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currently engaged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NEET)"
니트족이란, 의무교육을 마친 뒤에도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의 청년들은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교육과정을 거치도록 사회적으로 요구받으며 자라왔다. 유치원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초등학교에 진학하고 이후 중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또 당연하게 대학교에 진학한다. 인생에 정해진 길은 없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선택했던 길을 한 번도 걸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 "이제 네가 알아서 하렴."이라고 말하면 당황스럽기 그지없을 것이다. 청년 니트족이 그렇다. 빈 종이에 무엇을 그려 넣어야 멋진 그림이 될지 아직 모르는 것이다. 한국의 청년 니트족은 200만 명을 넘었다. 그중 대학을 졸업한 니트족의 비율은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 무엇이었을까?
■ 백수들이 다니는 회사 '니트 컴퍼니'
비영리단체 니트 생활자와 카카오 프로젝트 100은 공동 기획으로 '랜선 가짜 회사 놀이 니트컴퍼니' 프로젝트(이하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는 100일간 만 18세부터 39세 이하의 무업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랜선 회사 '니트 컴퍼니'를 만들어 운영하는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는 일반 회사에 입사하는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참가 신청서를 작성하고 랜선 면접 실시 이후 100일 간해야 할 일에 대해 안내받는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최종 프로젝트에 참여할 사원을 선발한다. 이렇게 선발된 니트 컴퍼니의 백수 사원은 운동, 학습, 취미생활 등 무엇이든 나를 바꿀 수 있는 일 한 가지를 정해 매일 실천하고 인증샷을 찍어 다른 사원들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7월 4일 위쿡 사직점에서 '백수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백수로 살아남는 86가지의 방법'이라는 전시를 진행했다. 2019년 9월 베타 시즌 1을, 2020년 3월부터는 베타 시즌 2가 진행되었으며 참가자들이 실천 보증금을 기부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 청년 니트족에게 가장 필요한 그것, '소속감', '자신감'
카카오 정책산업연구팀은 "니트족들은 무슨 고민을 하고 있으며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는 이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어떤 기여를 했을까?"는 궁금증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참여자 중 16인을 선정해 초점집단인터뷰, 마인드맵핑&카드 분류를 거쳐 핵심 가치를 도출해냈다.
연구 결과는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가 청년 니트족에게 아주 유의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자신감과 소속감을 심어주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자라서 기억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당연하게 "00학교 00반 000이요." 또는 "00회사의 000이요."라며 소속을 밝혀왔던 청년 니트족에게 소속감이 없다는 사실은 '자유'를 획득함과 동시에 '불안'에 빠져들게 했다.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는 참여자들에게 100일간의 활동들에 몰입하게 함으로써 자신감과 동시에 소속감을 확인 시켜 주었다.
■ 전에 알던 내가 아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
니트 생활자의 박은미, 전성신 공동대표는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이 일상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항상성이 무너질 때 무기력과 패배감에 쉽게 빠지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청년 니트족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 '심심한', '무기력', '답답'과 같은 핵심 가치를 보였다면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가 무너진 생활 리듬을 되살리고 무업기간을 전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도우면서 이 핵심 가치들은 '도전적인', '변화', '실천', '단련'과 같은 가치로 변화했다. 프로젝트 참여 후 '자신감이 넘치는', '책임감', '새로운 도전', '천천히 달리기'로 가치들이 심화되어 발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책임감과 자신감으로 무장한 청년 니트족은 느리지만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일례로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 찾아와 회사를 그만두고 상담 치료를 받던 청년은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로 인해 인생의 전환점 맞이하게 되었고 현재 건축회사에서 자신만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정연주 카카오 '프로젝트100' 매니저는 "청년 니트족에 대한 문제 접근이 주로 ‘취업률을 높이자’에 국한되어 있다. 청년 니트족이 왜 발생하는지, 이들의 정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살펴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니트 컴퍼니는 백수 사원들에게 명함도 배부하고 사내 방송은 물론 온라인 인증이 늦어지는 경우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등산을 벌칙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로써 백수 사원들은 회사가 주는 소속감, 유대감, 적절한 통제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정서적 교류는 곧 책임감 상승으로 이어졌다.
니트 생활자의 공동대표들은 "기존에는 직장인이어야 신분을 보장받던 사회였다면, 앞으로는 일의 모양이 조금 다르더라도 인정해주고 제도적 보장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카카오 프로젝트 100의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는 현재 베타 시즌 3이 시작됐다. 이번 시즌에는 3만여 명 참여했으며 1천 개의 프로젝트가 개설되어 운영 중이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녹색연합, 서울환경연대, 서울YMCA를 비롯해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 개인 활동가, 환경 전문 동네서점 등이 매일 실천할 수 있는 환경 실천 미션 프로젝트 ▲피아니스트 임현정, 소설가 김중혁, 래퍼 슬릭, 작가이자 뮤지션 요조, 인디밴드 재주소년 등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각각 일상을 발견하는 문화예술 프로젝트 ▲이웃과의 연결고리를 통해 거리 두기를 하면서도 서로의 안부를 묻는 프로젝트 ▲우리 로컬과 지역 커뮤니티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25개의 동네책방 프로젝트 등이 있다. 10월 중으로는 청소년을 위한 '30일 프로젝트'가 운영될 예정이다.
준비 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청년들. 잠깐 멈춤의 불안을 '니트 컴퍼니 프로젝트'와 함께 헤쳐나가 보자. 하얀 백지와도 같은 지루한 일상을 새로운 도전의 밑바탕으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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