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자금이 비수도권에도 도달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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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자금이 비수도권에도 도달하고 있는가?
  • 2020.06.02 15:00
  • by 정원각 (경남사회가치금융대부 상임이사)

지난 5월 29일 경남 창원에서는 비수도권에서는 거의 없었던 포럼이 열렸다. '경남 사회적경제기업에 자금 공급을 위한 포럼'이 바로 그것이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그리고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사람과 함께 사업 자금이다. 은행, 금융권, 증권회사 등은 사업을 하는 조직에 자금을 공급하라고 만든 곳이다. 사회적경제기업도 사회적 가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조직이지만 그 방법을 사업이라는 경제 행위를 통해 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다. 그런데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사업 자금을 구하기 위해 은행, 금융권의 문을 두드리면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 일반 주식회사들이 자기 돈으로 사업을 하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을 사회적경제기업은 구할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이런 현장의 소리를 접수하고 사회적경제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여러 정책을 내놓았다. 신용보증재단과 기금이 보증 규모를 늘리고 대출 규모도 크게 했다. 시중의 높은 이자를 대신 지불하는 이자차액보전(이차보전)도 실시했다. 신협의 문턱을 낮추어 돈을 빌려 갈 수 있게도 했다. 하지만 늘 수도권 특히,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신협의 경우도 사회적경제기업에 공급되는 자금 가운데 85%가 수도권이었다.(2018년 기준) 민간의 상황은 더 심하다. 2018년 12월까지 사회적경제기업에 전문으로 자금을 공급해 주는 기관이 18개 있었는데 모두 서울에 있었다. 2020년 2월 말 기준으로 12개가 늘어서 30개가 되었는데 이 중에 29개가 서울에 있다. 단 1개가 비수도권에 설립되었다. 그 한 곳이 경남사회가치금융대부다. 2018년 0개(0%)에서 2020년 1개(3.3%)가 되었으니 나아졌다고 해야 할지.   

다음은 지방정부의 사정을 보자. 서울시(2013년 시행)와 경기도(2016년 시행)는 비교적 일찍부터 사회적경제기업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 사회적경제기금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규모가 700억 원 정도된다. 이후 비수도권 일부 광역자치단체에서도 조례를 만들었으나 시행되지 않아 폐기되었다. 최근 충남도가 조례를 만들었고 전북이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서울의 성동구, 성북구와 경기도 화성시 등이 관련 조례를 만들어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경제 기금 관련 조례는 경남도만이 아니라 18개 시군에도 없었다. 김경수 도지사가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 현재 입법 예고를 했고 6월 3일 경남도의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렇듯 경남은 다른 지자체보다 늦었지만, 민간의 사회적금융기관 설립과 경남도의 제도적 뒷받침이라는 거버넌스를 이루면서 진행하고 있다. 

▲ 5월 29일 "경남 사회적경제기업에 자금 공급을 위한 민과 관의 협력" 포럼이 개최됐다. ⓒ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 5월 29일 "경남 사회적경제기업에 자금 공급을 위한 민과 관의 협력" 포럼이 개최됐다. ⓒ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5월 29일 열린 "경남 사회적경제기업에 자금 공급을 위한 민과 관의 협력" 포럼에서 ㈜경남사회가치금융대부 김진수 대표이사가 <경남사회가치금융의 현황, 기능과 역할>, 경상남도 사회적경제추진단 장재혁 단장이 <경남 사회적경제기금 관련 조례내용과 운용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김진수 대표이사는 발제에서 "비수도권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감소하고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며 지역에서 당사자를 중심으로 독자적으로 사회적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독자적인 조직으로서 인력과 기업육성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대출상품과 프로세스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진 장재혁 단장은 발제에서 "사회적경제가 주류경제는 아니지만, 분명히 그 역할과 중요성이 있고, 사회적 기금은 그를 뒷받침하는 핵심수단"이라며 사회적경제 기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일반 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해 민간이 스스로 나서서 자금공급을 진행하고 경남도에서는 마중물을 위한 기금조성을 하는 등 민·관 협력을 통한 사회적경제 기금 조성 방향을 제시했다. 자금 규모는 1년에 30억 원씩 5년 동안 150억 원을 조성하고 대상은 사회적경제기업만이 아니라 소셜임팩트, 사회성과보상 등을 하는 기업과 사업도 포함한다고 하였다.

발제 후에 정원각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센터장이 사회를 보고 구영민 경남사회적경제협의회 회장, 김유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박종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이보연 주식회사 비플러스 부대표,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실장의 지정토론이 있었다. 장지연 실장과 이보연 부대표는 현재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자치단체와 사회적금융기관의 자금 운영, 협력 현황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이자율 가이드라인과 대손상각 등의 대책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 특히, 사회적금융에 오는 기업들은 '일반 금융권에서 대출이 안 되어 오는 법인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더 크다'는 지적과 이에 대한 대책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경남도 조례 제정을 위해 연구를 수행한 김유현 박사는 사회적경제기금이 보다 넓게 운용되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도의 기금이 (주)경남사회가치금융대부와 같이 경남에 있는 사회적금융기관을 통해 경남의 사회적경제기업에 조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종현 교수는 비수도권인 경남에서 사회적금융기관이 설립되고 도가 기금 조례를 만드는 것은 타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사례이며 그 과정 또한 매우 원칙적으로 이루어져 앞으로 경남의 사회적경제기업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사자 조직의 대표로 참석한 경남사회적경제협의회 구영민 회장은 그동안 경남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자금 공급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으며, 특히 지난 5월 18일 설립한 (주)경남형사회적경제종합상사와 함께 협력하면 개별 기업들의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이제는 한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에서 정부 정책이 수도권에 머무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가고자 하는 방향인 포용적 사회, 사람 중심의 경제는 비수도권에서도 꽃을 피워야 국가 균형 발전이 되고 그 의미가 커진다. 아울러 현재 투자자 우선이라는 돈 중심의 재무 상태를 대출, 투자 기준으로 하는 제도권 금융의 기준도 변해야 한다. 소비자의 안전한 삶과 노동자들의 안정적 고용 그리고 다음 세대의 자산인 자연과 공존을 중시하는 사회적 가치를 평가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이는 세계적인 트렌드다. 그리고 이 변화의 씨앗은 민간과 정부가 협력하는 사회적기금과 사회적금융 기관이며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기업을 육성하여 한국 사회와 경제 주류 패러다임의 전환까지 이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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