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의 효과, 지방 도시에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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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의 효과, 지방 도시에 묻다
  • 2020.07.29 17:00
  • by 서재교 (우리사회적경제연구소 소장)
▲ 서울의 아파트 모습 ⓒ pixabay
▲ 서울의 아파트 모습 ⓒ pixabay

지난 7월 10일 문재인 정부의 22번째 부동산 정책이 공개됐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稅) 부담 강화, 임대 사업자 제도 정비, 무주택자·신혼부부 등 실수요 계층에 대한 혜택 강화가 골자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직전 부동산 대책 발표(6월 17일) 이후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 전격 단행됐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실물 경제 위축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만큼은 반드시 잡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이번만큼은 정부의 바람대로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 6월 통계청은 올해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2,596만 명)가 비수도권 인구(2,582만 명)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코로나19'는 수도권 인구 집중을 보다 강화하는 촉매제가 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은 '포스트 코로나19와 지역의 기회'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3~4월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으로 유입된 인구는 27,44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800여 명에 견줘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그나마 고용상황이 나은 수도권으로 청년층이 대거 이동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흘러드는 자금 유입도 확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 거래에서 타지역 거주 즉 외지인 매수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서초구 아파트 매매(205건) 중 외지인 매입은 53건으로 25%에 달했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외지인 거래 비중은 18% 정도였다. 자가 점유율도 낮았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서 서울시의 자가 점유율은 42.7%에 불과하다. 10가구 중 4가구만 자기 집에서 살고 있다는 의미다. 광주(63.1%), 부산(62.2%)에 견주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이처럼 수도권 부동산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와 자금을 발판삼아 연일 최고가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수도권이 아니라 오히려 지방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지방 도시의 정주 매력도와 투자 매력도를 높여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로 향하는 인적·물적 자원의 거대한 물길을 되돌리는 것이 우선이다. 

해법은 어디에서 구해야 할까?

분명한 사실은 기존 거대 자본을 활용한 도시 개발 방식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매년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 도시의 발전 계획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예컨대 일부 지방 도시는 여전히 대기업 공장을 포함한 산업시설 유치를 도시 활성화 비전으로 내걸고 있다. 자본과 인적 자원이 풍부한 서울과 일부 대도시나 가능할법한 성장 모델이 지방 중소도시 성장 전략에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실제 지역사회와 주민은 외면하고 오로지 자본에 의지하다 파국을 맞은 사례는 적지 않다. 

일본 치바현의 모바라 시(市)는 파나소닉, 도시바, 미쓰이화학 등 일본 주요 대기업들의 공장이 밀집해 그야말로 '잘 나가던' 도시였다. 하지만 저성장·저금리로 이들 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도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파나소닉과 도시바가 공장을 폐쇄하면서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떠나자 상권 침체는 물론 도시 전체가 공동화의 늪에 빠졌다. 심지어 이들 기업은 고용 유지 명목으로 지자체로부터 수백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지만,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이른바 '먹튀'논란이 일기도 했다.

반면 인구 7만여 명이 채 되지 않는 후쿠이현 사바에 시(市)는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은 없지만, 남녀노소 다양한 주민이 참여하는 콘테스트를 통해 시정 발전 계획을 세우고, 혁신적인 교육시스템과 창업지원을 통해 청년들을 끌어모았다. 또한, 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정주할 수 있도록 보육, 문화. 예술과 관련한 다양한 사회서비스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바에 시(市)는 일본 지방 중소도시 가운데 가장 살고 싶어하는 삶터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 일본 전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지역활성화 아이디어 콘테스트 '시장(市長)이 돼보지 않겠습니까?'의 참가자들 ⓒ sabae-plancontest
▲ 일본 전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지역활성화 아이디어 콘테스트 '시장(市長)이 돼보지 않겠습니까?'의 참가자들 ⓒ sabae-plancontest

사회적경제는 지역이 창출한 부가가치를 지역사회 안에서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등으로 지역주민에게 환원한다. 이때 가치는 자본의 힘이 아니라 주민 공동체가 원하고 바라는 방식으로 확산된다. 사바에 시(市) 사례처럼 도시의 성장과 발전을 거대 자본에 맡기지 않고, 지역 공동체가 주도해 주민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둔다.

사회적경제는 주민 거버넌스가 운영의 주체이기 때문에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 해결에 탁월한 장점을 발휘한다.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주민이 모여 돌봄, 보육, 교육 등 자신들이 처한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면 지방 정부는 제도화를 통해 이들에게 관련 공공 서비스 사업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본 출자에 대한 이익 배당이 불가한 사회적협동조합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원활한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유용한 모델이다. 실제 사회적협동조합이 발달한 이탈리아의 경우 강력한 제도를 바탕으로 사회적협동조합 매출의 약 70%가 공공 위탁사업으로 채워지고 있다.

지방 도시의 취약한 의료 인프라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도입해 개선할 수 있다. 특히 인구 2~3만 명 규모의 군(郡) 지역에서는 주민과 행정이 힘을 합쳐 모든 군민을 조합원으로 하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설립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대면 의료 서비스 등을 도입할 경우 불편한 교통과 넓은 지역적 한계로 불거질 수 있는 서비스 비효율성을 보완할 수 있고, 여기에 기존 마을 건강 지킴이 사업과 결합하면 어르신 일자리 창출은 물론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료 서비스 질적 하락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 

사회적경제는 거대 자본과 민간 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대도시에서는 시장경제가 할퀴고 간 상처를 보듬고 충격을 완화하는 보완재로 작동한다. 하지만 이미 시장경제 기능을 상실해 외부 자원 조달과 인구 유입이 어렵게 된 지방 중소도시는 사회적경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공동체 발전을 견인할 인재이자 투자자인 주민의 역량 강화를 통해 소멸 위험에 빠진 공동체 경제를 살려야 한다. 전에 없던 새로운 상상으로 담대한 도전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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