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부르마블'로 더 잘 알려진 게임 '모노폴리'의 결말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점(Monopoly)하면 나머지는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승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것 같은 이 게임은 사실 자본주의의 폐해를 비판하고,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을 알리고자 만든 교육용 게임이다. 조지는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이란 책을 통해 "땅 소유주나 건물주가 이익을 착취하기 때문에 노동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라고 주장하며 토지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땅 주인이 받는 불로소득을 비판했다.

모노폴리의 원조 격인 지주게임(The Landlord's Game)과 모노폴리 게임의 다른 규칙은 땅에서 나오는 임대료를 개인이 갖는 것이 아니라 모두 토지 세금으로 낸다는 점이다. 정부는 세금이 모이면 전기, 철도 회사를 사고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땅이 점점 늘어난다. 한 선수가 게임판을 5번 돌아 끝날 때까지 아무도 파산할 필요가 없다. 특히, 빈민 구제소(Poor House)는 임대료를 낼 돈도 없고 은행에 담보할 땅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로 아무도 낙오되지 않고 게임을 계속할 수 있게 한다. 

지주게임이 다 같이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가르쳤다면, '플레이시드스쿨'의 보드게임은 열심히 놀다 보면 어느새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히어로즈'가 될 수 있다. '플레이시드스쿨'는 미래세대가 민주시민으로서 자신의 역할과 가치를 깨닫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지원한다. '플레이시드스쿨'의 홍원희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플레이시드스쿨의 게임 규칙 1 : 분노했다면 행동하라!

민주주의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며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다. 하지만, 신흥국가 중에서는 아직도 독재 정치가 이루어지는 국가가 매우 많다. 홍원희 대표는 학창 시절 우연한 계기로 현재 미얀마로 불리는 버마에 방문하게 되어 갖은 위험에 노출된 난민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홍 대표는 버마 정부의 소수 민족에 대한 탄압으로 꿈과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생계를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이동해야만 하는 친구들의 상황에 분노했다. 그리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온 분들의 노고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며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한다. 

홍 대표는 다양한 비교과활동(nonsubject activities)을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변하게 되었고 20살이 되던 해에는 NGO를 창단까지 하게 된다. 청년이 주도하는 사회 변화를 만들어가는 활동을 하며 독일의 정책연구기관인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의 민주주의 보드게임(Sim Democracy)을 접하게 되고 한국 상황을 반영한 민주주의 교육 보드게임을 개발하게 된다. 2014년, 본격적으로 보드게임을 활용한 민주주의 교육을 시작한 플레이시드스쿨은 2017년 NGO로 설립되어 운영되다가 민주시민 교육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2018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했다.

플레이시드스쿨의 게임 규칙 2 : 즐겁지 않으면 무슨 소용? 

사람은 본능적으로 놀이를 추구하는 존재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유희의 인간을 의미하는데 유희는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 활동을 가리킨다. 플레이시드스쿨은 민주시민 교육에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 게임이 아닌 분야에서 게임의 요소로 몰입을 높이는 것)을 접목해 학생들의 능동적인 토론을 끌어낸다. 학생들은 보드게임에 참여해 자연스럽게 사회문제를 인지하고 입장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강한 동기부여와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다. 수업은 사회공헌과 연결할 수 있는 프로세스로 설계되어 있는데 실제로도 적용할 수 있어 인천시의 한 청소년 기관은 여성가족부 청소년 수련활동 인증프로그램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플레이시드스쿨은 일도, 사람도 즐겁다. 보드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놀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보드게임은 섭렵했다고. 이 과정에서 구상한 내용을 접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게임개발은 민주시민 교육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애정을 담아 만들어 교육 전문가도 인정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보드게임의 운영은 신중년, 경력단절여성, 이주배경자(북한이탈, 다문화)들을 민주시민 교육 전문가로 양성해 교육기관에 파견하는데 강사로서 큰 자부심 지닌 분들이 많다. 울산, 화성 등 전국 지자체 평생교육과와 협업하여 지역주민 약 20여 명 씩 교육자로 양성하고 조직화되어 하나의 팀처럼 활동한다. 플레이시드스쿨는 현재 4개(민주시민, 평화통일, 사회적경제, 세계시민)의 주제 프로그램에 12개의 보드게임을 보유하고 있다.  

플레이시드스쿨의 게임 규칙 3 : 위기는 곧 기회

코로나19로 인해 교과서에서만 접했던 미래의 학교가 실현됐다. 방송과 온라인 강의를 이용한 재택수업은 전부터 있었지만, 모든 정규 교과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대표는 코로나 시대 교육에 대해 "앞으로 온라인 수업이 주류가 된다면 집단 교육보다는 맞춤형 교육이, 모든 과목 다 잘하기보다 좋아하는 분야를 찾고 스스로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교사의 역할도 지식의 전달에서 공유와 재창출로 바뀌게 되어 교권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플레이시드스쿨의 수업이 보드게임을 통해 대면으로 진행되다 보니 몇 달간 수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6월부터 조금씩 소규모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교육청에서 교사 대상 비대면 방식의 교육 연수 프로젝트를 제안받아 새로운 영역을 준비 중이다.

플레이시드스쿨은 비영리단체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여 보드게임을 통해 ▲강사양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능동적인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한 툴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했다. 또한, 보드게임은 교구로 활용되기 때문에 별도의 판매용을 제작하지 않는데 '어서 와~통일은 처음이지?'는 첫 판매가 진행되어 상업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어서 와~통일은 처음이지?'는 플레이시드스쿨의 대표 보드게임으로 북한의 문화, 경제, 사회를 배우고 분단 이후 평화통일하기 위한 과정이 담겨 있다.

사회혁신은 문제 해결이 절실한 시민에서 시작해 시민과 다양한 주체 간 협동을 통해 도전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발전하기 때문에 시민의 참여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또한, 성숙한 시민사회는 민주적 시민의식을 가진 시민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된다. 플레이시드스쿨의 게임의 목적은 사회문제를 맞서 해결하는 히어로즈 '민주시민'을 양성해 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