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시기, 사회적금융의 역할을 論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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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시기, 사회적금융의 역할을 論하다
  • 2020.10.28 23:50
  • by 노윤정 기자
▲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가 진행한 국제사회적경제 온라인 포럼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금융 역할과 미래' 세션이 21일 진행됐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가 진행한 국제사회적경제 온라인 포럼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금융 역할과 미래' 세션이 21일 진행됐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 속에서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사회의 취약한 곳을 향해 연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금융 기관은 그런 사회적경제기업들에 자금을 조달하며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재 사회적금융 기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와 당면한 새로운 과제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21일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가 진행한 국제사회적경제 온라인 포럼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금융 역할과 미래'(The role of social finance and its future transformation in the post COVID19 Era) 세션이 열렸다. GSEF 국제사회적경제 온라인 포럼은 내년으로 연기된 GSEF2021의 사전 행사로,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와 GSEF2021 멕시코 지역 조직위원회(LOC)가 이달 19일부터 23일까지 '큰 도전, 더 큰 연대: 변화의 통로로써 공동체와 사회적경제의 힘'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우리의 역할 생각해볼 때"…재난 상황 속 사회적금융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 밀더 비예가스 필락시온 대표. 온라인 화면 갈무리.
▲ 밀더 비예가스 필락시온 대표.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날 세션에는 4명의 국내외 연사가 참여해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밀더 비예가스(Milder Villegas) 필락시온(Filaction) 대표 겸 국제사회적경제투자연합(INAISE) 대표는 필락시온이 기반을 둔 캐나다 퀘벡 지역에서 시행한 사업에 대해 발표했다.

밀더 비예가스 대표는 필락시온에 대해 "2001년 설립된 재단이다. 기금을 조성해서 금융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계층과 기업을 지원한다. 여성기업, 문화·예술 분야 기업 등을 대상으로 재정지원을 하고 있고 사회적경제 쪽에도 지원하고 있다. 그 외에도 지속가능성을 지닌 다양한 분야에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필락시온이 코로나19라는 재난에 대응하여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퀘벡의 경우, 여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이후 실업률이 높아져 지난 8월 기준 실업률이 8.7%를 보였다. 1월부터 8월까지 퀘벡 지역 내에서 발생한 고용은 전년 동기 대비 25만 5천 명 감소한 상황(이상 캐나다 통계청 조사). 밀더 비예가스 대표는 이렇게 고용 환경이 악화된 상황 속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주로 기업들의 인력 유지 지원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먼저 언급하며 "우리는 사회적경제 전반과 협력하며,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정책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우리가 퀘벡시에 요구할 사안은 무엇인지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무 부담을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고민하며 정부 정책과 보완적으로 사업을 운용하고 사회적경제가 위기에 회복탄력성을 갖도록 하기 위한 사업들을 고안하는 것이다.

▲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어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은 지난해 1월 출범한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의 활동을 소개했다.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국내 최초의 사회적금융 도매기금으로, 개별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소매금융기관을 통해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나 기관 및 기업에 투자하고 인내자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에는 긴급자금을 투입하여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어려움을 덜었다. 송경용 이사장은 "정부에서 긴급지원정책을 발표했으나 일반 중소기업도 큰 타격을 받았기에 사회적경제기업에 우선적으로 지원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사회적경제기업이 금융정책에 있어서도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연대기금은 사각지대에 있는 사회적경제기업을 돕기 위해 '다 함께 위기극복 공동행동'이라는 조직을 만들어서 약 24개 파트너 기관과 함께 긴급자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이 외에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함께 바이소셜(Buy Social) 프로젝트 진행 ▲공공기관이 사회적경제기업의 재화 및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유도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인센티브를 기부할 수 있도록 하고 기부금으로 사회적경제기업 지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협약을 맺고 한국의 공정무역 기업들과 거래하고 있는 생산지 긴급 지원 ▲급격히 증가한 플랫폼 노동자들이 자조적인 연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련 법 제정 추진 등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오스카 무게르사 라보랄 쿠차 이사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오스카 무게르사 라보랄 쿠차 이사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다음으로 오스카 무게르사(Oscar Muguerza) 이사장이 재임 중인 협동조합 은행 라보랄 쿠차(Laboral Kutxa)의 사례가 이어졌다. 라보랄 쿠차는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설립한 금융기관으로, 지역 내 고용을 일으키고 고용 창출을 통해 얻어진 부(富)를 지역이 공유하도록 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스페인은 코로나19 유행으로 큰 타격을 입은 국가 중 하나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다시 크게 증가하면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통행 금지 등 이동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전염병 팬데믹으로 인한 혼란을 고스란히 겪으면서 스페인 GDP(국내총생산)는 2분기 기준 21.5% 감소했다.

오스카 무게르사 이사장은 "이런 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중요한 것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다.'"고 운을 뗀 뒤 "은행 본연의 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역할은 이러한 금융 쓰나미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게 금융을 지원해서 유동성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우리의 활동은 유동성 유지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동성 지원 규모는 지난 두 달간의 활동을 봤을 때 10억 유로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지원 대상에는 사회적경제기업을 비롯해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등이 포함되며, 오스카 무게르사 이사장은 "많은 기업들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다. 그런 기업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보랄 쿠차는 유럽연합(EU) 차원의 투자기금이나 스페인 정부 차원의 공적 투자 상품 등과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오스카 무게르사 이사장은 "보통 은행에서 대출하려면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사회적경제는 큰 담보를 제공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통적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대출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사회적경제는 위기 상황일수록 회복탄력성이 크다. 과거 위기에서도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제공된 대출들이 앞으로 충분히 그 가치를 입증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보랄 쿠차는 (예비) 사업적경제기업가들에게 기술을 고도화하고 시장에서 차별화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긴급 멘토링 사업 'SOS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다니엘 소로살(Daniel Sorrosal) 유럽 대안적 윤리은행 연합(European Federation of Ethical and Alternative Banks: FEBEA) 사무총장은 FEBEA가 유럽연합 기구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코로나19에 대응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우선 FEBEA는 이동제한 조치로 연합 차원에서의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자문 역할을 자처했으며, 정치 의제 속에서 사회적경제가 사라지지 않도록 회원사들의 코로나19 대응 활동을 담은 사례집을 발간하고 웨비나에 참여하는 등 끊임없이 사회적경제 분야를 가시화하는 작업을 했다.

또한 다니엘 소로살 사무총장은 "유럽연합 차원에서 새로운 조치를 취하거나 기존의 조치를 보완해달라는 요청을 했으며, 유럽투자기금(European Investment Fund·EIF)에 리스크에 대한 보증 한도를 늘리고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서한을 보내 현재 관련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다니엘 소로살 사무총장은 "장기적인 조치를 고민하고 미래에 대해 준비해 가야 한다"며 "유럽연합 기구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 사회적영향이나 리스크 감수 정도 등을 감안해서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BIS) 비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이후의 계획들을 밝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적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다

▲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온라인 화면 갈무리.

연사들의 발제 이후에는 질의응답을 통해 사회적금융의 역할과 미래에 대한 보다 다양한 논의를 이어갔다. 송경용 이사장은 중개기관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코로나19 대유행 상황 속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기로 판단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답하며, 산업구조 변화와 그 안에서 파생된 노동 문제, 사회적경제 현장과의 소통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송경용 이사장은 "고용은 불안정하고, 노동이 개별화되고 파편화되면서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해줄 조합도 없었다. 그에 따라 이들은 정부가 시행하는 지원정책에서도 배제되곤 했다"며 "플랫폼 노동의 특징은 개별화, 파편화다. 그래서 특히 자조적인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변화의 시기에 플랫폼 노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하여 공부한 적이 있고 노동과 사회적경제를 연결해야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자조적인 금융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공제회 설립을 추진하여 350만 달러가량의 기금을 조성하고 플랫폼 노동자들이 공제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중개기관 육성 지원과 관련해서는 "금융지원은 현장과 가장 밀접하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장과 가까이 있는 중개기관을 육성하는 데 우선적 관심을 두었다"고 부연했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투자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젊은이들이 도전할 수 있는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사회적경제기업 및 소셜벤처를 지원하기 위한 공모전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연사들은 코로나19 이후의 회복을 이야기할 때 네트워크적 접근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밀더 비예가스 대표는 "지역적 차원에서 보자면, 네트워크를 구성함으로써 팬데믹 상황에서 각 조직별 상황을 조사하고, 각 조직에서 어떤 상황을 겪고 있는지 분석하고 모델을 어떻게 개선할지 생각해낼 수 있다"며 정보공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국제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네트워크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어떤 방식과 어떤 정책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할 수 있다.

다니엘 소로살 사무총장 역시 정보공유를 강조하며 "우리는 브뤼셀에 위치해 있고 유럽연합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유럽연합 차원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을 회원사에 전달해야 한다. 우리는 접근경로 역할을 할 수 있고 회원사와 유럽연합 양쪽 모두에게 복잡한 지금의 현상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회적금융은 사회적 연대를 위해 헌신한다. 재난과 위기에 모두가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하는 지금 이 시기야말로 연대와 협력을 가치로 삼는 사회적경제의 힘이 필요하고, 사회적경제 분야가 본연의 업을 지속하며 우리 사회의 회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금융의 역할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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