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의존과 격리의 경계선에서 개성 땅을 바라보다(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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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의존과 격리의 경계선에서 개성 땅을 바라보다(下)
의학,의료분야 협력
  • 2020.05.14 09:00
  • by 이찬우 (일본 테이쿄대학 교수)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고통 중에 있으니 북한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어찌해서 북한 당국은 격리한 사람들만 있고 확진자는 한 명도 없다고 하는 걸까? 사실은 확진자가 있는데 "통제 사회"이기 때문에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일까? 선진국에도 많은 확진자가 나오는 터라 이를 알리는 것이 창피한 일도 아니요 그 무슨 안보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아니니 진짜로 없는 것이 아닐까? 등등.. 북한과 관련한 정보는 불확실하다. 얼마전 세계의 언론을 선정적으로 달구고 몇몇 사람이 거짓말꾼으로 확진된 "김정은 위원장 관련뉴스"처럼 북한이 알려주지 않으면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아주 특별한 것들을 빼곤 북한이 그리 숨기는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말이다. 그래서 북한과 관련한 일들은 참을성있게 긴 호흡으로 들여다 볼 일이다.

이제 남북이 개성에서 연결을 통한 상호의존으로 어떠한 민족 문명을 꽃피울 수 있는지 의학, 의료 분야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 이 분야는 긴 호흡으로 들여다 볼 일이 아니다. 숨차게 빨리 해내야 하는 분야다. 코로나 이후 시대를 대비한 준비를 바로 시작해야 할 부분이다. 그 준비란 전염병의 예방과 보건 그리고 치료에서 북한과 남한이 가진 강약점들을 협력을 통해 보완하여 세계적인 의학 선진 민족으로 발전하기 위한 준비이다. 북한의 의학, 의료 분야에서 문제점은 현대적인 설비, 치료제와 약품 등이 부족한 것이어서 1990년대부터 남한의 의료 관련 단체와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의료지원을 진행해왔다. 특히 결핵환자를 위한 치료제 공급은 생명과 관련된 사활적 과제로서 이러한 인도적 지원과 협력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앞으로 치료제와 방역 등과 관련한 남북협력이 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좀 더 나아가보고자 한다. 즉 북한의 의학, 의료 분야에서 가진 강점이 무엇인가 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개성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북한은 민족 전통의 의학을 현대의학에 접목시켜 의료에 적용하는 체계를 갖고 있다. 북한은 서양의학을 "신의학"으로, 전통의학(한방, 한의학)을 "고려의학"으로 부르고 있다. 1993년에 김일성 주석(당시)이 그전까지 동의학으로 부르던 것을 고려의학으로 개명하였다. 한방치료는 고려치료, 한방병원은 고려병원, 한약은 고려약, 한의사는 고려의사.. 이렇게 부른다. 2018년 1월 24일에 평양제약공장을 현지 지도한 김정은위원장은 "현대의학 발전 추세에 맞게 앞선 진단, 치료방법을 적극 받아들이고 신의학과 고려의학을 밀접히 결합시키며 먼 거리 의료봉사체계를 완비하고 구급의료봉사를 비롯한 의료봉사의 질을 높은 수준에서 보장하여야 합니다"라고 언급하였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여기서 언급된 키워드인 ①서양 의학과 한의학의 결합 ②원격 의료 체계 그리고 ③응급 의료 체계, 이 세 가지를 남북이 개성에서 의학 분야 협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표적으론 인삼을 약재로 쓴 것인데, 5세기 고구려 장수왕때 중국의 남조 양(梁)나라의 약학자 도홍경이 편찬한 [명의별록(名醫別錄)]은 "백제의 인삼을 중히 여기는데 가늘고 단단하며 희다. 다음으로 고려의 것을 쓰는데... 백제의 인삼만 못하다"라고 하면서, 고려(고구려는 장수왕 때에 나라이름을 고려로 바꾸었다.) 사람들이 삼을 캐면서 지어 불렀다는 <인삼찬(人蔘讚)>(인삼노래)를 4언시로 기록하였다. 고구려 한시의 최초작품으로 알려진 이 노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三椏五葉 (삼아오엽) 가지는 셋이요 잎은 다섯
背陽向陰 (배양향음) 해를 등지고 그늘에서 자라네
欲來求我 (욕래구아) 나를 찾아오려면
椵樹相尋 (가수상심) 가수나무(단나무) 아래서 찾으오

인삼은 고대부터 한반도의 특산물이고 국제 교역품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에는 무령왕과 성왕의 시대(6세기)에 중국에 인삼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신라는 중국과의 외교에 인삼을 활용하였다. 당태종이 중국을 통일하자 신라는 인삼을 공물로 보냈고 진평왕은 624년에 당나라의 고조에게 인삼을 보내 백제의 신라 공격을 막아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문무왕은 삼국통일 전쟁을 위해 당나라에 10만 지원군을 얻기 위해 외교사절을 파견하면서 인삼 200근을 보냈다. 인삼이 이렇게 쓰이기도 했다. 

또한 고구려는 침구술에 밝았는데 당나라 사람인 단성식이 편찬한 기이한 이야기책인 [유양잡조(酉陽雜俎)]에는 고구려 사람들이 "침을 잘 놓으며 1촌(한치) 되는 머리카락을 10여 개로 동강 내여 침으로 꿰뚫어보고 머리카락 속이 비었다는것을 알아냈다"라고 씌어져있다 한다. 고구려의 침구술은 일본에까지 전해져 [일본서기]4권에는 고구려 의사들이 침을 잘 놓는다고 쓰여있다. 

그리고 6세기에 고구려에서 편찬된 [고려노사방(高麗老師方)](뜻: 고려의사들의 처방) 이 지금은 전하지 않으나 그 일부 내용이 당나라 의학서 [외대비요(外臺秘要)](752년 편찬) 각기(脚氣)편에 심장병 치료와 관련한 처방 등에 인용되었다. 이런 인용이다. "의사 문중이 각기로 가슴이 답답하고 음식이 소화되지 않는것을 치료하는 처방. 오수유 6되와 모과 2개를 쪼개여 물 1말 3 되를 두고 달여 3 되를 만들어 3번에 나누어 먹으면 게우거나 땀이 나는데 변을 보면 곧 낫는다. 이 처방은 죽게 된 사람도 살리는데 [고려노사방]에 씌여있다." 이 [고려노사방]의 처방전은 고려시대에 편찬된 [향약간이방], 조선시대의 3대 의학 고전인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동의보감] 등에 전수되었다. 그리고 백제에는 [백제신집방]이, 신라에는 [신라법사방]이라는 고유 의학 서적이 있어 특히 일본의 의학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삼국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한방, 침구 등의 전통의학을 북한은 현대의 의료체계에 접목하여 발전시키고 있다. 1980년에 제정한 [인민 보건법] 과 1997년에 제정한 [의료법]과 [의약품관리법]은 전반적 무상 치료와 예방의학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의사가 담당하는 지역주민의 건강 상태를 예방관리하는 의사담당구역제(주치의 제도), 그리고 고려의학을 중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고려의학을 강화하기 위해 1981년에 의학과학원 산하에 있던 고려의학 연구소를 고려의학원(현재 고려의학과학원)으로 독립시켜 고려의학에 대한 연구와, 교육, 의료사업을 전국적인 규모로 진행할 수 있게하였다. 산하에 고려의학기초이론연구소, 전통약학연구소, 침구연구소 등과 같은 연구소와 민속의학연구실, 고전자료연구실 등이 있는데, 여기에서 동의보감, 향약구급방 같은 고전 서적들이 번역 출판되었다. 침구 연구소에는 안마법, 지압법 등 맨손으로 전신 마비나 부분 마비 환자들을 치료하는 "신의 손"이라 불리는 장도선 박사가 있다.

이 고려의학과학원의 인재는 김일성종합대학 생물학부와 화학학부, 함흥약학대학, 김책공업대학, 평양의학대학을 비롯한 각 도 의학대학으로부터 매년 졸업생을 수십명씩 선발하여 배치한다고 한다. 고려의사를 양성하는 고려의학대학이 따로 없고 전국의 12개 의학대학에 고려의학부(6년제)가 있다. 그리고 고려약을 가르치는 곳은 함흥약학대학(5년제)과 사리원고려약학대학(4년제)이 있다. 그리고 침, 뜸, 부항, 한증과 같은 고려의학치료병원으로는 전국에 25개 고려병원을 두고 있으며 각 도와 시/군마다 있는 인민병원에도 고려치료를 할 수 있는 고려치료과와 더불어 고려약을 조제할수 있는 제약실들이 같이 있다. 

고려의학과학원 침구연구소 김숙영 연구사는 침구학을 1990년대 초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경혈 신경도 금속 모형을 만들었다. 이어 다시 2010년 5월에 [경혈신경도]를 만들어 침구학을 현대생명과학의 한 분야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안면신경마비, 추간판탈출증, 뇌혈관질병, 척추손상후마비와 뇌성소아마비 등 난치성 질병들에 대한 비약물 치료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2015년에 건설된 평양의 과학기술전당에 경혈신경도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고려의학 분야를 과학화하는 데는 북한이 남한보다 빨랐다. 노동신문 1981년 7월 21일 자에는 이런 이야기가 실려있다. 해주병원 조전희 원장의 이야기다. 그는 1963년에 4년제 개성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준의사였다. 그는 일하면서 꾸준히 공부하여 의사 자격을 받아 세 살 난 김남철이라는 아이를 치료한 적이 있었다. 그 야들야들한 어린 것의 몸에 굵다란 침대를 꽂자니 손이 떨렸지만 마음을 다잡고 침을 꽂았다. 며칠이 지나서 아이어머니가 한숨을 쉬며 물었단다. "언제까지 침을 맞아야 하나요?" 애원의 빛이 가득한 어머니의 눈을 그는 차마 마주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왜 아이의 어머니처럼 그렇게 가슴아파할 줄 몰랐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기존의 침술 방법으로 어린아이에게 계속 치료할 수 없다는 결심을 굳히고 동의치료(한방치료)를 과학화하기 위해 밤이면 선반공이 되고 용접공이 되어 부속품도 깎고 필요한 기자재들을 하나하나 갖추어 새로운 동의치료설비를 만들어내었다고 한다. 북한에는 이런 의사들의 노력이 있어 한의학의 과학화가 이루어졌다.

1997년에 [화상처리에 의한 체질 분류 장치]와 [귀침 혈색 평가에 의한 질병 예보 진단체계]가 나왔고 뇌출혈 예보진단 프로그램은 1999년 중국에서 열린 세계 컴퓨터 프로그램 전시회에 출품하여 높은 평가를 받고 수출까지 할 수 있었다고 한다(2002년 4월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조선정보기술세미나에서 북한의 조선컴퓨터센터 김기철 부기사장의 강연). 남한에서는 2013년에야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국가지정)가 설립되었고 2015년에 한의계와 정부가 함께 "근거중심 한의약 추진위원회"를 발족하여 한방 과학화에 발을 디뎠다.

2019년에는 평양에 있는 고려의학종합병원에서 [고려의술 3.5], [고려의학대사전 1.0], [민간요법전서 1.0], [꽃망울 1.0]을 비롯한 고려의학과 관련한 정보기술 제품들을 개발하였다(조선중앙통신 2020년 2월4일). [고려의술 3.5]는 원격의료, 의학기술, 전자사전, 자체건강판정 등으로 구성된 IT한방의료지원체계이다. 북한내에서만 접속가능한 인트라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운영되고있다. 그리고 [고려의학대사전], [민간요법전서], [꽃망울]은 모두 스마트폰(북한용어는 지능형손전화기)용으로 개발된 프로그램들이다. 특히 [꽃망울]은 두 살 이하의 유아 보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예를 들어 기저귀젖음상태검출기 [응아]장치를 이용하여 편리하게 아기 기저귀 상태를 알아내고 대처를 할 수 있어 갓난아이들을 키우는 여성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있다고 한다. 

▲ 고려의학관련 정보기술 제품들 ⓒ  조선의 오늘(2020년 2월4일)
▲ 고려의학관련 정보기술 제품들 ⓒ 조선의 오늘(2020년 2월4일)

북한이 전국적 범위에서 원격의료체계 운영을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이다. 2012년에는 평양산원과 각 도의 산원, 옥류아동병원과 각 도의 소아병원에 원격의료체계가 도입되었고, 2014년에는 원격협의진단시스템을 구축했으며, 2015년 초에 원격수술 지원체계를 개발해 순천시 인민병원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상으로 북한의 의료체계와 고려의학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북한은 고려 치료의 비중을 높이고 고려의사의 수준을 높이면서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신의학과 고려의학을 배합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남한에서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이원화되어 대학교육도 병원도 별개로 운영되고 있지만 북한의 의료 방식은 교육과 치료에서 통합되어 있다. 

알고 보면 의학 분야는 북한의 훌륭하고 부족한 면과 남한의 훌륭하고 부족한 면이 상호보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분야이다. 상호의존의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 상호의존을 개성에서 실현하자는 것이다. 

개성에는 1956년에 설립된 개성의학전문학교(4년제)가 있고 개성시인민병원이 있다. 고려의학을 가르치고 고려치료도 하고 있다. 게다가 개성은 한약재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삼의 집산지이다. 

▲ 개성의학전문학교 학생들 ⓒ 노동신문(1987년 8월1일)
▲ 개성의학전문학교 학생들 ⓒ 노동신문(1987년 8월1일)

개성시인민병원의 한 간호사 이야기는 북한이 모범으로 생각하는 치료가 어떤 것인지 알게 해준다. 노동신문이 1985년 1월 7일에 "보석은 어데서나 빛난다"라는 제호로 소개한 개성시인민병원 리은희 간호사의 이야기다. 개성시의 한 광산에서 일하던 굴진공이 입원하였는데 좀처럼 차도가 없어 한 동의사(주: 한의사)가 그런 환자에게는 오래 묵은 뽕나무 뿌리를 달여서 그 물로 녹두죽을 쒀서 장복시키면 좋다고 말하였다. 세 아이의 어머니였던 리은희 간호사는 두 살 난 막내딸의 포대기 위에 "아이를 부탁해요"라는 글쪽지를 써서 끼워놓고 오래 묵은 뽕나무 뿌리를 찾아 나섰다. 뽕나무 뿌리를 캐가지고 오니 자정이 넘었다. 서둘러 뽕나무 뿌리를 달이다 깜빡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여나니 남편이 약을 달이고 있었다. 세 어린 것을 키울래, 탄광 막장에 들어가 위생선전을 할래, 광부들이 좋아하는 [정성차]를 만들기 위해 솔잎이며 오미자를 딸래 수고가 많은 아내를 도와주고 싶은 남편의 심정이었다. "눈을 좀 붙이오. 내가 달일 테니." "힘들지 않아요. 막장에서 광부들이 일하는 것을 보면 제가 하는 일이 헐하게만 생각되여요." 이러한 소개 끝에 노동신문은 "자기가 남보다 더 힘들게 일한다고 여기는 사람은 남을 도와줄 생각을 못 한다. 인간의 생명을 책임진 보건일군일수록 자기가 담당한 환자들은 다 시대의 영웅들이라는 존경을 가지고 대할 때 그들에게 정성을 다할수 있는것이다"라고 의료의 모범정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 개성시인민병원 간호사 리은희(가운데) ⓒ 노동신문(1985년 1월7일)
▲ 개성시인민병원 간호사 리은희(가운데) ⓒ 노동신문(1985년 1월7일)

이러한 개성에 남북이 협력하여 ①서양의학과 한의학의 결합 ②원격의료체계 그리고 ③응급의료체계를 공동으로 실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3가지 과제를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첫째로 개성의학전문학교를 남북공동의 가칭 "민족의학대학"(6년제)로 승격하여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남북이 함께 가르치고 연구하는 체계를 만든다. 남한의 의과대학과 한의대학, 정부계 의학연구소가 컨소시움으로 참여하고 남한의 학생들도 입학할 수 있게 한다.

둘째로 개성시인민병원을 남북공동의 가칭 "민족의학대학 부속 종합병원"으로 개편하여 남북의 의료진이 함께 고려치료와 서양치료를 배합한 의료를 실행하도록 하고, 개성의 병원으로부터 남북에 원격의료를 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응급의료체계와 방역체계를 갖추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같은 대유행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통로가 되도록 한다. 개성을 통해 북한 전역의 병원과 위생 방역소에 진단키트, 소독수 등 방역물자와 약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한다. 

셋째로 고려인삼을 비롯한 여러 한약재를 현대의학적으로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남북 공동연구를 위해 "민족의학대학" 내에 약학과를 설치한다. 여기서 남북이 함께 한약재를 계통화하고 자원화하며 그리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 및 일본 등 한약재를 사용하는 나라들과의 국제협력을 진행한다.

이러한 과제들을 생각하면 남북이 협력하여 만들어낼 의학 분야의 가능성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남북이 각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적 방식에 따라 보건의료를 추진해왔는데 민족의학이 이 두 방식을 창의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적 접근은 대중의 보건과 예방을 중시하고 자본주의적 접근은 특화된 의사 계층의 치료행위를 중시한다. 돈이 많이 드는 의료기술의 발전과 치료약의 공급에서는 자본주의적 접근이 더 뛰어났지만, 돈이 적게 드는 치료전 예방체계는 사회주의적 접근이 뛰어났다. 북한은 예방의학과 치료 두 측면에서 고려의학이라 이름 붙인 전통의학을 활발히 계승해왔다. 남한에도 전통의학이 살아있고 서양의학과 융합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 환경을 보면 정치 경제적으로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의학에서 전통의학이 약화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통의학의 장점을 살리려면 살아남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 곳이 한반도이다. 격리되어 다른 체제가 된 남북이 상호의존하면 가능하다.

체제에 따른 의료의 속성을 보면,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의료자본의 파워가 병원, 치료약개발회사 등을 중심으로 집단권력화하여 사회를 통제할 가능성이 있지만,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이 통제 권력이 국가에 독점된다. 한국은 의료분야에서는 미국처럼 자본주의의 극단은 아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주의적이라고 비난한 국민의료보험체계(미국에서는 "오바마 케어")를 갖추고 있어서 의료자본의 집단권력화와 이에 따른 의료 양극화를 억제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국가가 독점하고 전면적인 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무상치료와 방역에 유리한 측면이 있으나, 예방과 치료에서 물질적 능력이 부족하다.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처를 보면서 사회통제에 대해 국가의 역할과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반면에 국가의 통제력이 경제생활과 일상생활의 주인인 시민들의 자기결정권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사회통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적이면서 자율적인 시민의 상호자기통제시스템을 잘 만드는 것이다. 국가의 리더십에 협력하나 국가의 독점을 막고, 한편으로 의료자본의 집단권력화를 제어하는 제도와 시민의 상호자기통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코로나 이후 시대의 과제이다. 이러한 점에서 시민이 민주적이며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의료협동조합 같은 형태의 노력은 대안적 활동으로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상호의존으로 강력한 시민사회의 존재와 그 시민들의 상호자기통제, 이 두 가지 요소가 의료를 민주적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운 한국의 의료관계자에게 경의와 존경을 바치는 것은 그들이 국가의 부름과 통제를 잘 따라서라기보다는 스스로 한 인간으로서 생명의 위협 앞에서 견결하고 그리고 자기통제와 조직적인 협력이라는 숭고한 인간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한국 사회의 대응은 국가와 시민사회의 통제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충분히 연구하고 검증할 가치가 있다.

국가의 역할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상호의존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코로나 이후 시대의 과제라고 한다면, 그러한 의미에서 남북의 의료협력을 통한 상호의존은 남북이 가진 각각의 장단점을 넘어서는 모습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세계사적인 실험이 될 것이다.

남북한은 다른 무엇보다 숨차게 빨리 한의학(고려의학)과 서양의학, 의료, 보건, 방역 등 분야에서 대화를 시작하자. 이는 정부 간 협력만을 뜻하지 않는다. 의료분야에서 의학전문가를 비롯한 의료봉사자, 의료협동조합과 같은 의료조직 등 관계자가 참여하는 시민사회가 정부, 기업과 더불어 남북협력의 중요한 행위자가 되는 것이 코로나 이후 시대의 사명이다.

개성 땅이 그러한 협력의 마당이 되어 민족의학을 발전시켜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문명의 꽃을 피울 것을 기대한다.

※ 세 번째 개성의 산업분야 협력에 대해서는 다음 (종결) 편에서 기술하는 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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