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우선출자제, 실효성 갖춘 제도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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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우선출자제, 실효성 갖춘 제도 되려면
'2020년도 대전광역시 협동조합 활성화 온라인포럼' 3회차, 협동조합 우선출자제 논의
  • 2020.09.11 18:01
  • by 노윤정 기자
▲ '2020년도 대전광역시 협동조합 활성화 온라인포럼' 화면 갈무리.
▲ '2020년도 대전광역시 협동조합 활성화 온라인포럼' 화면 갈무리.

지난 3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개정된 데 따라 10월부터 '협동조합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법)이 시행된다. 개정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바로 '우선출자 제도의 도입'이다. 사회적경제연구원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사회적경제연구원)에서 10일 개최한 '2020년도 대전광역시 협동조합 활성화 온라인포럼: 협동조합 기본법 개정에 따라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3회차 포럼에서는 바로 이 '협동조합의 우선출자 제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우선출자 제도란 주식회사의 '우선주' 개념을 협동조합에 도입한 것으로,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 잉여금 배당에서 우선적 지위를 가지는 우선출자증권을 협동조합이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요건을 갖춘 협동조합이 우선출자를 발행하고자 할 때 우선출자의 납입기일 2주 전까지 우선출자의 내용·좌수(座數)·발행가액·납입기일·모집방법을 공고하고, 이후 우선출자를 인수한 사람이 발행가액을 전액 납입하면 협동조합이 우선출자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자금 조달 수단이 한정된 협동조합이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길을 새롭게 연 것으로,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사회적경제연구원의 이원표 경영지원실 실장은 "자본을 모으기 힘든 협동조합들이 이 제도를 통해 자본을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우선출자, 협동조합 규모화 위해 필요한 제도

▲ 이원표 사회적경제연구원 경영지원실 실장
▲ 이원표 사회적경제연구원 경영지원실 실장

이날 포럼에서 이원표 실장은 ▲우선출자제를 도입하거나 협동조합 지분 거래를 허용한 해외 사례 ▲개정법에 명시된 우선출자 제도에 대한 소개 ▲개정법 시행 시 우려되는 점과 제도 활용을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점 등에 대해 발제했다.

이원표 실장은 외국 협동조합의 사례를 설명하며 "외국 협동조합 역시 초창기에는 직접 관련 없는 일반 투자자가 협동조합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겼다. 그래서 초창기 협동조합은 장기간에 걸쳐 조합원들에게 소규모 출자금을 적립해서 자본금을 모으거나 사업 잉여금을 분할하지 않고 법정적립금과 같은 형태로 조합 내부에 적립해서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자본 확충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외국의 많은 협동조합들이 우선출자 제도를 도입하기도 하고 출자금을 지분화해서 거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 주요 사례로 출자증권 거래를 허용하고 출하권 등의 권리와 출자의무를 연계한 신세대협동조합(New Gene ration Cooperatives)을 들었다. 협동조합의 출자 지분을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되고 일반 투자자들이 협동조합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라는 설명. 다만 이렇게 지분 거래 시장이 만들어질 경우 차익 거래 등 투기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럼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우선출자 제도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까. 이 실장은 개정법과 입법 예고된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하 개정령(안))을 바탕으로 우선출자 제도와 보완되어야 할 점들에 관해 설명을 이어갔다.

우선, 우선출자증권의 경우 양도·양수가 가능하다. 우선출자 제도에서 우선출자증권 거래를 허용한 이유는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유동성이 높아야 자금 유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실장은 제도 시행 후 협동조합들이 우선출자증권의 유동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도가 정착되고 나면 우선출자증권 거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며 "시장이 생기면 투기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암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거래에 대한 내용을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 실장은 우선출자 제도의 가장 큰 한계로 '제도의 보수적 설계'를 꼽았다. 개정법에서는 우선출자를 발행할 수 있는 협동조합에 대해 '경영의 투명성과 재무상태가 양호한 협동조합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협동조합'으로 정하고 있다. 개정령(안)에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협동조합'을 '우선출자 발행 직전년도부터 법 49조의2에 따른 경영공시를 하고 있을 것',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 100퍼센트 이하일 것'으로 규정한다. 즉, 협동조합이 이 제도를 활용하기에는 문턱이 낮지 않다. 또한 개정법에서는 우선출자의 총액에 대해 우선출자금을 제외한 자기자본 혹은 납입출자금 총액의 '100분의 30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 실장은 이를 설명하며 "이렇게 우선출자 비율을 30%로 제한하면 본래 제도가 바라는 효과(자본 확충 및 성장자본 구축)를 볼 수 있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우선출자 비중이 높아지면 조합원이 아닌 우선출자자들에 의해 조합이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우선출자 비율에 제한을 둔 것으로 파악하나, 지나친 우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 실장은 "향후 제도를 운용하면서 그런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현장에서 보여주고 다시 법 개정을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 권명희 한밭협동조합연합회 중구지회장
▲ 권명희 한밭협동조합연합회 중구지회장

또한 "현재 경영공시를 하고 부채비율 100%가 넘지 않는 협동조합, 즉 내년에 우선출자를 발행할 수 있는 협동조합은 전체 2만여 개의 협동조합 중에 20여 개밖에 되지 않는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는 된다. 우선출자를 남발했을 때 우선출자자들이 피해를 볼까 봐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면 자본이 부족한 협동조합에 자본이 들어가기보다 우량한 협동조합을 투자자들에게 개방하는 모양새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말 자본이 필요한 곳에 자본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실장은 ▲우선출자 제도에 진입할 수 있는 협동조합 대상을 늘리기 위한 조치 필요 ▲우선출자 발행을 원할 경우 경영공시를 정해진 기간 외에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개정 필요 ▲우선출자증권의 거래가 쉽도록 협동조합에서 다양한 옵션을 고민할 필요성 등을 제기했다.

■ 우선출자 제도, 본 목적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 조세종 대전사회적경제연구원 소셜경영연구소 소장
▲ 조세종 대전사회적경제연구원 소셜경영연구소 소장

2부 토론에는 이원표 실장을 비롯하여 사회적경제연구원 소셜경영연구소의 조세종 소장, 안승용 신협중앙회 사회적경제기획반 반장, 권명희 한밭협동조합연합회 중구지회장이 참여했다.

조세종 소장은 우선출자 제도가 협동조합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말하면서도 "협동조합의 성과(사회적 가치)에 대한 평가 방법,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시가 가능한 사회적 증권거래소 등 다른 제도적인 보완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이 창출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가 반영될 수 있는 장치들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조세종 소장은 "우선출자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 수익에 따라 의사결정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선출자 총회'에 우려를 표하며, 우선출자 제도가 사회적 가치와 연계해서 협동조합 규모화에 도움이 되는 제도로 정착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 안승용 신협중앙회 사회적경제기획반 반장
▲ 안승용 신협중앙회 사회적경제기획반 반장

이어 권명희 지회장과 안승용 반장은 우선출자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권명희 지회장은 제도가 대다수 협동조합이 접근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면서 "좀 더 현실적인 법 제도로 바뀌었으며 한다"고 말했으며, 안승용 반장은 "우선출자 요건에 해당하는 협동조합을 한 번 찾아봤다. 49개 조합이 경영공시를 했고, 해당 조합들의 평균 출자금은 13억 원이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상위 10개 협동조합을 빼고 평균을 내면 평균 출자금이 2억 원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면 우선출자를 발행할 수 있는 수준이 6천만 원 정도다. 이 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실질적으로 활용되려면 협동조합도 개수가 더 많아지고 사업 규모도 커지는 등의 상황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원표 실장은 "우선출자가 엔젤투자로 활용될 여지가 없다는 게 안타깝다"며 "어떤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성공했을 때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인내자본이다. 인내자본이 유입되려면 조합의 현재 자본력이 약해도 투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우량한 곳에만 투자할 수 있는 형태이니 엔젤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없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 안승용 반장은 "엔젤투자나 사회적 가치 측면을 결부하는 방식은 우선출자와 맞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은 다른 방식으로 채울 수 있도록 고민하고 우선출자는 적합한 조직이나 사업을 통해 일단 시행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면서 부족한 부분들은 보완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더했다.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우선출자 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제도의 본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처럼 제도가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법제를 보완하고, 동시에 거래소를 만들거나 공시를 담당하는 기관을 선정하는 등 우선출자 제도가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다른 제도들도 함께 보완해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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