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AC 2020] 지금, 다시, 비영리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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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VAC 2020] 지금, 다시, 비영리를 말하다
  • 2020.09.23 11:24
  • by 노윤정 기자
▲ 민영서 (사)스파크 대표. 'SOVAC 2020' 화면 갈무리
▲ 민영서 (사)스파크 대표. 'SOVAC 2020' 화면 갈무리

비영리 분야는 사회문제 해결을 미션으로 삼는다. 따라서 세상이 바뀌고 사회문제가 달라지면 비영리 분야 역시 변화하기 마련이다. 전염병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수개월 지속되면서 사회의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는 시기, 비영리 분야에서는 어떠한 변화와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22일 진행된 '소셜 밸류 커넥트'(Social Value Connect: SOVAC)의 '사회변화를 향한 소셜섹터의 트렌드와 과제: 다시, 비영리' 세션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소셜섹터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변화와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세션은 민영서 (사)스파크 대표가 진행을 맡았으며 이재현 NPO스쿨 대표,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장,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 일상 속으로 들어온 '비영리'

▲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장. 'SOVAC 2020' 화면 갈무리
▲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장. 'SOVAC 2020' 화면 갈무리

김시원 편집장은 최근 비영리 영역의 흐름을 '누구나 비영리하는 시대'라는 말로 표현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시민들이 모여서 프로젝트 방식으로 비영리 활동을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팬들이 모여서 자선·기부활동 하는 것을 이르는 '팬덤 필란트로피'(Fandom Philanthropy)에서 이런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최근 흑인 인권 운동 캠페인(Black Lives Matter)에 기부한 방탄소년단 팬클럽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방탄소년단과 소속사가 흑인 인권 운동 캠페인을 위해 12억 원을 기부하자 소식을 접한 팬클럽이 동일한 액수를 모금하여 기부한 것이다. 또한 방탄소년단이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아동 폭력 근절 캠페인을 진행하여 모금한 24억 원 가운데 7억 원을 팬클럽에서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덤 필란트로피는 전통적인 개념의 비영리 활동과는 형태가 다르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부담없이 비영리적 가치에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김시원 편집장은 "이것이 요즘 시민들이 하는 비영리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팬덤 필란트로피가 확장하는 것처럼 평범한 시민들의 비영리 활동도 계속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대욱 대표는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이유로 우리 사회가 '초연결 시대'로 접어든 점을 언급했다. 이전에는 '중앙'이 존재하여 중앙에서 어젠다를 전달하면 사람들이 따라가는 형태였으나, 초연결 사회가 되면서 모두가 '중앙'이 되고 정보 발신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비영리 활동 역시 예전에는 조직에서 어젠다를 만들고 사회문제를 정의해서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시민들이 먼저 나서고 조직이 거기에 따라가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방대욱 대표의 설명이다.

또한 이재현 대표는 "기존의 조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새로운 형태의 조직들이 생겨나고 전통적 조직의 문법이 도전 받는 시기다. 팬덤 활동(팬덤 필란트로피)의 경우도 전통적인 기준에서는 비영리 활동이라고 부르기 어색하다. 하지만 공익적이고 비영리적인 활동을 잘하고 있지 않나. 주목하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렇게 비영리 활동 주체의 범위가 넓어지고 비영리 활동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 SNS)의 발달을 들 수 있다. 또한 방대욱 대표는 "정보의 비대칭 현상이 없어졌다.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고 정보가 많아지면 자발적인 시민의 활동은 계속 커져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재현 대표는 기술의 진보가 개인의 비영리 활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면서 "예전에는 사회변화 활동을 하려면 조직에 합류했어야 했다. 그런데 기술의 진보가 그다음 단계를 원하고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 뉴노멀(New Normal) 시대, 비영리는 어떻게 변화할까

▲ 이재현 NPO스쿨 대표. 'SOVAC 2020' 화면 갈무리
▲ 이재현 NPO스쿨 대표. 'SOVAC 2020' 화면 갈무리

코로나19 이후 자주 접할 수 있는 개념 중 하나가 '뉴노멀'이다.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을 뜻하는 이 말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이 변하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그렇다면 비영리 영역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

이재현 대표는 ▲경험의 변화 ▲역량의 변화 ▲성과의 변화 등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뉴노멀 시대의 변화상에 대해 짚었다. 재난이 일상화되면 빈부의 격차가 커지듯이 경험의 격차도 커진다. 따라서 좋은 경험을 어떻게 시민들에게 비대면으로 제공할 것이냐가 향후 비영리 영역이 풀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또한 비대면의 시대가 되면서 '유능함'으로 여겨지는 역량도 달라질 것이다. "통솔력과 카리스마, 설득력 같은 역량보다 온라인 감수성, 팩트 기반의 정보분석 능력, 미디어 사용 능력 같은 것들이 본질적인 역량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는 설명. 뿐만 아니라 이재현 대표는 '정량의 성과'가 아니라 '정성의 성과'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재현 대표는 "비영리 조직이냐 영리 조직이냐, 사회적경제냐 전통적인 비영리냐, 이런 이분법은 현장에선 무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회변화를 이룰 것이냐'다"며 "전반적으로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영역을 소셜섹터라는 용어로 통칭하면 다자간에 협력도 용이해지고 서로 배울 것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방대욱 대표는 "비영리와 영리의 구분이 무너졌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나는 엄격하게 구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활동, 돈으로 살 수 없는 무엇인가가 비영리 활동 속에 존재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조차 거래화하는 사회에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래서 변화의 시대라는 부분에 동의하지만 비영리가 날을 세우고 가야 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비영리 스타트업 "비영리적 가치 창출을 혁신적인 방식으로"

▲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 'SOVAC 2020' 화면 갈무리
▲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 'SOVAC 2020' 화면 갈무리

이날 세션에서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시도로서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비영리 스타트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영리 스타트업이란 사회문제를 새롭게 발견하거나 기존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고자 하는 비영리 조직을 지원하는 사업을 이른다.

방대욱 대표는 비영리 스타트업이 생겨난 내부적인 요인으로 ▲도전은 장려하지만 실패는 용인하지 않는 환경 ▲젊은 층이 진입하지 않는 조직 ▲기존 비영리 조직들의 변화 대응력에 대한 의문 등을 꼽았으며 외부적인 요인으로 ▲비영리 조직이 변화의 주체가 아닌 변화의 대상으로 인식 ▲변화만이 아니라 대안을 함께 이야기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직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문제 발생 등을 언급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하여 비영리 조직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 필요해졌고 이 필요 때문에 비영리 스타트업 사업이 생겨났다.

이렇게 사회문제를 혁신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들이 많아지려면 결국 더 많은 인재가 비영리 분야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패널들은 비영리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과 노력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재현 대표는 "전통적인 비영리 조직과 비영리 스타트업을 정부가 어떻게 지원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그런데 정부가 지원해주겠다고 하는 순간 상상력과 창의력이 저하되는 부분이 있다. 관리감독과 통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대욱 대표 역시 "사회적경제조직이나 소셜벤처의 생태계가 좋아진 데는 정부의 지원과 법제화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비영리를 둘러싼 여러 법제가 규제하는 형태로 되어 있어서 이걸 활성화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시원 편집장은 "이번 정부에서 일자리 정책을 발표하면서 중소기업, 소셜벤처, 사회적경제조직 쪽으로 젊은 인재들을 끌어오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때도 비영리 영역으로 청년들을 끌어오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일자리인데 지원책이 너무 없다. 특히 청년들을 끌어오기 위한 지원책이 없다. 민간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비영리 영역을 혁신의 주체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SOVAC 2020' 화면 갈무리
▲ 'SOVAC 2020' 화면 갈무리

또한 비영리 분야로 인재를 유입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 역시 중요하다. 김시원 편집장은 비영리 분야 종사자들을 지칭할 때 주로 사용하는 '활동가'라는 표현에 대한 문제를 먼저 제기했다. "젊은 종사자들 중 비영리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활동가'라고 하지 말고 '노동자'라고 불러 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 희생을 요구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고 노동 환경에 대한 고려가 되지 않는 단어라고 이야기하더라"는 것. 이어 방대욱 대표는 "'비영리 활동가'란 비영리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정의일 뿐, 비영리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법적 지위는 노동자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재현 대표 역시 "비영리가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으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 양상을 언급하면서도 "(정부에서는 지원금이) 단체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쓰이기보다 사업비로 사용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상근자들의 인건비를 책정하거나 임대료, 시설 설치에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금지되어 있다. 미국에는 인건비만을 지원해주는 지역 재단이 굉장히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전염병 재난으로 인한 다양한 영역에서의 급격한 변화와 그에 따른 여러 사회문제를 겪고 있다. 이런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우리는 비영리 영역의 존재가치를 실감하게 된다. 비영리 활동은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을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도록 하여 실제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 그리고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지탱해준다. 비영리가 우리 사회에서 만들고 있는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시기, 그야말로 '비영리'가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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