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사회적기업월드포럼] 디지털 포럼, 실망 넘고 혁신으로! 내년엔 직접 만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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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사회적기업월드포럼] 디지털 포럼, 실망 넘고 혁신으로! 내년엔 직접 만나길!
  • 2020.09.29 14:30
  • by 신희정 (함께일하는재단 일자리본부장)

함께일하는재단은 국내 유일한 사회적기업월드포럼 조직위원회 위원 단체로서 2014년 '사회적기업을 통한 사회변화'라는 주제로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을 서울에서 주관한 바 있다.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은 열려 있는 기구로서, 현재는 4개국 7개 민간기관으로 구성된 이사진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각 이사진은 3년 임기로 순환된다. 현재 한국은 김재구 명지대 교수가 함께일하는재단의 이사 자격으로 조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캐나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 행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내년으로 행사를 연기하고 올해는 온라인을 통해 만남을 가졌다. 지난 25일 디지털로 전환한 행사를 마친 함께일하는재단 신희정 일자리본부장이 이번 행사 준비 과정을 돌아보는 글을 라이프인에 기고했다.

▲ 신희정 일자리 본부장. ⓒ함께일하는재단
▲ 신희정 일자리 본부장. ⓒ함께일하는재단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한 주, 온라인상으로는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되거나, 코로나19 대응의 시급성을 가진 다양한 주제의 국내외 회의와 포럼이 축제처럼 이어졌다. 워낙 9월은 행사의 계절이기도 하고, 이르게 찾아온 추석 전에 밀린 일을 처리하듯 장소 불문, 시간 불문 온라인을 매개로 한 국내외의 다양한 주체들과의 연결이 넘쳐난 시기였다. 그 자체로 수평적이고 민주적이며 자유로운 온라인 공간을 통해 유익한 내용의 각종 포럼과 회의가 집중될 때, 전 세계 사회적기업가들과 함께 전 세계를 누빈지 벌써 13년 차가 된 사회적기업월드포럼도 이에 편승했다.

지난 9월 21일부터 5일간 진행된 디지털 사회적기업월드포럼(Social Enterprises World Forum)은 지난 12년간 전 세계 사회적경제를 대표하는 국가와 도시들을 순회하며 개최된 관례에 따라 2020년에는 캐나다 Halifax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차년도로 연기되며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매해 전 세계에서 온 현장 참여자가 약 1,000~1,200여 명에 이르러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의 축제로도 불렸던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이었으므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된다는 것이 솔직히 낯설고 실망스러웠다. 누군가 정성스럽게 준비해준 행사에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시간을 들여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환기가 되는데, 마침 해외에서, 그것도 전 세계 사회적경제 동료들과 함께 정보와 고민을 나누고 또 서로를 응원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월드포럼 참가 목적의 반을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아쉽고, 서운하다. 그러나,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하자.

비대면 영어 대화에 익숙지 않은 다수의 국내 사회적경제 관계자들이, 5일간 200여 명의 연사로 이뤄진 90여 개의 세션이 빽빽하게 돌아가고, 50여 개국이나 참여하니 3개의 타임존(동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및 아프리카, 미주 등)으로 나뉘어 시차는 맞지 않고, 근무 중에 눈치 보며 산만하게, 또는 피곤한 눈을 부비며 집중해야 하는 디지털포럼에 어떤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사회적기업월드포럼 한국사무국 담당자로서 디지털포럼으로의 전환이 확정된 6월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왜, 누구를 위해 이 포럼이 열려야 하는가, 천천히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이 갖는 의의가 무엇인지 되새겨 보고 재정의하기로 했다.

▲ 디지털 사회적기업월드포럼에서 진행된 라이브토크. 온라인 화면 갈무리.
▲ 디지털 사회적기업월드포럼에서 진행된 라이브토크. 온라인 화면 갈무리.

우선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의 특성이라면, '운동성'의 강조이다. 표현이 어색하긴 하지만, 영어식으로 굳이 표현하자면, 캠페인 보다는 적극적인 'Action'에 대한 강조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 이번 포럼 연사로 나온, 브라질의 사회적기업인 FA.VELA의 대표인 Tatiana Silva는 주장한다. "사회적기업가는 제품 및 서비스로 지역사회에 역할을 하면서 주민들의 삶 개선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슈퍼히어로가 되어 홀로 고군분투하기보다 개개인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함께 힘을 모아, 더 나은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변화의 핵심이 되자"라고. 사회적기업월드포럼에는 정책입안자, 일반기업, 학계 및 사회적경제 분야 대표자와 실무자 등이 참여하지만, 민간조직의 주도성이 돋보인다고 평가하는 이유가 현장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경제 운동가들의 존재감이 유독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지역기반, 커뮤니티 기반'의 액션을 강조하는 것이다. 올해 디지털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의 주요 주제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기업과 커뮤니티'였다. 코로나19는 전세계 불평등 문제와 각 국가들이 취약한 문제들이 극명하게 드러냈고,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기업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토론한다. 캐나다의 Common Good Solutions, 말레이시아의 Biji-biji Initiative, 에티오피아의 Maisha Technologies, 인도의 SELCO Foundation의 대표들은 입을 모아 코로나19가 단순히 경제위기만 불러온 것이 아니라 환경의 위기, 보건 위기, 디지털 방식 전환에 따른 교육 및 기술 접근성의 위기까지 불러왔음을 지적하고, 현재의 시장경제나 중앙집권적 정부 정책에 의존하지 말고,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이 앞장서 변화를 이끄는 대안 세력이 되어야 주장한다.

또한,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은 미래세대에 주목한다. 사전행사로 매년 대학과 연계하여 진행하는 청년포럼(Youth Forum)은 월드포럼의 시그니처가 되었고, 특히, 올해는 주제 연사로 성별·국가를 불문하고 30세 이하의 청년사회적기업가들을 다수 초대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호주 정부 및 비영리기구의 청년 정책 및 사업을 컨설팅하는 Y-Lab의 활동가이자 호주 원주민 출신 청년 사회적기업가 Rona Glynn-McDonald는 "청년과 사회적기업가들이 앞장서서 기존의 판을, 전체 시스템을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회적기업인 Blackboard Africa의 대표인 Amonge Sinxoto는 "기성세대의 실패와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발판으로 더 발전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세대 간 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 정도면,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럼, 디지털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은 어떤 매력을 국내외 사회적기업가들에게 전달할 것인가.

일단, 올해 포럼에는 역대 가장 많은 참가자가 함께했다. 장소를 불문하는 온라인 기반 행사이다 보니, 당연한 결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양질의 포럼에 대한 평판에 근거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코로나19와 미래의 비즈니스, 청년 참여, 기후위기, 공공조달, 재건과 회복' 등의 주제를 각국의 역량 있는 연사를 통해 듣고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않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회적기업 및 개발도상국 사회적기업의 참여를 다양한 스폰서 기관이 지원하며, 한화 70,000원에 해당하는 티켓을 지원한 것은 월드포럼을 더 가깝게 누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올해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와 함께일하는재단이 골드스폰서로 행사를 후원하며 코이카 유관 국제개발협력기관 및 국내 사회적경제조직 400여 곳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높은 접근성을 얘기했지만, 여전히 국제포럼의 디지털 방식 접근은 익숙지 않고 불편하다. 그럼, 국내외 사회적기업 관계자들에게 디지털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을 쉽게 참여하도록 설득해야 할까. 여전히 담당자는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시도했다. 사회적기업월드포럼 국내 사전 행사 '포스트코로나챌린지_위기를 기회로!”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의 메시지처럼, 국내 사회적기업의 코로나19 대응은 그저 말뿐이 아니다. 소셜이 가장 빛나는 시기, 위기를 기회로 관점을 전환하고, 비즈니스를 전환해 나가는 국내 사회적기업가들의 액션을 소개하고, 전 세계의 사회적기업가들과 함께 위기 극복 챌린지를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칭찬을 많이 받았다. 추상적인 담론이 오가는 때에, 실제로 도전하고 노력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발표는 누구라도 듣고 싶어 했다.

칭찬에 힘입어, 두 번째, 이건 올해 월드포럼에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골드스폰서십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골드스폰서로 참여한 코이카와 함께일하는재단에 사회적기업월드포럼 운영 사무국은 포럼기간 중 2개의 국내 세션을 구성하여 전 세계로 전송해 주길 요청했다. 이제 더 이상 해외에 배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국내의 다양한 사회적경제조직을 소개하고 노하우를 전달하고 싶었던 우리는 적극적으로 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 한국국제협력단과 함께 마련한 사회적기업월드포럼 공동세션.ⓒ함께일하는재단
▲ 한국국제협력단과 함께 마련한 사회적기업월드포럼 공동세션.ⓒ함께일하는재단

첫 번째 세션은 언더독스, 더 브릿지, 아프리카인사이트, 키자미테이블, 루티헬스 대표자가 참여한 '창업 초기 사회적기업의 코로나19 대응'을 주제로, 두 번째 세션은 한국국제협력단과 함께일하는재단이 공동으로 '지속가능한 국제개발협력을 위한 사회적경제조직의 협력 방안'이라는 세션을 기획하여, 김재구 사회적기업월드포럼 이사의 주재로 열매나눔인터내셔널의 '르완다 취약계층 빈곤 개선 및 자립역량 강화' 사업, 캠프아시아의 '필리핀 불라칸주 도시빈민 여성 일자리 창출 사업', 제리백의 '우간다 제리백 디자인센터 운영 사업'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고 전세계로 송출했다. 주로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주역들이 월드포럼의 연사로써 참여했다.

그러나, 디지털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은 위와 같이 진지하고 심도 깊은 논의가 오가는 세션만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온라인상의 "Market Place"라는 섹션은 국내외 사회적기업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장이기도 했는데, 코이카 부스에서는 개발도상국 비즈니스를 크라우드펀딩으로 연계하는 더브릿지, 안구검진 검사 디바이스를 생산하는 루티헬스, 아프리카 지역 국내 인식개선 활동 및 국제개발 사업을 운영하는 아프리카인사이트, 르완다 취약 청년을 고용해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키자미테이블 등 대표들이 날짜별로 돌아가며 활동을 홍보했고, 함께일하는재단은 'Live Talk' 방식으로 국내·외 파트너로 구분해 해외 사회적기업지원 프로그램인 스마일투게더파트너십(STP) 소개 및 파트너 기관인 베트남의 떠헤, 인도네시아 자바라 및 예비 파트너 기관인 필리핀 코너스톤을 홍보했으며, 시각장애인 보조기기 제조 및 ICT활용 솔루션 개발하는 소셜벤처인 오버플로우, 미주 시장을 공략 중인 제리백, 대지를위한바느질 대표들의 진지한 수다 '한국의 사회적기업을 알려주마'라는 유쾌한 코너를 진행하고 각 기업의 제품소개도 함께 했다.

이쯤 설명했으면, 올해 디지털 사회적기업월드포럼도 현장 포럼만큼이나 매력이 넘치지 않나 싶은데, 혹시, 이 기사를 접하고 디지털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의 내용에 관심이 생기신 분이 계시다면, 함께일하는재단을 통해 내년 9월까지 월드포럼에 접속할 수 있는 티켓을 구할 수 있다. 디지털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의 강점이 무엇인가, 온라인으로 접속을 통해 언제든 어디서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엔 반드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캐나다 Halifax에서 개최되길 소망한다. 온라인 국제포럼을 성공적으로 운영했으니, 내년 포럼은 온오프라인이 믹스된 더 다채로운 포럼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더해, 우리가 코로나19로 극명하게 드러난 자본주의 사회의 취약성을 경험했다면, 우리의 운동성과 지역사회 기반의 공동체, 미래세대에 대한 주목은 더욱더 유효해졌을 것이고, 전 세계 사회적기업가들은 국제적 대응을 모색하고 변화를 다짐할 글로벌한 장(場)을 더 요구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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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정 (함께일하는재단 일자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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