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와 단절에서 소통과 상생으로 '안면채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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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와 단절에서 소통과 상생으로 '안면채종원'
  • 2020.09.15 17:39
  • by 서재교 소장(우리사회적경제연구소)

산림청에서는 숲 가꾸기 전문가 '국유림 영림단'과 신품종 재배단지, 채종원 등 시장 기능을 상실한 산림의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채종원(seed orchard)의 경우 형질이 우수한 종자를 생산하기 위해 운영ㆍ관리하는 일종의 과수원으로 현재 전국의 11개 지역 230만평(2018년 기준)에 소나무, 낙엽송, 편백 나무, 자작나무, 백합나무 등 62개 수종이 자라고 있다. 라이프인에서 점점 축소되고 있는 산촌의 경제 및 사회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산촌의 사회적협동조합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안면채종원 ⓒ채종원둘레사람들협동조합

"감시와 단절의 공간이었던 안면채종원이 상생과 소통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됐죠."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에 위치한 '안면채종원'은 산림청이 관리하는 전국 11곳의 채종원 가운데 하나다. 채종원은 무분별한 산림 훼손을 방지하고, 산림 조림에 필요한 우수 산림 종자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된 일종의 산림 과수원인 셈이다. 1981년 99ha 규모로 조성된 안면채종원에는 국내 곳곳에서 발굴한 우수 소나무가 철저한 관리 속에 자라고 있다. 

국가적 산림 과제 해결을 위해 조성된 안면채종원이지만 정작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는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다. 산불과 병충해 등을 염려한 산림청이 주민을 비롯한 외부인의 안면채종원 출입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안면채종원과 맞닿아 있는 중장리와 누동리 주민들의 불편이 컸다.

오랫동안 중장1리 이장을 역임했던 채종원둘레사람들협동조합 소중문 이사장은 "제집 드나들 듯하던 동네 뒷산이 주민들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국유림으로 지정된 것"이라며, "예컨대 조상 묏자리가 있어도 제때 찾아뵐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주민들의 불만도 커졌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채종원둘레사람들협동조합
ⓒ채종원둘레사람들협동조합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안면채종원 조성이 마무리된 지 약 40여 년이 지난 2018년 무렵이었다. 산림청이 안면채종원에 접한 4개 마을(중장1리, 중장2리, 중장4리, 누동리) 주민에게 채종원 관리업무를 위탁하기로 하면서다.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안면지소가 담당했던 안면채종원 관리업무를 4개 마을 주민 공동체가 설립한 협동조합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불필요한 행정 비용은 줄이고, 주민 일자리와 공동체성은 강화하는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이태훈 지소장은 "높은 울타리, 험악한 경고문으로 주민과 관광객들의 출입을 막는 폐쇄적인 관리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안면채종원을 가장 잘 아는 주민 스스로 원칙과 기준을 정하고, 주민 간 협력과 연대를 통해 안면채종원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관리방안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산림청의 제안을 받아든 마을 주민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해 4월 발기인 모집을 시작으로 설립을 위한 교육과 컨설팅 등 준비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채종원둘레사람들협동조합'이 출범했다. 설립 당시 50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불과 석 달 만에 200명을 돌파했다. 4개 마을 주민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숫자다. 물론 4개 마을 주민들이 하나의 비전과 사명을 가진 협동조합으로 힘을 모아가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지척에 있는 이웃이라 하더라도 농업, 어업, 서비스업 등 삶을 꾸리는 방식부터 제각각이었다.

당시 채종원둘레사람들협동조합 설립 과정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원한 다울사회적협동조합 우종한 사무처장은 "본업이 있는 조합원들 처지에서는 눈에 보이는 이익을 쫓을 수밖에 없다"며 "채종원둘레사람들협동조합의 미래 비전과 가치를 이해시키고, 참여와 협력을 당부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 전시관을 방문, '채종원둘레사람들협동조합' 부스를 방문, 폐종자를 이용해 만든 작품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 전시관을 방문, '채종원둘레사람들협동조합' 부스를 방문, 폐종자를 이용해 만든 작품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솔방울 채취.
▲ 솔방울 채취.

설립 1년만인 지난해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채종원둘레사람들협동조합은 올해부터 안면채종원 관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행정이 직접 담당했던 산불 보호를 비롯해 소나무 종자(솔방울) 채취, 소나무 거름주기와 같은 주요 사업들을 위탁받아 수행했다.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안면지소 이태훈 지소장은 "채종원둘레사람들협동조합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행정이 하지 못했던 인센티브 제도를 과감하게 도입해 주민 일자리 창출과 소득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며 "줄어든 행정업무 여력을 여타 업무에 활용할 수 있어 내부 만족도도 높다"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채종원둘레사람들협동조합은 기존 안면채종원의 위탁사업 외에 올해 시범사업으로 진행했던 고사리 채취 체험이나 소나무 아래 잡초를 제거하는 제초작업 등 보다 다양한 사업으로 확대해 갈 계획이다. 또한, 충청남도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안면채종원 인근에 있는 국공유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복안도 갖고 있다.

채종원둘레사람들협동조합 박재하 이사는 "안면채종원이 가진 사회적 가치를 향상하는 동시에 지역주민을 위한 경제적 가치에도 소홀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애초 계획과 같이 "안면채종원 외에 여타 채종원으로도 사업이 확대돼 다양한 협력의 길이 열렸으면 한다"라고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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