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원주] 원하는 회사가 없다? 그럼,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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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원주] 원하는 회사가 없다? 그럼, 만들어볼까?
원주 상지대 졸업생들이 만든 콘텐츠 제작사 '낭만사'
  • 2020.07.21 13:18
  • by 전윤서 기자

졸업을 앞둔 4학년, 4명의 청춘은 고민에 빠졌다. '나중에 뭐 먹고 살지?',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은 걸까?'.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은 간단했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곳에서 하고 싶다. 

문화콘텐츠학이라는 전공을 살리면서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우선 관련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아보자면 이벤트 회사, 문화재단과 같은 곳에 취업해야 했다. 하지만 이 일자리는 수요가 많지 않았고 수요가 있다고 해도 4명의 청춘과 원하는 방향이 맞지 않았다. "우리가 원하는 회사가 없네? 그럼 우리가 만들어서 해볼까?" 매일 밤,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었던 대화에서 하나의 기업이 만들어졌다.

▲지역자원을 소재로 한 굿즈를 판매하고 있는 아트샵, 낭만섬 ⓒ라이프인
▲ 지역자원을 소재로 한 굿즈를 판매하고 있는 아트샵, 낭만섬 ⓒ라이프인

사회적기업 낭만사의 박승환 대표는 원주 반곡동에서 5대째 살고 있는 원주 토박이이다. 박 대표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서울로 떠나게 된다는 사실이 화가 나기도 했다. 내가 나고 자란 곳에서 기회가 없는 것이 슬펐다"고 말했다. 이렇게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동기 4명은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일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들은 우선 공모전 목록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출전해 중부권 예선까지 올라가게 된 낭만사에게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멘토링을 받을 기회가 주어졌다. 멘토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어 사회적경제를 알아갔고 낭만사가 지닌 사회적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낭만사는 우연한 계기로 인해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해나갔다. 

추우희, 김이슬, 김지홍, 박승환 4명의 공동 창업자 모두가 졸업생이 되던 2017년, 5월 법인 설립을 마치고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2019년 12월 창의⋅혁신형 인증사회적기업이 되었다. 지역에 남고 싶었던 젊은 문화기획자들이 낭만을 위해 모여 만든 '낭만사'. 낭만사는 어떠한 일을 할까? 낭만사는 어떠한 일을 할까? 낭만사는 지역의 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공연⋅전시⋅축제⋅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콘텐츠 제작사이다. 낭만사가 진행하는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상품 제작, 전시기획, 공연과 축제 주최 등 자체 사업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이때 '지역의 문화예술 생태계를 발전시키자'라는 소셜 미션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기업답게 최대한 지역의 예술가와 협업하며 원주의 설화, 문화재, 특산품, 예술가 등 원주에 관한 모든 것을 재료로 활용해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배지, 메모지, 티셔츠를 제작한다. 두 번째는 외부 대행사업이다. 기획이나 운영 대행과 더불어 행사 진행, 홍보물 디자인, 영상 제작까지 진행하고 있다. 

▲낭만사가 제작한 강원감영 배지와 원주 로고 티셔츠. ⓒ라이프인
▲ 낭만사가 제작한 강원감영 배지와 원주 로고 티셔츠. ⓒ라이프인

낭만사를 설립한 초반에는 4명의 공동 창업자가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 가지 결정을 하는 데에도 5~6시간이 흘렀다. 관심사도 달랐으며, 개성이 강한 크리에이터 4명이 모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나자 4년의 대학 생활 동안 쌓인 경험과 기업을 운영하며 동고동락했던 시간의 노하우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1년이 지나자 싸우는 법도 알고 푸는 법도 알게 되었다. 이제는 각자가 사업의 방향을 다 이해하고 분업화도 잘되어 있어서 의견 조율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주라는 지역은 문화기획자들이 활동하기에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다. 박 대표는 "원주에서 8년 가까이 활동해오면서 음원도 20장 이상 발표한 팀이 있다. 그런데 이 팀이 8년 동안 단 한 번도 관객에게 티켓값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게 너무 충격적이었다"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낭만사를 창업하기 전, 낭만사의 4명의 공동창업자와 사원들은 원주 시민의 문화 의식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원주 문화 향유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은 직접 거리로 나가 일 년에 문화소비를 얼마나 하는지, 원주에 문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원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화는 무엇인지를 원주 시민들에게 물었다. 이 실태조사의 결과, 원주 시민들은 문화 생활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1년에 1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또한, 똑같은 공연이지만 원주에서 관람하는 공연은 상대적으로 촌스럽고, 질이 낮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낭만사는 이러한 지역 문화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해 작은 노력부터 실천하고 있다. 2019년 매달 한 번씩 진행한 인디밴드 공연은 4명뿐 이었던 관람객이 회를 거듭할수록 늘어났다. 박 대표는 "원주 시민들에게 다가가서 지역에도 좋은 공연, 좋은 전시, 좋은 문화들이 많아요. 소비할만한 가치가 있어요라고 알리고 싶다. 시민들과 성장하고 문화를 창작하는 창작자들도 성장하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시민들과 성장하고 문화를 창작하는 창작자들도 성장하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이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위해 소비를 하고 그 소비는 지역 예술가들의 보다 나은 작업 환경을 위해 쓰이는 이러한 선순환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낭만사가 만들고 싶은 문화 소비구조이다.

▲ 낭만사 공동창업자 대표 박승환 ⓒ라이프인
▲ 낭만사 공동창업자 대표 박승환 ⓒ라이프인

상반기, 낭만사는 코로나로 행사가 취소되어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원주의 지역자원을 소재로 한 굿즈들을 판매하는 낭만섬이 지난 5월 원주 신도시에서 구도심인 중앙동으로 재오픈했으며 같은 시기 유튜브 채널도 마련했다. 낭만사 채널에서는 원주의 구석구석을 발굴하는 '원석발굴'과 원주에서 즐길 수 있는 놀거리, 먹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지역에서 문화기획사로 살아남아 또 다른 지역에서 콘텐츠 제작사를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박 대표는 아트 상품을 온라인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확장을 준비 중이었다. 낭만사는 올해 일러스트 페어, 박람회, 마켓에 활발한 참여도 계획하고 있다. 박 대표는 원주의 곳곳을 살펴보면 아직도 재밌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며 원주를 "충분히 낭만적일 수 있는 도시"라고 소개했다.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과 젊음으로 똘똘 뭉친 낭만사가 원주 시민들의 삶을 낭만으로 서서히 물들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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