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를 그리며 '공존'을 조직하는 #드림인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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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를 그리며 '공존'을 조직하는 #드림인공존
  • 2020.04.27 09:00
  • by 정설경 객원기자

주택의 담과 대문을 헐어 주차장으로 쓰던 때가 있었다. 부족한 주차공간을 해소하려는 노력이었고, 그나마 담을 끼고 있었던 주택들은 이런 변모가 가능했다. 동네의 노후주택은 다가구주택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1층을 주차장으로 일원화하다 보니 담장이 거의 없다.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TV프로그램 '동네한바퀴'도 벽화가 담겨진 동네 풍경에서 카메라가 멈춘다. 그나마 아직 헐리지 못한 낡은 주택의 벽그림에서 동네의 표정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갖가지 이야기를 벽화에 담는 드림인공존 김대식대표는 왜 벽화에 몰두하게 됐을까. 그림으로 채워가는 벽화에 담긴 이야기를 이제야 물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덕분'으로 뜻하지 않은 시간이 찾아와 벽화작업을 쉬고 있기 때문이다. 드림인공존의 사무실이자 모임공간 익스큐즈미에서 만났다.

▲ 밤골을 추억하다. ⓒ 드림인공존
▲ 밤골을 추억하다. ⓒ 드림인공존

공존을 잇는 봉사, 아마츄어들의 집단창작
"코로나로 봄 작업이 없어져 버렸어요"
"올해 사업의 절반이 날아간 것 같아요"
시간은 여유롭지만 역시 그도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한창 햇볕 받으며 일하는 철인데 익스큐즈미 카페를 지키며 기다림에 직면해 있다. 마침 함께 했던 직원이 연말에 그만 둬서 인건비 걱정은 한시름 놓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드림인공존은 김대식대표가 설립한 비영리단체이자 사업자인데 2014년 등록했다. 드림인공존이 시작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봉사활동에 뜻이 맞는 지인들이 모여 벽화봉사단 동아리를 결성하고 활동한 것이었다. 벽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라 거리의 예술작품으로 접근하기 쉽다. 전문가들의 영역을 과감하게도 아마츄어들의 봉사활동으로 끌어들였다. 여럿이 어울려 참가하되 봉사자와 수혜자가 보람과 가치를 함께 느끼는 것이 봉사의 참 의미라고 여긴다. 순전히 집단창작으로 임하는데 봉사자들은 즐겁게 작업하고 보람을 최고의 가치로 꼽는다.

"월등하게 잘 그리는 벽화여야 한다면 전문가들이 해야겠죠"
"그런데 우리는 봉사자들의 영역으로 개척해 왔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벽화봉사를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획사 역할을 하며 기업의 봉사활동을 조직하고, 봉사자를 연결해 주는 중매쟁이 노릇을 해 오고 있다. 갓 입사한 기업의 신입직원들이 사회봉사 아이템으로 벽화를 선호하는 것은 집단작업이 주는 재미와 보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년에 평균 7-80군데의 벽화를 그리는데 기업들이 진행 실비를 지원하고, 10여명의 봉사자들이 움직일 경우 1명의 스텝이 동행한다. 밑그림부터 함께 시작해서 함께 결과물을 볼 수 있도록 작업량을 설계한다. 스텝은 보이지 않는 것을 챙길 뿐이다. 봉사활동이라는 정체성에 동의하는 의뢰인과 참가자들이 함께 작업하는 것을 분명하게 공유한다. 

▲ 벽화 봉사 활동 ⓒ 드림인공존
▲ 벽화 봉사 활동 ⓒ 드림인공존

그림의 수준이 낮아도 아이들 특유의 정취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벽화작업을 하는데 중요한 파트너들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자신의 그림이 남겨진 공간을 보고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뿌듯함을 경험한다. 아이들은 자라서 학교를 떠나지만 아이들의 추억과 성장은 벽화에 담겨 있다. 아이들한테 벽화를 맡겨놓고 결과물은 어른들의 수준을 요구하면 난감하다.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정하지 않는 것이 절대원칙이다. 

#밤골덕후였던_시간
"밤골상회에서 아이스크림을 100개씩 사서 나눠 먹었어요"
"어르신들이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상도동의 오래된 마을 밤골이 있었다. 지금은 상도역 역세권을 끼고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그나마 마을버스 정류장으로만 '밤골' 지명은 남아 있다. 밤골마을은 영화 '신과함께'에서 아주 잠깐 나왔던 터라 밤골을 아는 사람들에겐 유명하다. 2011년 여행작가로 활동하던 시기여서 오래된 마을 밤골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에 올라보니 담벼락엔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벽화작업을 해 본 경험자라 밤골마을의 벽화가 예사롭지 않았다. 밤골이 아직 재개발지구로 지정되기 전이라 업자들이 표식해 놓은 빨간 화살표가 곳곳에 새겨져 있었다. 오래된 마을 밤골의 의미를 공유하고 싶어서 청소년벽화봉사단과 함께 밤골에 자주 올랐다. 청소년들과 함께 그 빨간 화살표 위에 그림을 덧씌웠다. 1년6개월 동안 밤골에서만 6,70개의 벽화를 그렸다. 당시 1주일에 하루씩 벽화를 그렸고, 여기에 참여한 봉사자 인원은 2천명 정도에 이른다. 당시 봉사자들은 밤골을 알게 되어 다행이고, 서울에 이런 곳이 있는 것에 놀라워했다. 밤골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던 욕심에, 벽화봉사자들을 많이 조직했다. 그곳을 거쳐간 당사자들은 서울의 밤골을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 밤골상회 ⓒ 드림인공존
▲ 밤골상회 ⓒ 드림인공존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주민들은 우리 벽에도 그려달라며 팔을 잡고 데려갈 정도였다. 주민들과 어울려 살았던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교류하며 아이스크림과 밥은 꼭 밤골마을 슈퍼와 식당을 애용했다. 당시 아이들과 그렸던 수많은 벽화들은 이제 사진으로만 남아 있다. 잘 그려진 벽화는 아니었어도 오래된 마을 '밤골'을 이렇게라도 저장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건지. 손녀 수민이를 그려달라는 할머니의 요청으로 벽에 수민이를 그렸다. 수민이의 뒷모습은 블로그의 어느 사진으로 남아 있다. 

▲ 밤골에 살던 수민이 ⓒ 드림인공존
▲ 밤골에 살던 수민이 ⓒ 드림인공존
▲ 수민이를 그린 벽화 ⓒ 드림인공존
▲ 수민이를 그린 벽화 ⓒ 드림인공존

주민들의 열렬한 호응으로 계속된 밤골의 벽화는 어느날 지워졌다. 어떤 영화의 배경으로 쓰이는데 벽화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워도 되느냐는 의사를 영화사가 타진해 왔다. 주민들은 누구보다 김대식대표를 찾았다. 복원비를 지원하겠다는 영화사의 제안도 있었지만 다 소용없다고 여겼다. 그렇게 벽화가 지워진 마을은 삭막했고 주민들은 아쉬움을 직접 표현하진 않았어도 내심 후회하는 것 같았다. 다시 벽에 그림을 그렸다. 

벽화로 만난 수많은 '밤골덕후'들이 드나들었던 밤골마을. 밤골 어르신들과 정들었던 시간들이 새록새록하다. 드림인공존과 밤골의 시간은 이렇게 지나왔다. 주민들과 교류하며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온 밤골의 인연은 드림인공존의 기억에 크게 저장돼 있다. 더 이상 밤골은 없지만 여기서 얻은 자산을 다른 공간에서 그림으로 이어가고 있다. 

▲ 벽화가 담은 표정 ⓒ 드림인공존
▲ 벽화가 담은 표정 ⓒ 드림인공존
ⓒ 드림인공존
ⓒ 드림인공존

벽화를 그릴 수 있는 벽이 아직 있을까
"벽화를 그릴 만한 장소를 섭외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요."
"시대적으로 벽화는 식상한 장르가 되었구요."
2020년 벽화작업은 새로운 작업보다 오래된 벽화를 유지보수하려고 한다. 필요 없는 곳의 벽화는 과감히 지우려고 한다. 벽도 디자인이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벽과 그리지 말아야 할 곳을 분별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벽화를 그리던 때가 있었다. 전시행정의 표본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벽화를 편견으로 대하는 시선도 많았다. 벽화가 필요한 디자인인지 벽을 점검하고, 필요하지 않다면 없애야 한다. 최대한 벽화가 어울리는 벽으로 탈바꿈하는 시도가 될 것 같다. 드림인공존이 벽화그리기를 얼마나 계속할지 모르지만,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있는 봉사 자원을 토대로 향후엔 더 재밌고 유익한 봉사활동을 구상하려고 한다.

'공존', 함께 걷는 길
"저는 일을 창조하는 게 제일 어려워요"
"하지만 주어진 일은 최선을 다 합니다"
활동이 많은 '공존'의 일을 함께 꾸리는 동반자의 말이다.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을 살려 봉사일을 벌이는 남편과 동행하고 있는 짝꿍 박미진관장(작은별도서관). 일하기 좋아하는 남편 옆에 있는 것만으로 동지가 되어 있다. '드림인공존'의 사무실이자 모임공간 익스큐즈미를 살림하고, 별도의 공간에는 작은도서관도 운영하고 있다. 소외계층 아이들이 토요일에 만나 즐거운 배움과 활동을 나누는 나무별학교도 사회복지사인 김대식의 욕심으로 시작됐지만 뒷심이 되어 주고 있는 동지가 없었다면...

드림인공존은 일하며 소정의 수익으로 다시 지역사회 복지를 지속하고 있다. 비영리단체로 꾸준하게 성장하면서 나무별학교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으니 복지사업은 꾸준히 해 오고 있는 셈이다. 지역사회에 미술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미술을 하고 싶어하면 장학기금을 통해 재능을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 비영리기관이라는 정체성을 지켜가면서 수익이 나면 다시 비영리활동의 품을 만들어야 하는 순환의 구조를 지키고 싶다. 최소한의 직원도 있으면 좋겠고, 인건비를 충당할 만큼 운영구조를 갖고 싶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그래도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하면 나아진 정도다. 2014년~15년 벽화작업과 나무별학교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어느덧 성년이 되어 이제 드림인공존의 ‘일’을 하러 오고 있다. 그들이 아직 본격적인 일로 이어질 수 없어도 드림인공존의 연륜과 성장을 보여주는 증거다. 

우리의 본성엔 남을 위하는 일을 하고픈 것이 있다. 보람도 크다. 코로나19는 이런 본성을 더 자극하며 사람들을 엮어 내는 동기가 되고 있다. 마음 속 깊이 품고 있는 '봉사욕구'를 들춰내고 조직하는 것이 드림인공존의 미션이다. 반나절 '봉사이야기'를 실컷 들으며 막연히 몸을 던지는 봉사가 아닌, 누군가를 성장하게 하는 봉사활동의 무한한 잠재성을 엿보았다. 남을 위해 내 몸을 움직이는 것 같지만, 나를 성장하게 하는 보람과 가치가 있어서 가야할 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공헌활동을 만들어 내는 드림인공존을 응원한다. 

#드림인공존 @블로그_드림인공존 #벽화봉사 #나무별학교 #익스큐즈미 

 

ⓒ 드림인공존
ⓒ 정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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