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함께하는 재난약자에게 재난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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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함께하는 재난약자에게 재난이란?
[기고] 에이팟코리아 이장우 상임이사
  • 2020.08.20 18:30
  • by 이장우 상임이사
▲ 에이팟코리아 이장우 상임이사
▲ 에이팟코리아 이장우 상임이사

올여름 비가 참 많이 내렸다. 전국에서 수해가 발생한 직후에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성이 있는 상황에서 내가 근무하는 소위 재난긴급구호단체인 에이팟코리아는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구호 활동을 위해 활동가를 현장에 파견해도 괜찮을까에 대한 고민은 재난 상황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를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감염병을 격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수해가 발생하기 전인 7월에 일본 구마모토에서 큰 홍수가 나면서, 외부에서 지원하는 사람들이 현장에 파견되어도 될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실제로 당시에 현장에 도착한 외부의 지원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는 일이 발생해서 구호 활동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코로나19 시대에서 재난 구호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큰 고민에 휩싸였지만, 나도 명쾌한 해결책은 찾기 어려웠다. 이것은 현 상황에서의 재난 구호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는 기준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외부 지원자가 구호활동을 포기했을 때에 현장에 발생하는 어려움과 외부 지원자가 현장에 진입함으로써 발생하는 리스크를 저울에 달아보고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를 판단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이팟코리아는 충북 제천시에서 활동을 시작해서 현재는 전남 구례군에 활동가를 파견해서 구호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마스크 쓰는 것을 철저히 하는 등 활동가의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활동을 진행한다. 이번 출동 결정이 옳은 선택인가에 대한 확신은 나에게도 없었지만, 적어도 구호 현장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 훨씬 더 무겁게 느껴졌다. 또한 평소 아이쿱생협과 함께 재난 구호 활동을 진행해왔던 경험에서, 재난 현장에 아이쿱생협의 지역조합이 존재한다는 것이 나의 결정을 어렵지 않게 하였다. 반드시 현장에서 리스크 이상의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지역에 뿌리 깊은 네트워크를 통해 구호활동이 이루어지면서 외부 구호 활동가의 전문성과 함께 해당 지역 내에서의 상부상조로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만들어, 아이쿱생협이 현장의 많은 이재민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력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외부 구호가 재난 현장에 들어갔을 때 지역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재난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구호를 받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비교적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재난 피해자와의 접점이 빠르고 많이 생길 수밖에 없어, 재난 약자에 해당하는 취약계층이 소외되는 사례를 너무도 많이 보아 왔는데. 재난이 일어난 지역 사회를 잘 이해하는 조직이 있다는 것은 큰 힘이다.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언젠가 떠나지만. 지역 사회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조직은 지속가능하고 재난 복구 후에도 남아 있다.

재난 현장에서 재난 약자의 정의를 어떻게 세워야 할까? 우선 재난이라는 것 자체가 정말로 불공평하다. 지난해 강원도 산불 현장에서도 바로 옆집은 멀쩡한데, 바람을 타고 내 집은 완전히 불탔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 수해 현장이나 지진 피해도 마찬가지다 피해의 차이가 같은 도시에서도 격차가 크다. 이러한 격차가 자생하는 지역사회를 파괴하기도 한다. 아무리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도 내 집만 불타면 앙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재난 약자의 어려움은 이루어 말할 수 없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가정은 재난이 발생해도 피난소에 피난하지 않고 일단 피해 지역을 떠난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 있는 가족과 친척이 도움을 주러 와서 함께 떠나기도 한다. 결국 마지막까지 피난소 남아 힘든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은 항상 취약계층이었다. 더욱 큰 불공평은 피난소 생활조차도 어려운 예를 들어 양로원이나 장애인시설 등은 도움이 절실하지만 피난소와 같은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 많다는 것이다. 재난이라는 거대한 불공평함 속에서는 외부의 지원도 불공평하게 이루어진다. 

반대로 매우 불합리하지만 재난약자의 정의에 따라 재난은 공평하기도 하다. 평소라면 약간의 특별한 도움만으로 평범한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재난약자가 될 수 있다. 눈이 나쁜 사람은 긴급한 상황 속에 안경을 잃어버린 것만으로도 재난약자가 될 수 있고, 지병이 있어 투약만 하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던 사람은 피난 생활에 약을 챙기지 못해 상당한 고통을 받기도 한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재난을 대비할 때는 재난약자 지원을 기준으로 한 재난 구호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 구호전략은 곧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난 현장 활동가로서 제일 중요한 것이 어떻게 재난 약자를 포함한 모두에게 가능한 한 공평하게 구호 활동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인데, 현실적으로 재난 약자를 특정하고 맞춤 지원을 하기 쉽지 않다. 지난봄 대구의 코로나19에 대한 구호활동을 하면서 많은 장애인을 돕는 장애인시설에 지원하고 싶었지만 어려움이 있어 포기했던 것이 후회로 남아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많은 봉사활동자를 외부에서 대구로 파견하는 것을 피해야 했고, 파견하더라도 외부에서 갑자기 나타나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장애인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오히려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 구호 물품만을 시설에 전달하는 것은, 누가 각 장애인 가정마다 방문해서 배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토록 외부의 지원자가 재난약자를 돕는 일은 쉽지 않다. 자연재해로 인한 재난이 발생하면 일상생활에서 재난약자를 돕는 것을 업으로 하던 분들도, 같은 지역에 있기 때문에 본인이나 가족이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큰데,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남을 돕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 구호자의 의한 재난 구호전략은 일시적으로 붕괴한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외부 지원자가 일상에서 재난약자를 지원하는 사람이 평상시처럼 업무를 지속가능한 환경을 가질 수 있도록 지지하는 사업을 우선으로 하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네트워크가 활약할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지원을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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