼 사회문제를 해결할 인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회 문제의 대안이 되고 있는 사회적경제의 경우 1, 2, 3 섹터 인재의 핵심역량을 아우르며 사회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체인지메이커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사회적기업가뿐만 아니라 인큐베이터, 중간지원기관 실무자, 사회적경제 연구가 등 전방위에서 핵심 인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고등교육법 제28조에는 대학의 목적을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생산하는 것도 대학의 역할이지만 이와 더불어 인격을 갈고닦아 사회에 기여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역할인 것이다.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고 대학 본연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 교육도 변화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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