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버스를 타고 싶다면, '버스 완전공영제'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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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버스를 타고 싶다면, '버스 완전공영제'가 답이다.
[라이프인 생명안전시민넷 공동기획_안전칼럼] 권미정 (과로 없는 안전한 버스, 교통복지확대, 완전공영제시행 경기공동행동)
  • 2018.02.13 18:15
  • by 라이프인
권미정 (과로 없는 안전한 버스, 교통복지확대, 완전공영제시행 경기공동행동)

버스 운전노동자들은 오늘도 졸음방지껌을 씹고 청양고추를 챙겨서 버스에 올라탄다.
첫 차를 몰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집을 나선 후, 같은 노선을 5~6번 왕복하고 나서  집에 들어가면 밤12시 또는 새벽1시다. 다음 날 근무를 위해 2~3시간 눈 붙이고 다시 집을 나선다. 다음날 배차도 오후가 아니라서 일찍 나선다. 그렇게 3일을 일하고 나면 졸음을 참기가 힘들다. '과로운전 버스 사고'는 이렇게 일어난다.

과로운전으로 사고가 많이 나자 운전노동자들의 장시간노동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들이 쏟아졌다. 법에는 '일주일 노동시간을 지켜라, 휴식시간을 보장하라, 하루 운행을 마치고 나면 다음날 운행할 때까지 8시간 이상 쉬게 해라' 등이 적혀있지만 사업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버스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조항’ 때문에 한 주 12시간을 넘어 연장근로를 하는 장시간 노동이 조장되고 있다. 하루 16시간, 18시간씩 일하면 언제 잠을 잔단 말인가. 그런 식으로 이틀 연속 일하고, 일주일을 연속해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수두룩하다.

버스 회사는 연장근로를 강요한다. 휴가나 연차는 버스 노동자들에게 보장되어 있는 권리임에도 쓸 수가 없다. 3명의 노동자가 할 일을 2명의 노동자가 하니 노동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운전노동자가 적다고해서 회사는 운행횟수를 줄이지 않는다. 무조건 운행하기 위해서 연장근로를 강요할 뿐이고 그렇게 해서 사고가 나면 운전노동자가 책임져야 한다. 승객이 많지 않아서 수입이 적은 시간 때나 방학 같은 시기에는 회사가 불법적으로 차량수를 줄여서 운행한다.

또 회사의 배차 시간은 여유가 없다. 운전노동자들이 노선을 돌고 들어와서 화장실 가고 밥 먹고 쉴  시간은 ‘얼마나 일찍 한 바퀴를 돌고 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신호무시, 개문발차, 난폭운전은 운전노동자의 문제가 아니라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다. 그런 이유로 운전노동자들은 노약자나 장애인이 버스를 타는 것이 신경이 쓰인다. 비장애인이나 젊은 사람들보다 승차와 하차에 시간이 더 걸린다. 교통체증이 있어도 예정된 배차 시간을 넘기게 되고 그러면 운전노동자들은 쉬지 못한 채 차고지를 찍고 그냥 나와야 한다. 보장된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은 없다. 시간에 쫓기며 하루운행을 마치고 집에 간다고 해도 잠을 푹 잘 시간이 없다. 시간에 쫓기고 수면부족인 상태로 이틀 사흘 연속으로 운전대를 잡는 노동자에게 안전하게 운행하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버스 회사는 더 적은 인원으로, 승객이 많은 곳에는 더 많이 운행하고 책임은 지지 않음으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런 민영제하의 버스 회사에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금을 주고 있다. 승객이 별로 없는 노선을 운영한다고, 새로운 차량을 산다고 지원금을 주고 노선운행에 전세버스를 투입하라고 지원금도 준다. 경기도의 경우 2016년에 1천억 원이 넘는 돈을 민영 버스 회사에 지원해줬다. 그러나 그 지원금은 고스란히 버스 자본의 주머니로 들어갔고 콩나물시루 버스, 난폭운전, 대형교통사고, 졸음운전, 정비 불량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민영제하에서 버스 회사에 지원해주는 걸로는 '안전한 버스'라는 공공성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버스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입과 버스 자본의 이익은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하는지 계산해서 지자체와 버스 회사가 합의하고, 그 금액 이상을 버스 회사가 가져갈 수 있도록 지자체가 지원해주는 게 준공영제이다. 개별 버스 자본의 적정 수익까지 세금으로 보장해주면서 지자체가 가져오는 것은, 어느 노선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버스 회사와 협의하고 조정하는 권한이다. 버스 자본은 자신들이 소유한 것 어떤 것도 내놓지 않고 준공영제를 통해 더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버스 회사들은 처음 운수업을 시작할 때 어떤 노선을 어떻게 운행하겠다고 신고만 하면 그걸로 면허권을 갖게 되고 소유 조건과 기간의 제한도 없다. 이젠 그게 그들의 사유재산이 돼서 대대로 물려주고 사고팔기도 한다. 승객이 많은 노선은 그 자체로 돈이 되는 상품이 됐다. 민영제하의 버스 회사나 준공영제하의 버스 회사나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받고 있다. 세금으로 버스 회사만 지원하게 된 꼴이다. 버스의 안전성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너무 긴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노약자나 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탈 수 있고, 난폭·과속 운전하지 않는 버스, 엉뚱한 길을 빙빙 돌지 않는 버스를 안전하게 탈 수 있기를 원한다.
운전노동자들은 노선 한 바퀴를 돌고 와서 쉬고, 하루 운행을 마치면 잠을 푹 잘 수 있고, 시간에 쫓겨서 신호무시하고 난폭운전하지 않아도 되고, 노약자나 장애인이 타도 느긋이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지자체는 이미 많은 재정을 버스 회사에 지원하고 있는데 그것은 버스가 국민 생활에서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공공서비스임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영제나 준공영제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완전공영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젠 버스 회사에 차량을 사고 운행할 지원금을 주지 말고, 지자체가 소유하고 운행하자. '안전한 버스'라는 모두의 바람을 위해서는 노선을 조정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소유권'을 가져와야 한다. 안전한 대중교통 이용이라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운전노동자를 더 늘리고 운행 간격시간을 줄여서 자주 차가 다니게 하자. 운전노동자의 휴식시간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한 노선을 도는 배차시간은 늘리자. 노선버스 노동자의 하루-일주일-연속 운전시간에 제한을 두고 장시간 운전을 금지시키자. 그러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59조'의 폐지가 꼭 필요하다. 그리고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버스노동자들의 임금이 보장되어야 한다.

졸음방지껌에, 청양고추에, 커피에, 사탕에 시민들의 목숨을 맡겨야 하는 불안한 버스는 이제 그만 타자. 완전공영제로 버스 소유권을 가져오면 버스가 필요한 곳에 운행을 할 수 있고, 수익을 위해서만 운행시간을 조정하거나 졸음운전을 강요하는 일이 없어지면 '과로 버스사고'는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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