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딜, 그저그런딜은 어떻게 K-뉴딜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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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딜, 그저그런딜은 어떻게 K-뉴딜이 될 것인가
코로나19시민사회대책위, 한국판 뉴딜 문제점과 대안 모색 토론회
  • 2020.07.29 00:00
  • by 김정란 기자
▲한국판 뉴딜의 개선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병천 강원대학교 명예교수.ⓒ라이프인
▲ 한국판 뉴딜의 개선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병천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라이프인

지난 14일 국민보고대회를 통한 정부의 한국판 뉴딜 계획 발표 이후, 이에 대한 각계의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저성장에 들어선데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까지 받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100조가 넘는 예산을 투입해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계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에 대해 아쉬움을 내놓고 있는 현실이다. 기후위기나 경제 정책에 있어 이전 정부나 현 정부의 기존 정책과 혁신적으로 다른 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헌딜', '그저그런딜'이라는 조소 섞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28일에는 이에 관해 토론회가 열렸다. 코로나19시민사회대책위에서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한국판 뉴딜이 3개월 만에 급조된 계획이어서 빈 곳이 너무 많다"는 아쉬움이 쏟아져나왔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올바른 방향의 뉴딜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내놓은 이야기를 라이프인이 전한다.

이날은 이병천 강원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 윤효원 글로벌인더스트리 컨설턴트가 주발제를 맡았다. 보조발제는 안현효 대구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송원규 농업정책연구단 '녀름' 부소장, 김형용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이광규 민주노총 정책국장이 참여했다.

▲한국판 뉴딜의 개선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 중인 이유진 연구원(왼쪽 세 번째)ⓒ라이프인
▲ 한국판 뉴딜의 개선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 중인 이유진 연구원(왼쪽 세 번째) ⓒ라이프인

■ 뉴딜, 1920년대와 2020년은 어떻게 다른가

발제자들은 한국판 뉴딜과 미국의 루즈벨트 뉴딜의 공통점과 차이점에서부터 문제에 대한 접근을 시작했다. 김병권 소장은 "루즈벨트 뉴딜이 당시 부상하던 GM 등 대공장들의 시대의, 가장의 안정된 노동을 중심으로 사회안전망이 설계되던 시절이었다면, 지금은 거대기업들이 슬림화되고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되면서 불안정 노동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이를 가속화하는 '디지털뉴딜'을 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평생직장을 기반으로 하는 복지가 무너지는 토대위에서 해야하는 뉴딜이고, 화석연료를 버리는 뉴딜"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윤효원 컨설턴트는 좀 더 1929년 당시 대공황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루즈벨트 뉴딜 시대의 대공황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변수가 발발하면서 해결됐다고 바라보는 측면도 있다"며 코로나19가 전세계적인 위기를 가져온 현재도, 전쟁과 비슷한 강도의 위기가 닥칠 것으로 분석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날 모인 각계의 목소리는 공통적으로 우리 사회의 패자와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건의료 부문에 대해 의견을 내놓은 정형준 위원장은 "질병관리본부장이 '코로나19시기에 아프면 쉬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아플 때에 소득결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병수당이 없다"며 "또 코로나19 시기에 민간 자본 의료시설들은 큰 역할을 하지 못했고, 마스크 수급 등 공공과 정부의 역할이 아주 커졌다. 그런데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전략이라는 이번 정책이 공공의료에 대한 제도적 장치 등을 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용 교수는 "한국판 뉴딜에서 사회안전망이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을 뒷받침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그물망으로만 인식됐다"며 "그런데 국민들이 인삭한 코로나의 피해가 집중된 영역은 취약계층의 소득과 돌봄이었다. 디지털로의 전환은 상대적으로 후순위였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전환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노동계의 목소리를 대변한 이광규 국장은 "전 국민 고용보험제 등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사회안전망 확대 과제나 방향 중 하나에 속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안전망이라고 제시된 것도 불안정노동에 기반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불안정한 노동을 존치시킨 상태에서 일정 부분 사회안전망을 통해 최소한의 숨통을 틔여주겠다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 대전환 과정에서 생겨날 패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한국판 뉴딜의 개선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라이프인
▲ 한국판 뉴딜의 개선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라이프인

사회적 대전환을 하게 될 경우 이로 인해 기존의 산업 중 쇠퇴하는 산업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밀려날 텐데 이러한 패자, 약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산업 자본에 의한 구조 재편 계획으로 보인다는 것이 이날 지적된 문제 중 하나였다. 디지털 뉴딜에 대한 발제를 맡은 오병일 대표는 "기술발전에 따른 사회적 경향은 부차시되고 기술발전을 저해한다고 기업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규제는 '혁신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혁신 경제'가 '창조 경제'와 다르지 않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돼 추진 중인 '데이터 댐'은 우리의 개인 정보가 곧 데이터인데도, 정보 주체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처리돼야 할 데이터를 구분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뉴딜이 산업의 발전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어 개인에 대한 배려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점점 더 극심해지는 양극화, 사회안전망의 불안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 역시 공통적인 목소리였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먹거리와 정의로운 대전환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 발제자들의 지적이다.

송원규  부소장은 "농업은 탄소 문제의 가장 큰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며 농업 정책의 전환이 그린뉴딜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송 부소장은 "유럽의 경우 그린딜 안에 농업과 먹거리 전략이 특화돼 '농장에서 식탁까지'로 계획이 별도 수립됐다"며 "규모화된 농가에 집중되는 직불제가 그린뉴딜 방향성에 부합하느냐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오히려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영농이 가능한 중소 농가에 영농방식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한국판 뉴딜'에 농업 등에 대한 정책이 빠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빠른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연구원은 "유럽의 그린딜의 경우 패권적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이 탄소 절감에 대한 높은 기준을 세운 뒤 그를 세계적 기준으로 정착시키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 이렇게 될 경우 탄소 절감 속도가 계속해서 늦는다면 우리나라 산업 전반적인 타격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현효 교수는 "사회 정책의 구성 요소는 복지정책과 교육 정책인데 사회정책을 비용, 경제정책을 편익으로 보는 시각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노동력, 자본 투입에 의존하는 양적 성장은 한계에 왔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질적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뉴딜은 사회적 협약이다. 부자와 빈자, 자본과 노동,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회적 협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권 소장은 "세계의 전문가들이 기후 위기는 코로나19와 같은 양상으로 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하고, 전방위적으로, 그리고 왔을 때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포스트 코로나, 즉 코로나19로 인한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전략으로 마련된 한국판 뉴딜이, 좀 더 약자를 배려하고, 촘촘하게 안전망을 구성해 실제로 정의로운 대전환을 맞이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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