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사회적기업월드포럼] 위기에 더욱 돋보이는 사회적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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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사회적기업월드포럼] 위기에 더욱 돋보이는 사회적기업
  • 2020.09.29 09:00
  • by 엄소희 (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은 2008년 시작된 이래 세계 각국을 돌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작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렸으며, 그로써 모든 대륙에서 한 번 이상씩 포럼을 연 셈이 되었다. 2020년에는 캐나다 할리팩스가 개최지로 발표되었지만, COVID-19으로 인해 온라인 행사로 대체되었다.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알리고, 사회적기업 간의 학습과 공유를 위해 열리는 행사이니만큼, 참가자의 대부분이 사회적기업가, 사회적기업 지원조직 등의 실무자들이다. 필자는 작년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사회적기업월드포럼에 참석했었는데, 작은 공간과 큰 공간을 교차해서 쓰면서 다양한 주제를 크고 작은 그룹에서 각각 다룰 수 있게 운영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온라인으로 행사가 옮겨지면서 이 같은 특징이 어떤 방식으로 대체될지 궁금했는데, 구성과 운영에서 흥미로운 지점들이 꽤 있었다. 이 글에서 이번 사회적기업월드포럼에 대한 몇 가지 단상을 소개하려 한다.

ⓒSE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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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의 과거 개최지를 표시한 지도 ⓒSEWF
▲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의 과거 개최지를 표시한 지도 ⓒSEWF

COVID-19으로 인해 많은 오프라인 행사들이 온라인으로 옮겨졌다. 정상회담부터 유수의 영화제, 각종 공연 및 박람회도 모두 온라인으로 개최되거나 아예 취소되곤 한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국내 최대 행사로 꼽을 수 있는 SOVAC은 무려 한달 간 시간을 나누어 각 세션을 나누어 진행했다. 사회적기업의 최대 행사로 꼽을 수 있는 사회적기업월드포럼 역시 상반기 중에 온라인 행사 전환을 미리 알렸고, 진행 일수나 방식은 기존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던 것과 유사하게 맞추었다.

국제 행사를 온라인으로 옮기게 되면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 시간이다. 온라인 행사는 공간의 제약은 무너뜨리지만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이상 시간의 제약을 벗어날 수 없다. 이번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은 기존의 행사 일수-사전행사 2일, 본행사 3일을 유지하되 모든 대륙에서 자신의 시간대에 적어도 3~4세션을 들을 수 있도록 분배하여 하루 약 10시간 정도 연속 행사로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듣기 용이한 시간대의 세션에는 자신의 국가를 포함한 이웃국가의 발제자나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적이면서도 일정 부분 지역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또 다른 특징으로 티켓 구분을 들고 싶다.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티켓 가격은 오프라인의 1/10 수준으로 책정되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번 포럼에 티켓 구분을 새롭게 했다는 점인데, 기존에는 얼리버드와 법인, 학생, 일반 티켓 정도의 구분이었다면 이번에는 저소득국 및 분쟁 국가, 지원 대상 등을 따로 구분했다. 저소득국이나 분쟁국가 출신이라면 저렴한 비용에 티켓을 구매할 수 있고, 지원 대상 티켓은 사회적기업 중에도 코로나로 인해 상당한 손실이 있는 경우에 지급되었다. 최대한 많은 사회적기업가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본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 대목이다.

이번 포럼의 키워드는 COVID-19대응/청년/기후/젠더 네 가지였고, 관련한 주제가 많이 다루어졌다. 특히 COVID-19에 대한 각 사회적기업의 대응이나 사회적기업의 역할이 무엇일지에 대해 논의하는 세션이 눈에 많이 띄었다. 모두가 공감하면서 전제한 것은 '코로나로 인해 감추어져 있던 사회의 문제가 더 많이 드러나게 되었다는 것'과 '이런 때일수록 사회 문제에 집중하는 사회적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초기 스타트업과 국제개발협력 분야 사회적경제 유관 기관 등이 이와 관련한 토론 및 발제를 맡기도 했다. 

또한, 청년 연사들이 발언자로 참석한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청년 사회적기업가나 청년이 리드하는 사회 이슈에 대한 세션도 다수 마련되었다. 사회적기업에 관한 의제 설정이나 방향성을 청년들에게 맞추려는 주최 측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청년들의 발언은 단호하면서도 자유로웠고, 재기발랄하면서도 무게감이 있었다. 

▲ 2020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의 각 프로그램 주제를 모은 워드클라우드. 사회적기업, COVID-19, 공동체, 회복 등의 단어가 눈에 띈다. ⓒSEWF
▲ 2020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의 각 프로그램 주제를 모은 워드클라우드. 사회적기업, COVID-19, 공동체, 회복 등의 단어가 눈에 띈다. ⓒSEWF

사소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5일간의 온라인 포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온라인 행사가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숫자, 무려 5,000명의 사람들이 50여 개국에서 접속했고, 94개의 세션에 200명의 연사가 참여해서 생각과 정보를 나누었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전 세계 각기 다른 시간대에 사는 사람들이 각자의 상황을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모았다. 오프라인 행사에 비해 다소 격식이 덜했으나 오히려 이런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채팅창에 질문을 던졌고, 연사들도 편안한 모습으로 허물없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번 행사 자체가 거대한 실험이었을 수 있다. 낯선 도시에서 행사장을 찾아 헤매듯 익숙하지 않은 플랫폼에서 세션 참여 방법을 찾기 위해 헤매기도 했다. 플랫폼 한쪽에는 상시 안내자가 대기하고 있어서 화상채팅을 통해 문의하거나 문제 발생을 알릴 수 있었다. 여러모로 잘 기획되고 잘 운영된 행사였다. 이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포럼에 참석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함께 경험하게 되었다. 내년 행사는 이번에 미뤄진 대로 캐나다 할리팩스에서 열릴 계획인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SE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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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계속해서 변한다. 그리고 사람은 그에 맞추어 적응한다. 사회적기업은 사람이 그에 적응할 수 있도록 앞서서 문제를 인식하고 알리기도 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사람을 연결하기도 한다. 코로나에 대응하는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의 방식이, 도전과 실험을 거듭하는 사회적기업들의 모습과 닮아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세션이 100개 가까이 열리는 바람에 참여한 세션은 극히 일부였지만, 만족도는 높았다. 물론 세션에서 다루어진 이야기들도 유익했지만 개인적으로 더 유익했던 것은 이 기간 온라인 공간 안에서 비슷한 고민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본 것이었다. 비대면의 제약이 이어지는 날들이지만 우리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사회적기업가들이 사회 곳곳에 있는 한, 사회적기업 또한 진화해 나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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