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연과 가장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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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자연과 가장 멀다
-행복교육 괴산 어울림 서천 공정 여행기-
  • 2018.01.25 11:02
  • by 양영희 시민기자

19일 아침 9시, 행복교육 괴산 어울림 일행은 서천공정여행 길에 올랐다. 사방이 다 산악지대인 괴산을 떠나 바다를 볼 수 있는 서쪽으로 여행을 간다니 마음에 흥이 생겼다. 봉고에 가득 탄 우리는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렸다. 어느덧 금강이 눈앞에 보이고 오른쪽 창으론 빈 논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다 우리 일행은 동시에 논에 가득한 쇠기러기와 오리 떼를 보며 탄성을 질렀다. 와! 와!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본 수많은 새, 어떤 무리는 우리에게 선물이라도 주려는 듯 멋진 비행을 하기도 했다. 서천은 겨울에도 논 가득 생명을 키우는구나 싶었다. 저 많은 식구를 보호하려면 이곳의 생태는 더 특별해야 할 거라 생각됐다.

첫 도착지인 천국 식당에서 우리를 안내할 안내자를 만났다, ‘서천 너나들이협동조합, 서천 공정여행사 대표, 서천 생태문화학교, 생선구이가게협동조합’ 여러 직함을 가진 김억수 대표는 서천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처럼 느껴졌다. 천국식당에 들어가니 식탁에 찬이 가득 준비되어 있었다. 동태찌개 메뉴에 15개의 찬이 나오다니! 마치 남도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점심을 먹은 후 간 곳은 ‘서천 군 조류 생태전시관’이었다. 금강 변에 위치한 전시관에서도 물에서 놀고 있는 새들을 볼 수 있었다.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움직이는 새들을 바라보고 김억수 대표의 설명을 들었다. 서천의 생태와 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참 많았다. 금강을 마주 보고 있는 서천과 군산은 역사적으로 전쟁의 폐해가 많았던 곳이었다. 곳곳이 간척지로 매립돼 버리면서 바다의 보고인 갯벌이 사라진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보존이 잘된 곳이 서천 연안이다. 서천 연안 72㎞는 습지보호 지역으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되어 있다. 평소엔 만나기도 힘든 수많은 새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어떤 새들은 봄철 번식기엔 수컷들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변하기도 한다는 설명도 흥미로웠다. ‘서천 갯벌 염생 식물, 갓 잔디, 검은머리물떼새, 쇠제비갈매기, 민물도요, 큰기러기, 쇠기러기, 도요새, 마도요, 좀도요, 개꿩, 저어새, 넓적부리도요, 혹부리도요, 개리, 바지락, 동죽…….’ 그 많은 생명을 맨눈으로 구별하고 이름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억수 대표는 금강 하굿둑 설치 이후 뻘이 많아지며 진흙화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찾아오는 새들도 줄어들고 있는 등 여러 생태위협이 되는 현상들을 설명해주었다. 서천은 새들의 월동지, 번식지, 중간귀착지라고 한다. 서천은 인간 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새들이 생명의 터전으로 살고 있는 곳임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새들과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고민이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겨울이면 그 많은 새가 와서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천의 14개 섬 중 유일하게 유인도인 유부도에 많은 철새가 머물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김억수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지역에서 무언가를 지켜내려는 사람들의 고마움을, 그리고 미안함을 느꼈다.

군 조류 생태전시관을 나와 이동한 곳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었다. 중앙에 있는 25m 크기에 바다생물 4000종이 보관 중인 씨드은행이 눈에 띄었다. 자원관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관을 둘러보았다. 사라져가는 혹은 이미 멸종해버린 수많은 종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종종걸음으로 해설사를 따라 다녔다. 내장을 꺼내고 꿰매고 코팅해서 박제된 수많은 생명의 흔적들이 인간들의 교육을 위해 매달려 있었다. ‘갈치가 은색이거나 황줄돔이 성이 바뀌는 이야기, 상어의 준비된 이빨’ 등 바다 생명이 가진 생존전략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그곳엔 아이들 손을 잡고 온 젊은 부부들도 보였다.

전시관을 나와 우리는 바다를 보고 싶다고 외쳤다. 기온은 차가워졌지만 여기까지 와서 바다를 보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우기는 사람이 많아서 일정을 바꿔 기벌포 바닷길 쪽으로 갔다. 바다를 보자마자 속이 확 트이며 시원해졌다. 나는 산이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밀려오는 파도들이 반가웠다.

바닷가에서 나온 우리는 서둘러 가창오리 떼를 보러 갔다. 현지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논길을 달려 한적한 금강 변에 차를 세우고 우리는 가창오리를 기다렸다. 김억수 대표는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고 말을 했기에 우리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금강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오리 떼가 군무를 하듯 물표면 위를 수놓다가 구름이 피어오르듯 위로 그리고 다시 아래로 천천히 이동했다. 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예민한 오리 떼가 놀라지 않게 해야 한다는 주의를 받았는데도 계속 ’와! 와!’ 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우리 앞에 나타난 가창오리는 수만 마리라고 했다. 이전에는 35만 마리정도가 왔다는데 지금은 현저히 줄었다고 했다. 서천 여행에서 가창오리 떼를 봤으면 다 된 것 같았다.

새들을 가득 가슴에 품고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바로 김 대표가 만든 ‘생선구이가게협동조합’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컸다. 조합원들의 이름이 생선 비늘로 붙여져 있었고, 식당 2층엔 새들의 사진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다. 조합원 75명으로 이곳은 식당뿐 아니라 강연, 시 낭송 등 여러 행사도 행해진다. 김 대표는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종업원으로 변신했다. 정성껏 준비한 상차림은 너무나 맛있는 것이 많았다. 간장게장, 생선구이 모둠, 굴, 찌개를 비롯해 회까지 무엇부터 먹어야 할지 몰랐다. 아침부터 ‘소곡주’를 찾던 선생님은 금세 행복한 얼굴이다. ‘식당은 하지 말라고, 너무 힘들다고 말씀하신다. 그래도 식당을 하면 좋은 점은 음식 안에는 지역의 모든 것이 녹여있어 좋다’는 김 대표의 그 마음마저 우리는 저녁 식사로 대접받았다.

하루 머문 서천이 오래 여행한 곳처럼 다정하게 느껴진 이유는 뭘까 생각했다.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거 구경했다고 SNS에 올려대는 사진 말고 진짜 여행이란 어떤 것인가? 김억수 대표와 보낸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인간이 자연과 가장 멀다’는 말이었다.

 “새들을 보고 싶으면 그냥 멍 때리고 앉아 있어라. 그리고 새들을 바라보고 소리를 들어라”

새들과의 의사소통에서 그가 보였을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모습이 서천 여행을 이끈 삶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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