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사회적 기관, 살아남기 위해 '사회적 책임'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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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 사회적 기관, 살아남기 위해 '사회적 책임'은 필수
  • 2020.05.15 13:03
  • by 송소연 기자

대학은 배움을 매개로 스승과 학생들의 양심과 지성의 전당, 학문의 상아탑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신자유주의화라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취업양성소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다. 좋은 대학의 평가 기준으로 취업률이 되었고,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생들은 원어민 수준의 어학 능력 및 직무에 필요한 자격증, 그리고 더 나아가서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되어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실무형 전문가가 되길 요구받고 있다.

대학 본연의 역할은 무엇일까? 고등교육법 제28조에는 대학의 목적을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생산하는 것도 대학의 역할이지만 이와 더불어 인격을 갈고닦아 사회에 기여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역할이다.

가장 오랜 기간 하버드대학의 총장을 역임했던 찰스 월리엄 엘리엇은 "대학은 뼛속 깊이 민주주의적 봉사정신으로 가득 차야 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민주적 봉사의 열의가 교수와 학생들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라며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대학들이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는 교육과 연구도 사회적 연대 안에서 더욱 강화될 수 있다. 각 전공 영역들을 전략적 수단으로 사회문제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대학의 사명을 다한다면 대학은 공공선으로서 사회와 연대를 이루며 사회적 책임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21세기 대학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찰' 조영하 2010).

또한, 대학은 인재 양성뿐만 아니라 지역의 훌륭한 앵커 기관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앵커 기관(Anchor Institution)은 닻(anchor)을 내린 것처럼 지역 내에서 쉽사리 이탈할 수 없는 기관을 의미하는데 대학은 대학이 소유한 부동산과 시설, 지역인재 교육, 네트워킹과 인큐베이팅, 지역재생 협업 사업 등을 통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 서울시, 고려대, 성북구가 함께 고려대 주변 지역의 청년 주거안정과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안암동 창업문화 캠퍼스타운'에 36개의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창업∙창작 공간 '파이빌'(π-Ville). ⓒ파이빌
▲ 서울시, 고려대, 성북구가 함께 고려대 주변 지역의 청년 주거안정과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안암동 창업문화 캠퍼스타운'에 36개의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창업∙창작 공간 '파이빌'(π-Ville). ⓒ파이빌

실제로 서울시는 2016년부터 '캠퍼스타운 사업'을 통해 공공자원과 지역과 협력하고 대학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청년문제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혁신파크의 경우 2025년 서울시립대학교 제2캠퍼스를 조성해 주민이 주체로서 현안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캠퍼스 리빙랩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러한 대학의 다양한 가치들이 존중받고 대학의 사회책임 이행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노력으로 '대학사회책임지수'가 논의되어 측정되고 있다. 한국CSR연구소는 2017년부터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르몽드디플로마티크, 지속가능저널과 함께 '종합사립종합대학교 사회책임지수'를 매년 발표한다. 국립대학은 사립대학과 설립목적 등이 달라 국립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판단할 적절한 지표나 판단 근거를 마련하기 어려워 제외되었지만, 2018년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처음으로 자체적으로 개발한 대학사회책임지수(GNTECH USR Index)를 발표했다.

한국CSR연구소의 대학사회책임지수는 기존의 성과 위주 대학평가에서 벗어나 졸업생 취업률, 교수의 논문 수 등 흔히 포함되는 '실적'에 대한 측정을 배제하고 포괄적인 의미의 사회책임 성과만을 포함하는 대학평가다. 대학이 학생뿐 아니라 교수와 교직원,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기관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노동·인권·학생·지역사회·환경·공정성·거버넌스 부문을 종합해 산출한다. 평가는 2010년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발표한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기준' ISO2600의 틀을 따른다. 연세대학교는 첫해부터 2년 연속으로 노동, 학생, 환경, 거버넌스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를 했고, 한양대학교가 작년 노동과 지역사회, 환경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여 1위를 차지했다. 

▲ 2019 대한민국 사립대학 사회책임지수 지표표. ⓒ한국CSR연구소
▲ 2019 대한민국 사립대학 사회책임지수 지표표. ⓒ한국CSR연구소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의 대학사회책임지수는 ▲민주적 의사결정 ▲투명경영과 관련한 거버넌스 ▲윤리·인권·공정성을 추구하는 대학경영 ▲지역사회 공헌과 협력적 파트너십을 통한 지역사회 기여, 지속가능성 등의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정량지표에는 재학생 1인당 교육비, 대학재정지원사업 규모, 사회봉사교과목(지역 기반 교과목), 대학사회책임센터 예산을 포함하였고, 지역기업으로부터 공공구매액 등을 반영하여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지역사회 대학의 책무성을 강화했다.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대학사회책임센터에서 하는 일.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대학사회책임센터에서 하는 일.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지난해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의 대학사회책임지수는 8.12점 (10점 만점)으로 2018년 7.85에 비해 상승했다. 경남과학기술대의 경우 '중장기 발전계획 비전 2030'을 통해 교육과 연구 기능 이외에 사회적 책임을 대학의 중요 기능으로 인식하고 대학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7년 11월 대학사회책임센터를 설립하고 사회적 가치 포럼, 사회적경제 교육, 지역문제해결 플랫폼 구축, 지역연계교과 운영, 소셜랩 동아리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 사회적경제 기업, 시민단체와 함께 공정무역 마을만들기 운동을 추진하고 2019년 12월에는 전국 대학 최초로 공정무역대학 인증을 받았다.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전경. ⓒ경남과학기술대학교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전경.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사회책임센터 소장인 송원근 교수는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대학사회책임지수를 발표하는 이유에 대해 "국립대학으로서 공공성을 높이고 지역사회에 대한 대학의 기여를 높여가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대학 간 네트워크를 통해 대학사회책임을 전국 국립대학으로 확산시켜 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80%로 이제 대학은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기관이 됐다. 앞으로 입학자원 감소 등 교육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고령화, 인구감소 등 지방소멸 현상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대학이 지속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학생뿐 아니라 교수·교직원,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기관으로서 역할을 명확하고 확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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