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役없는세상④] 류호정 의원, "여성에겐 국회나 사회나, 그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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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役없는세상④] 류호정 의원, "여성에겐 국회나 사회나, 그게 문제"
20대 여성 초선, 정의당 류호정 의원 인터뷰
  • 2020.11.27 15:02
  • by 김정란 기자
08:30

문재인 정부의 현직 여성 장관 6명(2020년 11월 현재), 여성 WTO 사무총장 후보 배출 등, 고위직에서 많은 여성이 등장하고, 여성가족부 2021년 예산안은, 전년 대비 5.3% 증액된 1조 1,789억 원이 편성되는 등 해마다 늘고 있다. 2018년 여성 창업자 지원에 100억 원이 배정되는 등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위한 정책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여성들은 여전히 이런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고, 사회활동에 여전히 많은 한계를 느끼고 있다.
일부 남성들은 반대로 '역차별'을 주장한다. 여성들에 대한 지원책이 많아지면서 남성들이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남성 역시 '남성성'이란 이름으로 강요받는 성격, 역할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이런 대결적인 사회 분위기는 젠더 갈등을 불러온다. 최근 몇 년 사이 특정 사이트에서 남성과 여성의 대결 양상의 설전이 오가는 등, 남녀는 서로를 이해하기보다는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모든 이가 평등한 사회, 민주주의 국가가 된 지 70년이 넘어서고 있지만, 가부장적 성 역할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고, 우리가 깨지 못한 편견은 결국 갈등이 된다. 라이프인은 고착된 성 역할이 젠더 갈등의 원인을 넘어 우리 사회의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라고 보고, 이에 대한 대안을 실천하고 있는 사례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류호정 의원. ⓒ라이프인
▲ 류호정 의원. ⓒ라이프인

그 자체로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라지만, 실제로 당적, 몇 선(選)인지 등에 묶여 개개인이 소신 있게 입법 의지를 드러내기 힘든 곳이 국회다. 그럼에도 20대 초선 여성인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회의원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남성성 짙고, 보수적인 국회에서 여성 초선 의원인 그는 어떻게 단단한 장벽을 깨고 진보하고 있을까? '性役없는 세상' 마지막 기사는 전체 의석수 300개 중 243개의 의석을 남성이 차지하고, 평균 연령은 54.9세인 국회에서, 20대, 여성, 초선이라는 '낯선 존재'인 정의당 류호정 의원에게 남성성 넘치는 국회에서 그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들어봤다.

국회의원이 된 지 만 6개월, 아직 임기 1년도 보내지 않은 그에게 국회의 남성성, 경직성에 관해 물어도 될까 고민했지만, 이미 류 의원은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 경험을 한 바 있다. 故 박원순 시장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밝힌 여성을 향한 연대의 의지를 밝힌 일로 일부의 비난을 받기도 했고, 국회 본회의에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다가 '국회 모독' 논란에 얽히기도 했다. 국정감사 중에는 류 의원의 질의를 받던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가 답변 중 '어이'라고 표현해, 젊은 국회의원을 향해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시작부터 다양한 사건들로 국회의 경직성을 드러낸 데 일조한 류 의원은, 다소 논란이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도, 자기 생각을 소신 있게 이야기해주었다. 류 의원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정의당 비례 1번이었을 때, 정의당이 20대, 여성에 신경 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일종의 '제스처'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알고 있고, 들어도 봤다. 하지만 정의당이 소속의원 180석씩 나오는 거대당은 아니지 않나? 능력 없는 사람에게 '제스처'로 비례 1번을 줄 수는 없다(웃음).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의상을 문제로 삼는 이른바 '원피스 논란', '어이 사건' 등이 있었다. 다사다난했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50대 중반이고, 남성 비율이 높다. 반면 나는 완전히 그 반대다. 젊은 여성이면서 소수정당이기 때문에 우리 활동들이 낯설어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게 사실 평범한 활동들이다. 원피스를 입는 것 같은. 밖에서는 평범한 모습이 국회에서는 안 평범해 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피스 논란 때는 여성의원들이 연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번 국회의 경우, 김상희 부의장님이 최초의 여성 국회부의장이셔서 여성의원들이 모여서 식사를 한번 하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의 죽음 이후 고소인에게 밝혔던 연대의 뜻이 논란이 된 바 있었다. 나 역시 추모와 연대가 분류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당시 상황상 고소인에 대한 비난이 너무 많이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에 대한 반발이 그렇게 심각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당황했을 수 있을 것 같다. 정의당은 집권당이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의원으로서 어떤 행동할 때는 당의 강령을 기준으로, 우리가 필요한지를 기준으로 행동한다. 우리 당의 판단 기준은 모든 사안에서 약자의 옆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 일도 그런 맥락이었다.

국회 들어오기 전에도 남성성의 벽과 맞닥뜨리는 일 있었나? 여성들이 사회생활하기 어려운 것이나 여성 정치인이 국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똑같이 벌어지는 얘기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어려움들은)우리가 그런 어려움을 공적 영역에서 재확인하는 것에 불과하고, 특별한 일이 아니다. 사실 그게 문제 아닌가? 여성들이 사회생활하기 어려운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것.

경직된 관행은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든다. 국회의 경직된 조직 문화들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토론회 등 국회 행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축사를 한 40분씩 하는 것(웃음)? 참석 의원들의 축사를 하느라 정작 토론 시간이 짧아지기도 하지 않나? 그런 불필요한 것들을 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또 우리나라가 IT 선도국가라는데 국회 내 인터넷은 너무 느리고, 식권이 아직도 종이다. 변화가 필요한 부분들인데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국정감사에도 노트북 등 다 있는데 종이를 너무 많이 쓴다. 저희 상임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이학영 의원께서 환경전문가셔서 종이를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성과를 낸 부분이 있다.

국정감사에서 류 의원을 '삼성저격수'라고 표현하는 등 남성적 언어들도 많이 쓰는 것 같다. '공중전을 잘해야 한다'. '여론전' 등 전쟁 관련 표현들을 많이 쓴다. 행사 가서 소개할 때 몇 번 당선됐는지 당선 횟수로 먼저 소개하고 그런 관행들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럴 때 어떻게 행동하나? 어떤 것을 거기서 바로 바꾸자고 초를 치기는 어렵지 않나. 대체로 "앞에서 축사 길게 하셨으니 저는 짧게 하겠다"고 말하고 짧게 말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 류호정 의원. ⓒ라이프인
▲ 류호정 의원. ⓒ라이프인

앞서 국회에서 젊은 여성으로서 겪은 문제들에 관해 물었다. 앞으로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들어보고 싶다. 1호 법안으로 '비동의 강간죄'에 관한 법안을 담당했다. 강간죄 법안에 '동의없이' 등의 표현이 아직도 없었다는데 놀랐다. 그렇다. 우리 당 법안인데 내가 담당을 맡았다. 이 법의 경우, 법에 공백이 있었던 부분을 채운 것이다. 직장상사가 아니더라도 종교인과 신도, 상담자와 내담자 등의 관계에서도 위력, 위계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도 비어있었다. 그 빈 부분을 메운 것이다.

앞으로도 여성 관련 법안들을 많이 내게 되나? 여성 의원이라는 데 대한 주목도가 높은 것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민주노총 후보다보니 노동 관련 법안을 많이 낼 것 같다. (여성의원으로 관심이 높은 것은)여성으로 살아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 있으므로, 나에게 그런 바람들을 갖는 부분을 이해한다. '관심이 있을 때 일을 잘하면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성정치인에게 '남성의원으로서 뭘 할 것이냐' 묻지 않지 않나? 그런 것을 생각해보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의원이 아니라 그냥 의원으로 일할 수 있으려면 결국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일하는 의원이라는 평가가 많이 나왔다. 그랬나요(웃음). 그렇다면 다행이다. 당원들께서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실력으로 증명하라고.

초심을 지키는 것은 힘들고, 동화되기는 쉽다. 지금 문제라고 생각한 것들이 오래 정치에 몸담다 보면 무뎌질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성찰을 한다. 가끔 당선되고 한 첫 발언을 다시 듣기도 한다. 거기 초심이 많이 담겨있으니까. 국회의원은 권한이 많기 때문에 권한이 없는 사람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자주자주 점검하고, 잘못된 조직 문화 속에 나도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자기가 그 안에 있으면 되돌아볼 수가 없지 않나. 성찰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경직된 국회,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거창하게 말고,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부딪힌 일들도, 사실 국회 안에서만 아직도 특별한 일들인 경우가 많았다. 우리 사회에서 평범한 모습을 자꾸 들여오다 보면, 국회도 바뀔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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