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NA, 함께 밥 먹자⑩] 일상을 꿈꾸며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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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NA, 함께 밥 먹자⑩] 일상을 꿈꾸며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카이나
  • 2020.06.04 15:00
  • by 공정희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석사과정)

따갈로그어로 카이나(KAINA)는 '함께 밥 먹자'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가족을 식구(食口), 함께 밥 먹는 사람이라고 부르듯 필리핀에서도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일상적인 친밀감의 표현이다. 필리핀 소도시 나가(Naga City)에서는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필리핀의 취약계층 여성들을 나나이(Nanay, 어머니)라고 부르며 함께 한식당 '카이나'를 운영하고 있다. 한류 열풍이 한창인 필리핀에서 한식 보급을 수단으로 취약계층 여성들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카이나프로젝트>와 필리핀 개발협력분야의 현장 소식을 전한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국경의 단절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혹시 몰라 세워둔 필리핀 나가(Naga)시 출장계획은 이미 수차례 연기했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매일 업데이트되는 세계 각국 해외입국자 조치 등의 국제동향을 확인하다 보면 상황이 조금 나아졌으려나 하는 희망이 금세 실망으로 바뀐다. 

세상이 갑자기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가 일상으로 스며들면서 인류의 역사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포스트 코로나(Post-COVID)'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온라인 비즈니스의 확장이나 개인 보건 의식의 변화, 공공의료체계의 필요성 부각이나 새로운 전염병의 등장 예측 등 각계각층에서는 일명 '코로나19 시대'를 들먹이며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개발협력의 '포스트 코로나'는 어떤 모습일까? 전 세계 각국의 취약한 삶의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시작하는 이 분야의 특성상 '비대면'이나 '디지털' 같은 키워드로 대표되는 '포스트 코로나'의 전망은 쉽지 않다.

카이나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중소도시의 작은 식당은 이 위기를 극복해낼 대책이 없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들의 손이 닿을 수 있는 세상만큼은 살만하게 바꿔보겠다고 나섰던 대학생들의 귀한 의지와 카이나와 함께 희망을 찾아보고자 했던 나나이(Nanay, 어머니)들의 지난 시간을 허투루 만들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카이나의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나마 카이나에서는 최소한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기간을 가진 후 코로나19의 위기가 찾아왔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작은 희망이 있다면, 코로나19로 인해 카이나의 운영이 잠시 중단되기 직전 카이나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시민사회협력프로그램의 후보사업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급격히 위태로워지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여 운영계획을 수정하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지만, 마침내 지난 5월 말 한양대학교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카이나를 필리핀 나가(Naga)시 취약계층 여성들의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을 지원하는 허브로 만들기 위한 한양-필리핀 사회연대경제개발사업의 약정을 체결했다. 글로벌사회혁신을 위한 한양대학교의 교육과정과 대학생들의 열정, 이를 응원하는 어른(전문가)들의 노력이 더해져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국 카이나를 이어갈 수 있는 지원을 확보해낸 것이다.

▲ 한양대학교 사회봉사단 부단장 김종걸 교수(우측)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으로부터 2020년 신규사업 선정 증서를 받고 있다. ⓒ 카이나
▲ 한양대학교 사회봉사단 부단장 김종걸 교수(우측)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으로부터 2020년 신규사업 선정 증서를 받고 있다. ⓒ 카이나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한 사람의 온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하나하나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나나이들이 지난날 익숙하게 받아온 도움을 벗어나 스스로 삶을 개척하려는 도전과 필리핀의 작은 마을에서 청춘의 한 때를 보내며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학생들의 결심이 지속 가능하려면 특히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필요하다. 대학과 정부기관, 그리고 이들보다 먼저 개발협력분야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 선배들의 다각적인 지원과 그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공동체의 힘 말이다.

많은 것들이 멈춰있는 코로나19 시대이지만, 오히려 카이나는 한양대학교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협력을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준비를 시작했다.

이 위기가 지나고 나면 카이나는 가난한 여섯 가정의 경제적 자립기반이 되어준 작은 식당에 그치지 않고, 체계적인 운영시스템을 바탕으로 더 많은 취약계층 여성들에게 일자리와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하나의 소셜 비즈니스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카이나의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은 지금의 일시정지 버튼을 해제했을 때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바로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나나이들과 청년들 모두가 곧 카이나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잘 버티는 것이 아닐까.

▲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직전, 필리핀 나가(Naga)시에 상주하며 카이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양대학교 공민영 학생이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는 시장에서 나나이 'Amy'와 함께 식재료를 구입하고 있다. 이렇게 직접 구입한 식료품으로 만든 김치볶음밥, 계란말이, 양념치킨 등은 카이나 식당의 인기메뉴였다. ⓒ 카이나
▲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직전, 필리핀 나가(Naga)시에 상주하며 카이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양대학교 공민영 학생이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는 시장에서 나나이 'Amy'와 함께 식재료를 구입하고 있다. 이렇게 직접 구입한 식료품으로 만든 김치볶음밥, 계란말이, 양념치킨 등은 카이나 식당의 인기메뉴였다. ⓒ 카이나
▲ 아테네오대학교에 입점한 카이나 1호점의 단골손님이었던 'Joshua'가 수줍게 '안녕하세요'를 외치던 일상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바란다. ⓒ 카이나
▲ 아테네오대학교에 입점한 카이나 1호점의 단골손님이었던 'Joshua'가 수줍게 '안녕하세요'를 외치던 일상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바란다. ⓒ 카이나

 

공정희
몽골 파견을 시작으로 2013년부터 쭉 국제개발협력 현장에서 일했다. 주로 봉사자들과 현장 사이의 다리가 되어 가치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느낀 변화와 성장에 감동하여 사람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게 되었다. 현재 필리핀 '카이나'프로젝트에서 한양대학교 파견학생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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